얼마 전부터 명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명상이 복잡한 생각을 지우고 현재에 집중하여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거라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생각이 여전히 여러 갈래로 흩어지니 처음부터 어긋난 걸까요?

이런 대목에서 과거 나의 시행착오가 기억납니다.

과거 마라톤을 잠시 할 때, 그것을 하게 된 이유로 잡념방지를 얘기했는데,

실제 그러했을까요?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수준까지 못가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뛰는 동안에도 여전히 잡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내 경우 명상도 처음 단계에서 같은 질문에 빠져있습니다.

일체의 생각을 지우고, 호흡의 경로를 보는 일 내지 내는 소리에 온 신경을 쏟아

그 자체만 의식함으로 고양의 단계로 가는 것. 그게 목표인데 말이죠.

그래서 수련 장소 결정도 동의하게 됩니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서늘한 햇빛이 느껴지는 산속 야외 장소가 아니라

어두컴컴한 실내 교실에서, 즉 아무것도 볼게 없는 실내서 하는 명상이

내 수준에는 맞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또 권함을 받습니다. 좌선시 눈을 완전히 감지 말라고.

눈을 완전히 감으면 생각이 많아지니, 반쯤 눈을 떠서 내리깔고

호흡이 들고, 나는 코끝을 보라고.

이제 좌선의 자세로 호흡 명상을 통해 내 몸과 내 생각을 조금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 단계 더 나아가보라고 권합니다. 바디 스캔!

좌선 자세에서 눕습니다.

그러고 호흡 명상을 지속하며 내 생각을 의식적으로 내 신체의 한 부분씩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즉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몸을 삼십여 부분으로 구분하여 각기 하나씩에 집중해보는 겁니다. 머리끝, 이마, 눈, 코, 입, 턱, 목, 어깨, 가슴, 배...

그 수련에서 머리부터 가슴부위까지 내려오다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가르치는 스님이 잠을 깨우며 한마디 합니다.

잠을 잔 본인은 잘 잤다고 생각하겠지만, 수련을 인도하는 본인으로서는 잘못한건 데

그건 수련자를 너무 이완시키는 실수를 한 거라 하면서 말이죠. 암튼 십여 분 너무 맛있게 잔 느낌이 들었고, 일종의 천연 프로포폴 같다고도 생각되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나로서는 그 본질적인 생각지우기도 어느 정도 거두게 된 것 같습니다.

더 생각해보면 마음지우기가 너무 무모한 계획 아니었을까요?

수련, 수행, 훈련을 통해 자신에 집중하여, 고요하고 평안해짐으로서

내적 마음의 평화를 얻어가는 것. 그것이 참 목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전환됩니다.

명상이나 산행, 달리기나 빠른 걸음 같은 일상의 운동이나 훈련들이 단순 잡념방지가 아니라,

좋은 생각이 더 많아지는 쪽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 그것 아닐까요?

세 시간여 수련을 마치고 꼭 좋은 문구를 외우며 수련을 마치는데,

나의 마음 평화를 바라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과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평화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바로 그런 마음으로 이글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