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대상㈜ 직원이 있다면 ‘즐기면서 일하고 있느냐’고 물어보라. 십중팔구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캐주얼 복장 근무와 해외여행 지원 등으로 직원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야근은 결코 하지 못하게 한다.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했다. 공자의 말에 따르면 대상㈜ 직원들을 이길 자는 없어 보인다. 즐기면서 일하기 때문이다.

으레 직장인들은 의무감으로 일한다. 일정량의 일이 주어지고 이를 처리해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했지만 일 할 때는 아니다. 정해진 규칙과 형식에 따라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율’과 ‘개성’ 혹은 ‘창의’라는 단어는 없다. ‘업무 효율’을 위한 변화 혹은 개선을 외치지만 대체로 구호뿐인 경우가 많다. 출근시간은 엄수하지만 퇴근 시간은 들쭉날쭉하다. 격식 탓에 불편한 옷을 입고 출근해야 하며 행여 휴가라도 낼라치면 눈치부터 보기 일쑤다. 하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 대상㈜ 직원에게 이 같은 회사 생활을 하소연 한다면 ‘남의 나라 이야기’듣는 듯 할 수도 있겠다. 무엇이 직원들을 즐기며 일하게 만들었을까.

우선 불편한 유니폼을 없앴다. 자신의 몸에 꼭 맞는 편한 옷차림이야 말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라 생각해서다. 유니폼 대신 ‘정장’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노타이에 캐주얼 복장까지 모두 허용하고 있다. 업무에 최적화된 복장이면서 자신의 개성까지 마음껏 표현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불편한 옷을 벗어던지자 직원들은 창의력에 날개를 달았다. 자연히 직원들의 손을 거쳐 나오는 제품 또한 창의적으로 바뀌었다. 고추장은 당연히 밀가루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카레나 스프에도 우리쌀을 활용해 보자고 했다. 밀가루 사용을 줄이자 급등하는 국제 밀가루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또, 우리쌀을 활용한 카레와 스프는 다른 제품과 차별화됐다는 이유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영업이익 상승은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대상㈜은 직원들의 창의력 개발에 특히 비중을 두고 있다. ‘일터’를 마치 ‘놀이터’처럼 여기고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또한 마련해 두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임직원 해외 다문화체험 프로그램인 ‘ACE’다. 대상㈜에서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는데 휴가를 내기 힘들어서 혹은 비용이 없기 때문에 가지 못하는 일은 없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3~4명 단위의 팀을 만들어 해외여행 계획을 발표하면 1인당 300만원의 해외여행 비용이 지원된다. 각 반기별 1회에 걸쳐 4~5개 팀이 선정되는데 지난 2010년 시행 후 지금까지 총 100여명의 직원들이 해외여행을 지원받았다.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쉬고 싶을 때 쉴 수도 있다. ‘휴가’ 혹은 ‘월차’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리프레쉬데이’라는 이름을 붙여 인식을 달리했다. 직원들에게 리프레쉬데이를 ‘권장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달력에 동그라미만 쳐놓고 인사팀 앞에서 망설일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5일 이상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기 리프레쉬데이’ 또한 지정, 본부장 및 팀장급을 선두로 권장하고 있다. 대상㈜은 엄마들도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다. 직원들의 보육부담을 덜고 워킹맘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청정원 어린이집’을 개원해 운영 중이다.

대상㈜에서는 모든 게 직원 위주이며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된다. 있지만 딱 하나, ‘강제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퇴근’이다. 오후 5시 30분이 되면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며, 업무량이 많을 경우에도 최소한 저녁 7시 전까지는 무조건 퇴근해야 한다. 여기에는 “현대 사회는 근면성 보다는 창의적 사고가 지배하고, 창의적 사고는 행복한 가정에서 나온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제도 도입 초기에는 각 업무의 양과 성격을 파악해 신규 인력을 충원하여 1인당 업무량을 줄였다. 과다한 업무량 때문에 정시퇴근을 못한다는 핑계를 없애기 위해서다. 또한 제도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사장이 직접 나서 정시퇴근제 실천여부를 점검한다. 당일 저녁 7시 이후 PC 접속자 현황이 다음날에 각 부서별로 신속하게 전산 업데이트 되어 사장에게 보고되며, 각 부서 임원들과도 공유한다. 이렇게 누적된 정시퇴근현황 자료는 ‘정시퇴근율’이라는 수치로 관리하여 연말 인사고과와 부서평가에 반영된다. 혹시라도 업무의 성격이나 행사 등의 이유로 야간 업무가 필요할 경우에는 사전에 정시퇴근 미시행 신청서를 작성해 부서장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일반 기업에서 보기 힘든 진풍경이 연출될 때도 있다. 야근을 하면 오히려 팀 내에서 눈치를 본다거나, 팀장이 팀원을 불러 “어제 왜 야근했느냐?”며 다그치기도 한다.

대상㈜ 관계자는 “2009년 이후 즐거운 일터 만들기를 위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라면서 “1956년 창립한 오래된 한국 기업의 이미지만큼이나 보수적인 기업분위기 쇄신을 위한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직원 창의력 향상이 매출 성장 불렀다”

대상(주)은 직원들이 일터를 놀이터로 여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사진은 락밴드 동호회 '블루가든'의 멤버들.

대상㈜은 정시퇴근제와 별도로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는 모든 직원이 5시 30분 정각에 일제히 퇴근하는 ‘가족사랑데이’ 제도 또한 시행하고 있다. 가족사랑데이가 되면 전국의 영업조직은 오후 2시에 실적을 사전 마감해야 하며 5시 30분 정각이 되면 사무실의 모든 전원과 PC를 끄고 퇴근해야 한다.

정시퇴근제 및 가족사랑데이 도입 초기에는 직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본사부터 현장의 영업조직까지 ‘남들 일할 때 노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치열한 식품 시장에서 경쟁 업체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마당에 정시 퇴근을 강행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직원들 스스로도 오랜 기간 동안 야근에 길들여져 있던 생활습관을 벗지 못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매출은 급격히 증가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8년 920억원으로 떨어진 대상㈜ 연간 매출은 정시퇴근제 도입 원년인 2009년에 1조9억원으로 식품업계 1조 클럽에 재진입했으며, 2010년에는 1조2000억원, 2011년에는 1조3900억원을 넘어 섰다. 올해는 1조 6000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직원들의 창의력 향상과 업무집중도 증가로 풀이된다.

한편, 대상㈜은 2012년에는 ‘건강한 식문화로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이라는 비전과 함께 글로벌화와 차별화를 통한 가치혁신으로 성장을 극대화한다는 경영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6년 글로벌 매출 5조원과 영업이익 5000억 달성이라는 창립 60주년 비전을 위한 사업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