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의 안전진단 탈락 여파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양천구청이 결과 통보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데다, 세부 점수 등이 통보서에 모두 빠져 있어서다.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차 안전진단과 7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구청의 어떤한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이다. 주민들은 세부 점수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등도 준비 중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평가 방식 변경과 투명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통보서엔 총점만 기재...구청, 세부점수 비공개

지난달 26일 재건축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주민들의 움직임이 최근 바빠졌다. 일부 주민들은 양천구청 등에 정보공개 청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보는 2차 진단 결과에 대한 세부 평가와 점수 등이다. 추가적인 법적 절차도 염두하고 있다. 목동11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의 한 관계자는 “하루 새 변호사비 모금만 1,200여만원 가까이 모였다”면서 “구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팽배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인근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 인근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11단지 주민들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일 해당 주민들은 목동11단지 2차 안전진단 결과를 확인했다. 구청은 지난 2일 2차 안전진단 결과 통보서를 해당 사업지에 발송했다. 구청이 보낸 통보서에는 평가 총점(58.78)과 등급(C)만 표기돼 있었다는 것이 11단지 주민들의 주장이다. 재준위 관계자는 “한 장짜리 서류에 점수와 등급만 쓰여 있고 나머지 세부사항에 대한 수치는 아예 없었다”면서 “1차 안전진단 시보다 총점만 7점 가까이 상승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점수가 상승했는지 조차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목동11단지의 경우 지난해 6월 1차 안전진단 평가에서 총점 51.87점으로 D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1차 안전진단에서 A~C등급 이상인 경우는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30점 이하인 E등급은 재건축이 가능하며, 31~55점인 D등급의 경우 조건부 재건축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 등이 진행하는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을 통과해야 한다.

단지 내 다른 주민 역시 “납득할만한 근거나 객관적인 평가가 있으면 인정을 할 텐데 그 마저도 없다. 55점을 넘지 않으면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7점이나 올랐다. 이유도 몰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깜깜이 통보는 그간 구청의 미흡한 소통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11단지 재준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양천구청은 건기연에서 수백 페이지 규모의 2차 안전진단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후 일주일간 재준위는 물론 해당 단지 주민들이 연락을 했음에도 연락을 회피했다는 것이 11단지 관계자들과 주민들의 설명이다.

재준위 관계자는 “26일부터 구청에 연락을 했는데, 구청에서는 지속적으로 담당자가 외근, 출장 등을 이유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후 구청이 이의신청을 위한 준비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앞서 말한 외근 등의 사유는 거짓이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불신이 쌓인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언론 기사를 통해 안전진단 점수를 알게 됐다. 결국 항의 현수막을 내건 2일에서야 연락이 왔다”면서 “정보공개 역시 구청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기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아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이번 통보 시 소통이 일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지난해 목동 9단지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11단지 역시 세부적인 점수 등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 이후에도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정보 비공개, 형평성 논란·안전진단 불신으로 확산

구청에 대한 불신은 안전진단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번지고 있다.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선 단지들과 탈락한 단지들 사이에서 연식이나 노후도 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최종 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6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서 51.22점, 정밀 안전진단에서는 54.58점을 획득했다. 1차 안전진단 기준으로 11단지와 0.6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셈이다. 반면 6단지는 2차 안전진단에서 3.36점만 상승해 재건축이 가능해졌지만, 11단지는 1차보다 6.91점이 상승해 결국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셨다.

11단지 재준위 관계자는 “성산시영이 53점을, 목동6단지는 51.2점 가량을 획득해 11단지와 거의 차이가 없다. 노후도나 유지 보수 내역 자체가 거의 유사해 2차 안전진단에서 이런 점수 차이가 나오기가 힘들다. 적정성 검토가 어떤 근거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정부 등이 나서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단지 주민들과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2차 안전진단의 평가 기준 중 하나인 ‘비용 분석’에 대한 평가도 주관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진단의 경우 구조안전, 노후도, 비용 분석, 주거환경 4가지 항복으로 분류해 평가한다. 신정동에서 안전진단을 진행 중인 한 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비용 분석은 유지보수 시 비용과 재건축 시 비용 등을 점수로 환산하는 것이다. 다른 기준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면, 비용 분석은 미래에 대한 비용 평가라 기준에 따라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구철 도시정비포럼 회장은 “안전진단 세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주민들의 재산권이 관한 문제인데 그 결과가 나왔으면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면서 “안전진단의 두 가지 평가기준인 위험도와 경제성에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서 안전진단에 대한 평가점수를 맞춰야 하는데 이런 점수에 대한 안배 등이 치우쳐 있기 때문에 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