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정부의 주요 핵심 공급대책인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 사업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4.7 보궐선거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공공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도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면, 공공재개발의 경우 일부 이탈 가능성이 있지만, 사업지 조건 등에 따라 추진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기대감 높은 민간정비사업...공공은 '위기'

보궐선거가 한창인 지난 7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재건축 선도사업지 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에서 도입한 공공재건축의 첫 사업지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지 5곳은 서울 망우1, 신길13, 미성건영, 강변강서, 중곡 아파트다. 당초 컨설팅 결과를 통보한 7곳 단지 중 구로 산업인 아파트와 신반포19차는 제외됐다. 해당 두 단지 주민들이 공공재건축에 대해 반발한 것이 최종 후보지에서 제외된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사업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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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반포19차 조합 관계자는 “공공방식에 대한 주민 반대와 부정적 기류가 있었다. 원래 민간재건축도 같이 준비하면서 공공방식을 고려했었던 것이다. 현재는 민간재건축 사업을 계속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남권 등 유력 사업지에 이어 컨설팅 참가 단지에서도 이탈 사업지가 발생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공공재건축 사업 규모는 더욱 축소된 상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확정된 사업지에서 공급되는 세대 수는 2,300여 세대 남짓으로 당초 공급 목표보다 훨씬 줄어든 물량이다.

향후 공공재건축 사업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보궐선거에서 내세운 민간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35층 층고 제한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의 공약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재건축 완화 기대감으로 압구정 현대 7차 아파트의 245㎡의 호가가 80억원을 넘는 등, 서울 재건축 단지의 호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건축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주민 동의율이 사업 추진의 관건인데, 인센티브 등이 조합원들에게 있어 불충분하고 명확하지 않다. 공급대책을 진행할 주체가 향후 불분명할 수 있다는 점도 주민들의 공공재건축 동의 비중을 낮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공공재건축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지 조합원 5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재건축 추진 시 용적률과 용도지역의 상향, 층수 등을 높여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최대 70%를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공공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 시 해당 인센티브 수준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또 인센티브 내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성 낮은 지역엔 여전히 메리트”

반면 공공재개발의 경우, 민간재개발 완화 시 일부 사업지의 이탈이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일정 수준의 수요는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총 24곳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선정한 양평13구역, 양평14구역, 흑석2구역, 용두1-6, 신설1구역, 봉천13구역, 신문로2-12구역, 강북5구역 등 8곳이 1차 시범사업 후보지다. 이어 3월에는 상계3구역, 전농9구역, 신월7동-2구역, 장위8·구역, 장위9구역, 신길1구역, 성북1구역, 홍은1구역, 충정로1구역 등의 시범사업 2차 후보지 16곳도 공개됐다.

공공재개발 사업의 경우, 공공재건축보다 시장의 호응도가 더욱 높은 편이다. 이미 1차와 2차 후보지에서 공급되는 예상 물량만 2만5,000여호에 가깝다. 공공재건축 시 기부채납 비율은 최대 50%지만 이미 수도권 일부 재개발 기부채납이 20%까지 높아진 상태라, 상대적으로 진입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또 공공재건축에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공공재개발 사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재개발 사업지의 발목을 잡는 인허가 절차 역시 간소화된다.

전문가들은 민간정비사업 추진이 용이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따라 공공재개발 사업 수요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은형 연구원은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민간재개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관공서의 인허가 절차만 거치면 민간정비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지역은 공공사업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자체적으로 재개발을 진행하기 힘든 지역의 경우, 공공재개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차 후보지 선정 시 사업성 부족이나 주민 갈등으로 사업 기간이 10년 이상 지체된 곳을 중심으로 사업지를 선정한 바 있다.

이 연구원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지 공모에 참여한 재개발 사업장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면서 “탈락한 사업지들도 공공이 허용한다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재개발사업이 어려운 지역의 경우, 앞으로도 공공재개발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면서 “사업성과 주민동의 등 실제 사업추진이 쉽지 않은 지역에 공공의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시적인 선례를 확보해 공공재개발의 참여 요인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