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희 기자] 지난해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집어 삼켰다. 유례 없는 전염병의 확산은 세계를 마비시켰고, 각국 정부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색된 경제활동을 완화하는데 집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각국의 봉쇄를 통한 방역 정책은 경제 소비자들의 활동을 위축 시켰고 소매와 여행, 호텔레저, 항공, 미디어, 화장품 및 의류 등 경기소비주들은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렸다.

누르면 튀어나오는 곳이 있었다. 소비 주체들의 억눌린 수요는 가전과 가구, 컴퓨터,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로 반작용했다. 하지만 올들어 본격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을 갖게 하는 실질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보복소비의 영역은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 업종 중심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응축된 가계 저축은 이제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적' 보복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신 접종이 쏘아올린 경기회복 기대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지난해에도 금융시장은 치료제 개발 이후에 주목했다. 전염병이 진정될 수 있다면 코로나19로 멈췄던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인데, 올 들어 백신 보급이 속도를 내면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당겼다.

미국은 특히 백신 보급과 대규모 재정부양책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고 있다. 백신 보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미국인들의 26%가 1회 접종을 마쳤으며, 14%는 2회 접종을 완료했다. 하루 평균 250만명이 백신을 맞고 있는데 이런 속도라면 미국은 올 여름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9일까지 미국 18세 이상 성인의 최소 90%가 접종 자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백신 접종 확대와 각국 정부의 시장 유동성 공급은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과 억눌렸던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미국 미시건대학교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4.9로 전월(76.8) 대비 상승하며 예상치(83.7)를 상회했다. 3차 경기부양책 시행 및 예상보다 빠른 백신 접종으로 인해 소비자심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분석과 함께 소비 지출이 강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심리 회복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

국내 소비심리 역시 각종 지표에서 되살아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심리는 수출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내 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기 때문으로, 수출경기가 호조를 보일 때 소비심리가 동반 개선되는 양상을 보인다.

2020년 우리나라 수출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에 비해 5.4% 감소했지만 11월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올 2월 수출경기확산지수는 59.3포인트(p)로 전월 대비 6.3포인트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수출경기가 호황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과 수입 모두 경기상승(호황) 국면 상에 위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경제는 소규모 개방경제로 수출은 국내총생산에 기여도가 높으며 국내 증시에 대한 상관계수도 높게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가계 소비심리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를 기록, 지난해 1월 이후 14개월 만에 100을 웃돌았다. 

 

정부 재정정책도 소비 심리에 긍정적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4차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14조9,000억원의 추가경졍예산안이 처리됐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7조3,000억원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긴급 피해지원에 사용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3월말과 4월초까지 발표될 한국의 수출과 소비 등 산업활동 지표들이 예상보다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심리지표의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의 부양정책 등 외부 요인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심리지수도 12월 이후 3개월 연속 개선 중이며, 3월에는 100.5포인트로 100을 상회했다"며 "2월 취업자 수는 숙박음식점업에서 전월 대비 10만명의 고용이 개선, 이는 서비스업 활동의 개선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소비심리 개선에는 가계 재정도 한 몫 했다. 가계 소비여력을 나타내는 가계흑자율((가처분소비-가계소비)/가처분소득)은 2020년 평균 34.3%(도시근로자 2인 이상 가구 기준)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재난지원금 등으로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지출은 줄이면서 불황형 흑자와 같은 모습이 가계 재정에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전국 가구의 흑자율은 1~4분기 모두 30%를 넘었는데,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30% 이상 흑자율을 기록한 것은 2016년 4분기(30.3%)와 작년 1~4분기 등 단 다섯 분기 뿐이었다. 

소비 패턴 바꾼 코로나19, 경기회복으로 정상화 되나

코로나19는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 패턴의 양극화를 유발했다. 지난해 5월 이후 국내 내구재 판매액은 이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초호황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동 제한과 거리두기 정책으로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는 급격히 위축됐다.

내구재 대표 상품인 자동차와 가전의 판매액은 늘고 외부 활동에 필요한 의복과 화장품 판매액은 부진을 보였지만, 전 세계 백신 보급과 함께 향후 보복 소비가 발생한다면 그 동안 판매가 부진했던 상품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소비지출전망 CSI를 보면 아직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여행과 문화생활, 외식, 의류비 등에 대한 소비지출 심리는 먼저 회복되고 있고 향후 주가상승의 여지도 상대적으로 높아 보인다"며 "호텔과 레저, 소매, 유통이 매력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95년 이래 민간소비가 역성장한 보통의 소비 침체기에는 값비싼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내구재 소비가 전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며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제품, 컴퓨터 및 가구소비 호황이 지속됐고 방역 목적에 더해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로 자동차 수요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내구재 소비 증가에 한 몫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탈 코로나' 시대로 진입하는 앞으로의 소비 회복 과정에서는 억눌린 수요가 발생하면서 소비 패턴 정상화가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준내구재와 비내구재를 비롯해 서비스 소비 개선 모멘텀이 뚜렷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연구원은 "소비 반등 시그널은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준내구재 소매판매와 동행하는 백화점 매출은 2월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준내구재 소비 부진의 주 원인이 야외 활동 감소가 꼽히는데, 이 부문 소비 회복은 향후 서비스 소비 개선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