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간 주요 카드사 대기업 결제대금 유동화 내역. 출처=각사 취합
3월 간 주요 카드사 대기업 결제대금 유동화 내역. 출처=각사 취합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카드업계가 대기업 결제대금을 유동화하며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는 기업 구매카드에 대한 이용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한솔제지의 카드이용대금채권 117억원을 활용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사업구조는 현대카드가 유동화를 위해 설립된 SPC와 양도가 아닌 참가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SPC는 카드대금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수령할 권리를 갖게 되고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이 계약을 통해 저금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기초자산이 되는 한솔제지의 카드대금은 참가대상자산이 된다. 즉 한솔제지는 카드이용대금 116억원을 결제일인 올 6월 18일에 지급해야 하며 이보다 앞선 3월 18일 승인일에 카드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미 지난해 6월부터 SPC는 참가권을 기초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왔다. 이미 발행한 후 미상환된 유동화증권 내역은 18일 만기인 126억원과 오는 4월 16일 만기인 131억원, 5월 18일 만기 129억원 등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15일 이랜드리테일의 카드이용대금채권 273억원을 기초로 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ABSTB를 발행한 이후 4회째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날 CJ대한통운의 카드대금채권을 기초로 635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효성중공업의 카드이용대금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처음으로 발행했다. 발행금액은 181억원이면 만기일은 오는 6월 10일이다.

SPC인 키스에스에프제팔차는 현대카드와 참가계약을 체결, 효성중공업의 카드이용대금채권 등 회수금원을 지급받을 권리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신한카드 역시 기업의 카드이용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ABSTB를 발행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카드이용대금채권 208억원을 기초로 18일 ABSTB를 발행했다. 만기일은 오는 6월 18일로 3개월짜리이다. 지난 9일에는 홈플러스의 카드이용대금채건을 기초로 142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 평가등급은 A2-(sf)이다.

하나카드 역시 기업매출채권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LG디스플레이의 카드이용대금채권 관련 회수금원을 지급받을 권리를 기초로 154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 평가등급은 A2+(sf)를 받았다. 카드이용대금채권 원금은 152억1,632만 원이다.

우리카드는 지난 16일 SK에너지의 카드이용대금채권을 기초로 237억원의 ABSTB를 발행했다. 같은날 LG화학의 카드이용대금채권을 기초자산으로 288억원의 유동화기업어음 발행에 나섰다. 평가등급은 A1(sf)이다.

지난 12일에는 SK이노베이션의 카드이용대금채권을 기초로 118억원의 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SPC를 통해 발행했다. 카드결제금액은 117억9,199만원이며 가맹점 입금일은 이달 15일~19일이다.

카드사는 유동화회사에 자산의 참가와 관련된 담보책임을 부담한다. 만약 카드이용대금채권이 참가계약 체결일 또는 참가일 현재 참가적격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법인구매가득약정이 무효, 취소, 해제, 해지 등의 사유로 효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 등에 신한카드는 담보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카드사들이 기업의 카드대금채권을 활용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이용한도를 재조정할 수 있어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데다 리스크를 일부 넘길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은정 나이스신용평가 SF평가 1실장은 “만약 한 기업으로부터 카드대금채권이 100억원이 있다면 그 기업 앞으로 리스크가 100억원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라면서 “이를 SPC에 넘김으로써 리스크 역시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기보다는 카드대금채권을 넘길 경우 그만큼 카드대금채권이 줄어들고 이를 해당기업에 대한 결제한도 증가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을 주의해야한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기초자산으로 활용할 카드대금채권 대상 기업을 선별할 때 상대적으로 상환 리스크가 큰 곳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솔제지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쇄용지와 특수용지 부문 등 수요가 감소해 매출 비중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대전공장 백판지 설비 증성과 재고자산 확충, 한솔이엠이 지분 취득 등으로 현금흐름 창출규모 역시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동국제강 역시 코로나19 확산과 국내 건설업황 둔화 등 수요산업 업황 관련 우려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관계사인 CSP제철소는 과거 건설기간 연장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증가와 글로벌 철강 업황 위축 등으로 자본잠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헤알화 가치 하락 등 영향으로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등 실적인 불안정한 모습이다. 결국 동국제강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1억500만 달러 내외의 추가 출자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