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재건축의 첫 관문, ‘안전진단’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일부 자치구에서는 안전진단 해결에 직접 발벗고 나섰다. 특히, 노후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노원구와 양천구는 올해 처음, 자치구 차원에서 안전진단 통과를 위한 ‘태스크 포스’를 출범시켰다.

다만 구청의 권한과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일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토교통부 차원의 거시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더 크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한 소통도 더욱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양천구·노원구, 올해 재건축 안전진단 지원 나서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재건축 아파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4.7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도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지역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일 양천구 목동 유세현장에서 목동 재건축을 정부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힘 오세훈 후보의 경우, 지난달 8일 상계와 목동 등에 대한 안전진단 착수와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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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단지가 비교적 많이 밀집한 자치구들 역시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안전진단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먼저 단지 재건축 지원에 나선 곳은 양천구다. 양천구청은 지난 1월 14일부터 목동 재건축 아파트 14개 단지를 대상으로 한 ‘목동 재건축팀’을 신설했다. 지원 규모는 총 92개동, 2만6'629가구다. 해당 단지에 포함되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은 436만8'463㎡다.

서울에서 안전진단 대상 단지가 가장 많은 노원구도 이달부터 관련 단지에 대한 지원에 착수했다. 노원구는 지난 1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지원을 위한 연구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노원구에서 안전진단 진행을 추진 중인 단지는 23곳으로, 서울시 등에 따르면 노원구에서 안전진단 연한을 충족하는 단지는 39곳, 6만여 가구다.

노원구는 우선 오는 7월을 목표로 재건축 지원을 위한 행정적 지원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의 재건축 개발 여부와 사업 타당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시계획 전문가와 별도의 건축 전문가로 구성한 자문단도 운영하고, 현행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분석과 완화 근거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밀한 구조 평가·지원방안 공고 등 실제적 지원 필요”

자치구까지 발 벗고 나서서 안전진단에 나서게 된 이유는 지난해 안전진단 규제 강화 이후 최종 안전진단의 문턱을 넘는 재건축 사업장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안전진단 업체 선정을 서울시가 담당하도록 강제했다. 2차 안전진단의 경우, 적정성 검토 등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현장 검증에 참여토록 의무화한 상태다.

실제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단지 중 유일하게 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은 목동 6단지는 안전진단 규제 강화 직전인 지난해 6월 2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후 9단지와 11단지 등의 단지는 6.17 대책에서 도입한 적정성 검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수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지원 자체는 반기는 편이지만, 안전진단 통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기영 목동 재건축연합 총무는 “난관 중 하나인 적정성 검토 단계의 경우, 사실 구청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실질적으로 검사 주체의 문제라 구청은 해당 단계에서는 일정만 조율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2018년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안전성의 비중을 50%로 크게 늘린 점 역시 마찬가지다. 재건축 단지들은 강화된 구조 평가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구청에 요구하고 있다.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계동의 한 재건축 단지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구청이 구조평가의 비중이나 안전진단 기준 등을 변경할 수 없으니,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해당 관계자는 “구청에서 표본 단지나 동을 지정할 경우 표본 세대를 최대한 끌어내고, 민간 재건축 단지와 협조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협력해서 정확한 구조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협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구청에서 단지의 임차인들이 이런 절차에 협력하기 수월하게끔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자치구 역시 자체적인 지원과 함께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안전진단 기준 완화 요구를 병행하고 있다. 노원구의 경우 이미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한 건의안을 국토부에 제출한 상태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의 핵심 관건인 구조 심사에 대한 내용이 건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안전에 편중된 기준점수를 항목별로 균등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건의안의 주 내용이다.

안전진단 지원에 나선 구청이, 정작 해당 재건축 단지와의 소통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밀 안전진단을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인 상계동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지원 내용은 파악했지만, 구청이 직접 통보해주거나 공문을 발송한 적은 없어, 모두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방역 문제일 수는 있지만 비대면으로라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만큼 브리핑이나 관련 내용에 대해 공유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천구 등에서도 소통에서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단은 지난 달 최종 안전진단에서 떨어진 목동11단지 주민들이다. 해당 단지 관계자에 따르면 적정성 검토를 끝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해당 결과를 양천구청에 통보했지만, 구청이 해당 단지에 알리지도 않았고 질의나 문의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총무는 “구청이 결과를 결정할 수는 없어, 그런 문제에서 구청을 힐난할 수는 없다. 다만 소통은 아쉽다. 11단지의 경우 결과 적극적인 통보는 아니더라도 문의에 대해 일정 부분 대응을 하지 못한 점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