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전국 경매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경매 진행건수와 낙찰건수가 전월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2월 전체 낙찰률(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에 이어 지난달에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까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거시설의 경매 진행건과 낙찰건수가 증가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전문가들은 경매 건수 증가에 대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물량이 경매 시장에 나오면서 나타난 기저효과로 보고 있다. 다만 주거시설의 경우 높은 낙찰가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매보다 가격 메리트가 크다는 설명이다. 가격적인 장점과 물량 희소로 서울 등 주거시설의 높은 낙찰가율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전망이다.

3월 경매건수 전월比 약 19% 증가...낙찰가율 82.6% 사상 최고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6일 발표한 ‘2021년 3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1만1,850건을 기록했다. 전월의 9,983건보다 18.7%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11월에 기록한 1만4,943건 이후 4개월 만에 1만건을 넘어선 것이다. 2018~2019년 2년간의 월별 평균 진행건수는 1만483건으로 지난달 코로나 이전 수치로 회복한 셈이다.

이 중 4,926건이 낙찰돼 낙찰률은 41.6%를 기록했다. 낙찰건수 역시 전월보다 12% 가량 증가했다. 낙찰가율 역시 82.6%로 이는 낙찰가율 중 역대 가장 높다. 직전 최고치는 2003년 7월의 79.1%였다. 전국 모든 용도 부동산의 월별 경매 낙찰가율이 8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평균응찰자 수는 4.2명으로 집계됐다.

주거시설 경매, 1월比 57% 증가...서울 낙찰가율 112% ‘역대 최고’

높은 낙찰가율을 견인한 것은 주거 시설 경매였다. 주거 시설의 경매 진행건수는 전월의 4,470건에 비해 16.1% 가까이 증가한 5,191건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주거시설 진행건수인 3,292건보다 57%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주거시설의 진행건수는 지난해 12월 3,608건을 기록한 이후 올해 2월까지 3개월 연속 5,000건을 하회했지만 3월에는 코로나 휴정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다.

진행건수 급증에도, 주거시설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면서 낙찰률은 소폭 하락에 그쳤다. 낙찰가율은 2월의 89.7%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87.8%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크게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의 3월 낙찰가율은 112.2%를 기록해 지난해 10월의 최고치 111.8%를 넘어섰다. 수도권 전체 역시 낙찰가율이 109%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다시 썼다.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등 4개 광역시의 아파트 낙찰가율도 100%를 넘겼다.

진행건수 급증 ‘기저 효과’...“단순 회복 국면”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연초에 비해 경매 진행건수가 증가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증가한 수치는 아니다. 코로나로 인한 휴정 등이 있었기 때문에 입찰 기일 변경 영향과 신규 물량 유입으로 늘어난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장 팀장은 이어 “신규 물량 역시 현재 증가분을 감안하면, 경기 악화로 늘어난 경매 건수나 물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물량으로 인한 진행 건수가 증가했다고 파악하기에는 이르다.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했다고 진행 건수로 잡히는 것이 아니다. 감정평가 등 과정이 입찰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로 인한 확연한 진행건수 증가세는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일반적인 회복 국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물량세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낙찰가율 높지만 여전히 시세 대비 저렴...높은 낙찰가율 유지될 것”

장 팀장은 수도권 주거시설 낙찰가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세보다는 가격 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장 팀장은 우선 “낙찰가율은 감정가 자체를 기반으로 하는데, 감정가는 현재보다 최소 6개월 전에 책정된 가격”이라면서 “따라서 감정가에서 낙찰가율이 상승하더라도 현재 시세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이어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등 경매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의 주거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장에 가깝다. 따라서 낙찰가율이 상승하더라도 6개월 전 감정가격과 현재 시세와의 차이도 계속해서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올라오는 물량 중 일부는 감정가와 시세와의 갭차이가, 2년 전 시세보다 큰 경우도 발생해 입찰자들에게는 여전히 낙찰가가 더 저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 등 인기 상품 경매 물건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경매 낙찰가율을 상승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장 팀장은 “인기가 높은 서울 아파트의 경우, 경매에 나오는 물건 수 자체가 줄었다. 2018~2019년만 해도 월 100건 이상의 매물이 나왔지만 현재는 절반 정도만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경매시장이 더욱 유리하다는 인식에 더해, 공급도 줄면서 낙찰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이라면서 “감정가를 넘겨 낙찰을 받더라도, 인기 지역의 시세 상승폭이 높아 여전히 저렴하게 주거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향후에도 낙찰가율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