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요 기업의 창업주 또는 2세의 별세 소식이 잇따라 들리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업 지분 승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의 10%에서 50%까지인데 상속재산이 30억 원을 초과할 것이 명백한 이들 기업가들의 경우 예외 없이 50%의 세율이 적용된다(제26조). 만약 이들이 상속세 납부 재원을 충분히 마련해 두지 않은 경우, 상속세를 내지 못해 고인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까지 매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공개(IPO)와 상장으로 인해 주식이 분산되어 지분구조와 주주들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장사는 특히나 고인이 보유한 지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경영권 자체를 잃을 수 있어 상속세의 높은 허들을 어떻게 넘는가는 해당 기업의 운명을 점치는 시금석이 되기도 한다.

- 퇴직금을 이용한 상속재원 마련...2020년 소득세법 개정 이후부터는 쉽지 않아

최근 별세한 ‘라면왕’ 고(故) 신춘호 농심 회장의 경우 수령한 퇴직금이 약 23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농심 및 농심홀딩스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신 회장은 농심으로부터 약 193억 원, 농심홀딩스로부터 약 38억 원의 퇴직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퇴직금은 퇴직 최종 월 기본급에 근속연수를 곱하여 산정하게 되지만, 소득세법 상 임원의 퇴직금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급 배수’를 곱하여 산정하게 된다. 가령 농심그룹의 경우 회장은 4배수를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56년 간 장기 근속한 신 회장의 경우 1년 근무시마다 4개월치 기본급이 퇴직금으로 적립되어 거액의 퇴직금 마련이 가능하였다. 신회장의 퇴직금은 현재 830억 원 규모로 알려진 상속세를 충당하는데 쓰일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이 같은 퇴직금 제도로 활용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경우에 해당한다. 조 회장 별세로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2,6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별세 당시 대한항공 등 9개의 계열사에서 임원을 겸직하고 있던 조 회장의 경우 대한항공으로부터만 퇴직금 610여 억 원을 수령하는 등 상속세에 충당하는 재원 상당 부분을 퇴직금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퇴직금을 이용한 상속세 재원 마련’은 상속 플랜의 핵심인 ‘지급배수’에 대한 제한으로 한계점에 봉착하고 있다. 원래 임원 퇴직금의 ‘지급배수’는 정관에서 정하기만 아무런 제한이 없었지만, 2011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지급배수’가 3배로 줄어든 데 이어 2020년 소득세법 개정에서는 이를 2배로까지 축소하였기 때문이다(제26조). 이러한 추세는 향후 임원 퇴직금에 대하여 인정되던 ‘지급배수’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수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앞서 살펴 본 신 회장 및 조 회장의 사례와 달리 앞으로는 퇴직금을 이용한 상속세 재원 마련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비상장주식에도 예외 없는 상속세 부과...별도의 상속재원 마련 필요

주식 상속에 따른 상속세 부과는 비단 대기업과 같은 상장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록 상장되지 않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상장사가 시가를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평가한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 비상장주식 또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통해 상속이 이루어지고 상속세가 부과된다는 점에는 하등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1항 제2호, 동 시행령 제54조). 이에 따르면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1주당 최근 3년간 손순익액의 가중평균액을 3년 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을 고려하여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한 이자율로 나눈 1주당 손순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각각 3과 2의 비율로 가중 평균한 가액’으로 평가하는데,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기업들 중 상당수는 낮은 이율로 대출받기 위해 장부상 기업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비상장주식이 상속될 경우 유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막대한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고, 상장주식과 달리 비상장주식은 물납대상도 되지 않아(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 제1항 제1호, 동 시행령 제74조 제1항 제2호) 별도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없다면 유족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고인이 운영하던 회사 지분은 물론 고인 명의로 되어 있던 모든 재산에 대한 상속포기까지도 고려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해외 사례에 비해 과도한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궁극적으로는 폐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으나,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바 당분간 상속세 재원 마련을 둘러싼 경영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