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3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출처=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3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출처=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연간 최대 4,000억원에 달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통합 준비기간에는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문제, 국내선 독과점 우려 등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인수·통합 계획, 어떤 내용 담겼나?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31일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계획(PMI)과 관련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영향을 완전히 회복한다고 가정할 경우 추산 시너지 효과는 연간 3,000억에서 4,0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통합을 위해서는 통합시까지 적지 않은 통합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통합 후 약 2년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플러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자회사로 두다가 2024년에 통합 항공사를 출범하는 내용의 계획서를 산업은행에 제출, 현재는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20여개 워킹그룹, 100여명의 임직원을 비롯해 법무법인·회계법인 등 자문기관과 함께 아시아나항공과 10개 계열사에 대해 서류 실사, 직원 인터뷰, 현장 실사 등을 수행한 바 있다. 

이날 우 사장에 따르면 PMI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3개의 LCC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와 지원부문 회사들에 대한 운영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골자다. 

우선 대한항공은 진행 중인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한 후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된다. 이후 약 2년 정도의 별도의 독립회사로 운영하며 통합 준비를 마무리, 최종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해 통합 국적항공사로 출범할 예정이다.

우 사장은 “항공산업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통합하지 않고 별도 독립된 회사로 운영할 경우 허브공항, 네트워크, 기재, 인력 등의 자원 효율성 제고를 통한 시너지 창출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시너지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필수적이며, 시너지를 통해 통합 항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고, 고용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CC 또한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통합해 하나의 항공사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통합 LCC의 경우 통합 대한항공의 산하에 두는 방안과 한진칼 산하에 두는 두 가지 방안이 논의 중이다. 후자의 경우 진에어와 같다고 보면 된다. 대한항공은 향후 소요되는 자금, 준비상황, 공정거래법상 제한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서 면밀히 검토해 시기와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과 아시아나IDT도 하나로 합친다. 하나의 회사로 합쳐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 등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지상조업사 또한 통합한다. 반면 항공 예약·발권 시스템을 여행사에 제공 하는 토파스여행정보와, 아시아나세이버는 독립적으로 유지·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각자 고유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각각 별도의 해외 합작 파트너사가 있는 탓이다. 

우 사장은 “중복노선의 효율화, 연결편 강화, JV효과 증대 등을 통해 수익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고 비용측면에서는 시설과 인력, 항공기재, 터미널, 판매조직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재무구조 개선 및 이로 인한 신용등급 향상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신규 취항지 증가와 스케줄 시간 다양화, 상용고객 우대제도 통합 등으로 인한 고객 편익 향상과 인천공항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동북아 물류 허브로의 자리매김 등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출처=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출처=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출처=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출처=대한항공 온라인 기자간담회 갈무리

국내선 독과점·통합 LCC 등 쟁점 빠져

업계에서는 통합 대한항공의 출범이 늦어진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올 상반기까지 재무적 인수 절차를 모두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기업 통합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이에 오는 2022년 통합 국적사 출범을 자신한 바 있다. 

우선 기업결합심사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태국 터키 등 9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최소 4개국에서 승인이 나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겨우 터키에서만 승인이 났을 뿐이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미승인 국가에서 항공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항공이 여유를 두고 통합을 추진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실사를 통해 직접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양사 통합을 위해 거쳐야 할 일 들이 많았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주력 기종이 다르다. 대한항공은 보잉의 항공기가,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의 항공기가 더 많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재 단순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항공기 기종 교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 밖에 마일리지 제도나 IT 시스템, 회계제도, 조직 등 통합에 앞서 교통정리에 나서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다.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연내 내놓기에 시간이 촉박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에 시간을 벌기 위해 통합을 연기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서는 꾸준히 지적돼온 독과점 우려를 잠재울만한 확실한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일단 우기홍 사장은 “현재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슬롯 점유율은 약 40% 미만 수준”이라며 “이는 아시아, 유럽, 미국 등 타 글로벌 항공사들의 허브공항 슬롯 점유율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델타항공의 애틀란타 공항 슬롯 점유율은 79%, 아메리칸 항공의 댈러스 공항은 85%, 루프트한자의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67%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통합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회사 주장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시장은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워 특정 항공사가 독과점으로 초과이윤을 누리면 다른 항공사들이 진입해 공급력을 늘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항공시장에서 독과점에 따른 초과이윤을 얻긴 어렵다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또한 글로벌 항공시장을 볼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해도 점유율이 큰 편이 아닌 만큼 독과점 우려는 거의 없을 것이란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선만을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제선의 경우 양사가 합병하더라도 외항사가 있어 점유율 확대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선의 경우 국적사만 운항이 가능해 양사 통합시 LCC를 포함한 여객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특히 노선별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례로 제주노선의 경우 양사가 황금시간대를 점유하고 있는데다 LCC보다 상대적으로 좌석이 많은 기재를 운용하다보니 운임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보면 소비자 편익이 제고되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회사들은 내몰리고 살아남는 회사는 결국 운임을 올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추후 이와 관련된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3사를 합친 통합 LCC와 관련해서도 세부적인 그림은 마련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자회사)→아시아나항공(손자회사)→아시아나항공 기존 자회사(증손회사) 구조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갖거나 2년 내에 증손회사 지배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통합 LCC 본사의 위치도 미정이다.

진에어와 에어서울의 경우 수도권을 연고로 하고 있지만 에어부산의 경우 부산의 김해공항을 연고로 하고 있어 본사 유치와 관련해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날 대한항공이 발표한 PMI는 중요한 내용은 다 빠진 반쪽 계획에 불과하다”면서 “통합이 2년 미뤄진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앞서 나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국내선 독과점, 경쟁 제한 가능성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모호하게 제시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