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수도권의 한 도시. 한겨울에 낡은 온수배관이 터지면서 난방이 중단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녹물 섞인 수돗물이 나와 지역민들이 피해를 봤다. 도시가 건설된지 수십 년. 노후화는 숙명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유지관리를 위한 정부의 예산은 넉넉지 않고, 전문인력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일 기계로 시설물 데이터를 모으고 인공지능(AI)이 위험성을 판단했다면 결과는 달라졌다. 신속히 문제점을 찾아내 예고된 재난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도시는 낡아가고 있지만 수십만명이 거주하는 드넓은 공간을 사람이 직접 관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실현가능한 '솔루션'을 찾는다. 올해 창사 6년을 맞은 신생기업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가 바라보는 미래다.

시설물에서 시작된 '전주기' 솔루션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한국은 AI(인공지능)가 반드시 필요한 나라다. 시설물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기술에서 시작해, 인력을 최대한 적게 투입하고 빠른 속도로 문제를 찾아 주는 기술.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전주기(Life Cycle Management)’라는 솔루션 플랫폼을 개발 중인 이유다"

20년 이상 공간정보 사업에 몸담아온 배경록 대표는 업계 초창기 멤버다. 배경록 대표는 1994년 한국 정부가 첫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자신은 도시공학과를 다니던 그해를 생생히 전했다. 배 대표는 "핵심 기술인 GIS(지리정보시스템) 자체가 한국에 처음 도입됐을 때"라면서 "외국 다큐멘터리를 보고 눈이 뜨여 무작정 공부를 시작해 공간정보 회사에 들어갔다. 당시 회사를 창업한 1세대들의 막내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공간정보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도와 지도 위에 표현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포괄하는 공간정보기술은 3차원 지도와 같은 위치정보 사업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단순 기술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문학적 접근법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인간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대표가 주목하는 분야는 사회기반시설(SOC) 노후화다. 당장 3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기는 어렵지만 이것만큼은 다가올 미래라는 분석이다. 이를 관리하는 공간정보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무한정보기술의 과제다. 그는 "시설물이 30년 이상을 넘기면 그때부터는 고장 나는 것이 정상이다. 노후 연한이 다됐기 때문"이라면서 "정부 정책은 시설물 교체보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유지관리는 소홀해지고 어느 날 노후시설 문제가 한 번에 터지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2018년부터 진행해온 '도로 빅데이터 사업'이 실마리가 됐다. 그는 "이전부터 드론을 중점적으로 해왔는데, 거기에 기술 트렌드에 맞는 사업을 덧붙였다"면서 "기존에 하던 사업은 도로에 대한 평가를 사람이 기존에는 값을 입력하고 입력된 값을 통계 분석하는 방식인데 회사가 개발한 것은 분석을 사람이 하지 말고 AI가 하자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솔루션으로 '무한'의 가능성을 꿈꾸다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를 바탕으로 생애주기에 맞춘 솔루션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노후 시설물 시장이 단기적 목표라면,  핵심 기술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하는 것은 장기적 플랜이다. 배경록 대표는 "드론을 이용한 데이터 자동 취득, 취득된 데이터 3차원 모델링 자동화, 수집·가공된 데이터 AI 자동분석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 일련의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전주기(Life Cycle Management)’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 기술개발에 손을 뻗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았다. 초장기 의존했던 공공시스템구축(SI) 분야에서 벗어나려는 분투가 그 시작이었다. 노동집약적인 공공기관 용역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회사는 2018년 연구개발(R&D) 사업을 수주하면서 첫 성과를 내게 된다. 2019년 비전 선포식을 진행하고 '지능형 공간정보 서비스 전문기업'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선언했다. 

배 대표는 "R&D 사업을 통해 실제로 만들고자 하는 제품만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면서 "그때부터 기술 트렌드를 조사하면서 타깃을 잡고 여기까지 온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지난 1년간 계획했던 사업들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자족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핵심기술은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토대다. 솔루션을 스마트컨스트럭션과 같이 민간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접목하면 B2B(기업 대 기업)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배 대표는 "저가의 장비로 도로 주변과 도로포장의 상태를 한 번에 취득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 중에 있으며 국내에서 안정성 확보 후 해외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팜, 특히 노지 정밀농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농업도 전문 인력이 감소하는 사업 중 하나다. 그 빈자리를 AI가 채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농업에 집중하는 것도 (노후 시설물 관리와) 같은 맥락이다"라면서 "사람은 줄었는데 면적은 그대로라면 기계가 도입돼야 하는데, 우선 기계로 토지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노하우의 영역도 이제는 기술이 대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존 농업의)경쟁력을 넘어서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위기, 돌파구는 동반성장

무한정보기술 배경록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추구하는 무한정보기술은 '데스밸리'의 중반을 지나는 중소기업이다. 회사는 효율적 성장을 위해 기획팀을 신설하고, 인력확보에 힘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부가가치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두 가지가 갖춰지면 강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지만, 지금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배경록 대표는 "아직 무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섯 살 된 철부지 아이"라면서 "어떤 회사가 만들어질지는 나도 궁금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도전 또한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에는 사회기반시설(SOC) 시설을 디지털화하고 노후 시설에 공간정보기술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기업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부 정책에 따라 업계 흐름이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배 대표는 "코로나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줬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사업을 잘 가져오면 기회가 될 것이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일찍 나온다면 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상생과 협업으로 마주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시장 환경을 기업이 모두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전문 영역을 강화하고 다른 기업과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주)공간정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조인트 벤처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는 "제품 기획을 통해 네이밍을 하고 그 분야의 사람들과 미팅하면서 제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가장 큰 고충은 협업이지만 동반성장을 위한 것이다. 공간정보 시장 파이를 키우고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