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연간 생수시장 규모 1조원. 진입장벽이 낮은 생수시장에 수많은 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다보니 국내에 시판 중인 생수 브랜드만 약 20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연평균 10% 이상 급성장하는 생수시장에 묘한 비난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가 ‘최고의 물’로 꼽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생수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실제 오리온 닥터유 제주용암수는 지난 3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개최한 ‘제5회 먹는샘물·정수기 물맛 품평회’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칼슘과 마그네슘으로 계산되는 경도 200mg/L의 경수(경도가 높은 물) 제품으로 통상적으로 물맛이 무겁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특유의 청량하고 부드러운 물맛으로 평가 대상 제품 중 최고점인 89.75점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글로벌 생수시장에서 최고 자리를 지키는 ‘에비앙’도 88점으로 2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오리온이 판매하는 제주용암수가 ‘먹는샘물(생수)’이 아닌 첨가물이 함유된 ‘혼합음료’로 구분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생수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용암수 자체가 처음 출시됐을 때도 호불호가 갈리는 물맛으로 기억하는데 최고점을 받은 것을 보고 의아했다”며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닥터유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면서 기존 약점이었던 점들을 상쇄시키기 위한 마케팅인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혼합음료로 분류된 제주용암수가 여타 생수 브랜드와 비교 대상에 오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제주용암수는 미네랄이 포함된 용암해수를 원수로 사용한다. 제품 영양정보를 확인하면, 2L 제품 기준 칼슘 130mg, 칼륨 44mg, 마그네슘 18mg이 들어있다. 따라서 출시 당시 오리온도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해 기존 생수와는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품평회에서 국산 일반 생수·해양 심층수·탄산수·염지하수 등 부문을 구분해 점수를 매기긴 했지만, 74개 대상 제품 중 최고점을 얻었다는 점 하나로 ‘최고의 물’로 단정 짓기엔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품평회에서 제주용암수가 속하는 염지하수 부문이 올해 새롭게 신설됐고, 제주용암수 고문으로 참여한 고재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주최로 이뤄진 물맛 품평회인 점도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의문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제주용암수는 정말 물이 아닌 것일까. 통상 생수는 원수 그대로의 지하수인 반면, 제주용암수는 해수에서 염분을 걸러낸 뒤 빠져나간 미네랄을 다시 배합해 넣은 제품으로 가공과정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논란이 제기된 원인은 제주도와의 갈등이 꼽힌다.

오리온은 지난 2019년 제주용암수 출시를 외부에 알렸다가 제주도가 정식계약 없이 제품을 판매하려 한다며 국내 오프라인 판매를 막으면서 부진을 겪었다. 이미 제주도에 삼다수가 생산되고 있어 자원의 과당 경쟁 방지가 판매 금지 이유였다. 지난해 6월이 돼서야 제주도와 합의 후 국내 판로가 열렸지만 시장에서 타이밍은 이미 놓친 후였다.

업계 간 지속되는 제주발 물 전쟁에 소비자들은 혼동이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먹는샘물’이든 ‘혼합음료’이든 소비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이 5가지 생수 브랜드 맛을 정확히 구별해 큰 화제가 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 브랜드도 섞여있는 물맛을 구별하고, 브랜드 별 맛 특징까지 설명하는 장면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그만큼 소비자의 입맛과 눈높이가 전문가에 버금갈만큼 까다로워졌다는 반증이다. 미네랄이 많아 혼합음료로 분류된 물이라도 소비자가 찾으면 제품 인기는 당연히 오를 것이고,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으면 제품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한국 물이 글로벌 시장에서 ‘K-워터’로 거듭나기 위해선 서로 간 비난보단 상품 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