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얕보는 말로 ‘반도인(半島人) 기질’ 운운한다. 대륙과 해양 사이에 끼여 외부 교류가 빈약하여 덜 문명적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용어이다.

21세기 지금은 한국이 경제와 문화 그리고 인적 관계에서 세계와 폭넓게 교류하지만 과거 우리의 글로벌마케팅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 지부터 설명해야 할 정도였다.

한국과는 다르게 인도는 태생적인 글로벌 환경을 지니고 있는데 21세기 경제가 글로벌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이러한 특성은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태생적 글로벌 환경의 인도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 인도시장에 대한 전략적 사고이다.

인도의 태생적 글로벌환경은 먼저 지정학에서 시작된다. 아시아 서쪽에서 중국과 위로 맞닿고 서진(西進)하여 유럽으로 향하며 아래로 중동을 거쳐서 아프리카로 이어지면서 중국 이후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교통로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엘지 전자 등 한국의 대기업은 내수시장은 물론 이러한 지리적 이점을 염두에 두고 인도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국제정치에서 인도가 대우를 받고 있다.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갖는 첫 정상회담, 쿼드(Quad)4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데 이에는 인도가 절대적이다. 중국 견제에서 인도가 갖는 의미는 4개국 중 하나 정도가 아니다. 이런 존재감 때문에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보장을 이끌어내고 낼 수 있고 중국 또한 인도와의 국경분쟁에도 불구하고 유화적 제스처를 쓸 수밖에 없다.

인도인 이주노동의 사회학적 의미 또한 글로벌적이다. 오랫동안 인도의 이주노동은 세계적이다. 최대 이주분포(diaspora)인 중국 화교가 5000여 만 명인데, 인도 디아스포라는 4000여만 명으로 중국 규모에 육박한다.

인도 디아스포라는 글로벌 분포와 함께 귀소본능의 부족특성 그리고 인도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정체성과 합쳐져 중국보다 본국과 밀접한 관계이다. 디아스포라 인도인의 본국 송금은 연간 900억 달러로 중국보다도 많다.

송금규모뿐만 아니다.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특성에서 본국과 갖는 유대감은 결속이 높고 실질적이어서 실리콘밸리가 큰 장애 없이 인도 IT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지난 20여 년 동안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인도 IT협력이 제자리 걸음인 것과 대조된다.

인도의 태생적 글로벌환경을 말할 때 언어특성을 빼놓을 수 없는데 바로 ‘영어사용’이다. 통용되는 언어만 하여도 22가지 이상인 인도에서 두 언어만 공용어(Official Language)인데 영어가 그 중 하나이다. 인도는 비(非)영어권 국가 중 가장 많은 인구의 영어사용 국가로 꼽히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인도가 글로벌적 존재로 인정받는 것이다.

물론 영어가 인도 공식 공용어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인도인이 영어를 할 줄 안다고 오해는 금물이다. 또한 많은 인도인들이 비즈니스 영어를 한다고 하여도 절대적 신뢰를 주어선 안 된다. 이들도 영어는 배워야 할 수 있는 언어이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태생적인 인도 특유의 글로벌적 환경이 인도경제를 이끌고 있다. 인도시장 전략에서 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