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제30차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사장. 출처= SK(주)
SK(주) 제30차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사장. 출처= SK(주)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ESG(친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개선)의 실현을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그간의 ESG는 ‘E(친환경)’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한계도 선명하다. 이런 가운데 주요 기업들에서 총수나 최고 경영자 등 특정 인물에 집중됐던 권한을 이사회로 분산시키는 전략에 속도를 내며 부족했던 'G(기업구조)'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영자 권한의 분산 

SK의 지주회사이자 투자전문회사 SK(주)는 이사회 산하에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신설함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구한다고 29일 밝혔다. 두 위원회는 대표이사/사외이사 후보의 추천, 대표이사 평가, 사내이사 보수 심의,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등 핵심 경영활동을 전담한다.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 평가와 함께 대표이사에 대한 상시적 견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임기 중 대표이사의 교체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는다. 

ESG위원회는 ESG의 실현과 관련된 전략을 분석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경영의 방향성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SK(주)의 최고 경영자는 일정 기간 동안 이뤄 낸 경영 성과를 이사회와 각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그만큼 최고 경영자의 권한이 분산되는 것이다. SK(주)는 신설될 2개 위원회 외에 기존에도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번 이사회 내 위원회 신설을 통해 SK(주)는 경영자의 권한을 견제하는 총 4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게 된다.

출처= SK주식회사
출처= SK주식회사

GS그룹은 GS타워 본사에서 제1회 ESG위원회를 개최했다. GS 이사회 산하에 올해 처음으로 신설한 ESG위원회는 지난 2월 각 계열사별 최고환경책임자(CGO)로 구성된 친환경협의체를 출범시켰다. ESG위원회는 그룹릐 ESG 활동에 대한 관리 감독을 목적으로 GS 이사회 산하의 위원회로 설치됐다. ESG경영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심의하는 등 그룹의 실질적 ESG활동을 총괄한다.

㈜한화도 29일 이사회를 통해 자사의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한화의 ESG 위원회는 그룹의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 내에 신설됐다. 이를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추구한다는 것이 한화 측의 설명이다. 위원회 인원의 과반수는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한화의 ESG 관련 회사 내 제반 현황과 추진 실적을 점검한다. 여기에 주요 보직 팀장들이 참여하는 ESG 협의체를 실무 조직으로 신설해 위원회의 운영에 힘을 보탠다. 

이러한 변화 시도는 그간 국내 대기업들이 소수의 경영인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 발생한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에 'G'의 트렌드가 불어오는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기업들은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함께하지 않으면서도 경영의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의 선임과 이사회 권한 강화를 통한 경영 모니터링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실천은 비단 최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SK나 한화, GS 뿐만 아니라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과 카카오, 네이버 등 IT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에게서도 나타나면서 이전과는 다른 지배구조의 구축은 재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향 ‘긍정적’ 실효성 증명해야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실천 방안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각 기업들이 표방한 방법론이 목표한대로 이뤄진다면, 지배구조의 개선이 이뤄져 완성형 ESG의 실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정화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 혹은 최고 경영자들의 소유경영 체계를 중요하게 여겼었다”라면서 “최근 기업들이 추구하는 지배구조 개선의 변화들은 명확한 목표가 있고, 경영진들도 권한을 분산하려는 의지가 강해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독립성이 확실하게 보장된 이사회와 위원회의 구성은 기존 지배구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강화되는 이사회의 권한이나 신설되는 별도의 조직들이 정말 독립적인가 혹은 총수나 최고 경영진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한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사외이사 혹은 신설 조직의 인력들이 본래의 역할인 경영권 견제와 감사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는 제도 개선 전과 후의 차이점을 비교하교 냉정하게 그 효과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그와 동시에, 역으로 이사회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혁신을 위한 경영자의 결단을 저해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주주 자본주의에 반하는 역효과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과 이사회 양자 간 힘의 균형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정화 교수는 “1970년대 미국의 경영계에서도 현재의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났는데, 당시에는 이사회의 과도한 권한이 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자의 결단을 가로막는 폐해들이 나타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ESG의 완성을 위한 국내 재계의 변화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이러한 의지들이 어떤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