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중공업
출처=삼성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1분기 내내 수주 낭보를 전하며 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주 물량 가운데는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이 대부분이어서 눈길을 끈다. 

조선 3, 올해 목표 40% 달성…친환경 선박 효자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해 3월까지 약 123억달러, 한화 약 14조원에 달하는 수주를 달성했다. 3사의 올해 수주 목표 총액인 304억달러의 40%를 웃도는 금액이다. 

다양한 선종의 수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히 친환경 선박이 전체 수주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인해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LNG추진선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미래선박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50척의 LNG추진선을 수주한 바 있을 정도로 해당 분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18년 7월과 지난해 9월에는 각각 세계 최초로 LNG추진 대형 유조선과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하기도 했다. LNG는 기존선박 연료 대비 황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질소산화물 배출을 85%, 온실가스 배출을 25% 이상 절감 가능하며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이 외에도 한국조선해양은 다양한 친환경 선박 개발에 나서고 있다. 회사가 올해 1분기 가장 많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의 경우에도 이중연료 추진엔진,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황산화물 스크러버 등 각종 친환경 설비를 탑재해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수중소음을 최소화한 수중방사소음 규정 획득 원유운반선을 건조하기도 했으며, 자회사 현대미포조선, 미국선급(ABS), 마셜아일랜드 기국과 손잡고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에 나서기로 한 상황이다. 암모니아 추진선, 스마트 전기추진선, 수소 연료전지 추진선 등도 개발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수주한 선박 상당수가 이중연료 추진선이다. 특히 지난달 12일 수주한 1조959억원 규모의 30만톤급 초대형원유운반선 10척은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ME-GI 엔진)이 적용됐다. 해당 대규모 수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LNG추진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셔틀탱커, 그리고 LPG추진 LPG운반선에 이어 LNG추진 유조선까지 수주하게 돼 전 선종에 대해 이중연료 추진선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고압추진엔진과 저압추진엔진(X-DF엔진) 관련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출처=대우조선해양
지난달 11일 대우조선해양 서울 사옥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LNG 이중연료추진 VLCC 건조 계약식에서 (왼쪽부터) 박형근 대우조선해양 전무, 이성근 사장, 우제혁 전무가 계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 자체 개발한 공기윤활장치(ALS)를 적용한 선박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또한 올해 1월 미국 ABS선급으로부터 고체산화물연료전지 시스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적용에 대한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최근에는 로터 세일 시스템 등 다양한 연료 절감 장치를 독자 자율 운항 최적화 시스템인 DS4와 연계해 친환경 분야 기술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연료전지, 리튬이온전지 ESS, 신개념 배터리, 축발전기(SGM), 암모니아 추진 등 탈탄소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또한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꾸준히 LNG 연료 추진선 분야에서 잇단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 연료 추진선 36척(원유운반선 26척·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3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원유운반선 시장으로 국한하면 전 세계 발주된 LNG연료추진 원유운반선 2척 중 1척(57%)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다. 

삼성중공업은 IMO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에 대응하고자 지난 2012년부터 다양한 형태 및 재질의 LNG 연료탱크와 엔진 적용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LNG연료 추진선 분야에서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그 결과 작년 4월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발주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신조로서는 세계 최초로 LNG 연료 추진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최근 LNG연료 추진 핵심 기술인 연료 공급 시스템에 대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기존 저압용 가스-디젤 엔진(X-DF)에서 고압 엔진(ME-GI)까지 넓혀 모든 LNG 연료 추진선에 대한 기술 대응이 가능해졌다. 전 세계 모든 LNG 연료 추진 선박의 가스-디젤 엔진은 ME-GI와 X-DF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어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친환경 선박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하다. 환경 규제 강화로 LNG 연료 추진선 등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만큼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춘 국가가 없어서다. 즉,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친환경 선박 비중이 확대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탈탄소 정책, 환경규제 대응 목적의 선박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 노후 선박 교체를 중심으로 친환경·고효율 컨테이너선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