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부임해서 장관직을 수행하던 변창흠 장관이 LH투기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했다.이에 대통령은 사의를 수용하며 공급대책까지는 마무리하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책임지고 나가겠다는 장관에게 마무리를 기대한다니 의아하기는 하다.제대로 추진될 리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매몰비용

기초 경제학내용중에 매몰비용이라는 것이 있다.매몰비용을 한자로 풀이하면 묻혀버린 비용이 되는데 이미 가라앉아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가리킨다.회수가 불가하기 때문에 매몰비용의 경제적 가치는 없다고 봐야하며 경제적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매몰비용은 고려대상이 아니다.교과서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지만 실제 현실세계에서 매몰비용은 경제학 원리와 상관없이 ‘아까운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매몰비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콩코드 여객기가 있다.세계최초 초음속 여객기였던 콩코드는 영국과 프랑스가 협력하여 만들었는데 , 여객기로 운용하기에는 경제성이 낮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 양국은 개발비로 지출된 비용이 아깝기도 하고 중도포기하기에는 양국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콩코드는 누적된 적자와 폭발사고로 인해 2003년말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지금까지 투입된 비용이 아까워서 적자가 불보듯 뻔한 사업을 지속한다는 것.이후 콩코드는 매몰비용으로 인한 대표적인 실패사례가 되었다.

변창흠 장관에 대해 현정부도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나 판단된다.그동안 고생해서 변장관이 부동산 2.4공급대책을 준비하고 추진해 왔는데 한달 조금 지난 3월에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기에는 어딘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2.부동산 공급대책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국토교통부를 보면 , 이미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는 장관의 지시사항이 제대로 시행될 것 같지는 않다.이미 이빨빠진 호랑이가 아니던가.인사권도 없는 리더에게 충성을 보일 공무원이 몇이나 될까.국토교통부에서 이미 공급대책의 추진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LH,SH는 과연 공급대책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그 역시 가능성은 낮아보인다.조직을 와해시켜서 다시 재편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있고 , 전수조사를 통해 투기직원을 발본색원하겠다하니 , LH사태가 정리되어야 본격적인 공급대책 추진이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공기업 조직 자체가 존폐위기에 처해있는 현상황에서 조사,수사등이 마무리된 이후 공급대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년넘게 공급대책의 실행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변장관이 1년 넘게 국토교통부에 남아서 공급대책을 추진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미 시장의 움직임은 2.4대책은 폐기된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다.공기업이 재건축과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일명 공공재건축.재개발에 대해 기존의 주택소유주들은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당신들 앞가림이나 잘해라’는 것으로 태도가 바뀌고 있다.

결론을 내자면 이렇다.정부는 정말 공급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자 한다면 역설적으로 새로운 장관을 서둘러 임명해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2.4대책은 이미 직원들의 투기를 잡지못했던 장관의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기존 대책을 그대로 승계해서 추진하더라도 후임 장관이 하는 것이 추진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공급대책에 있어 차질이 예상되는 순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해서 매매가격의 상승세가 더욱 급격해지게 될 것이다.정말 집값을 잡고 싶다면 흠결없는 장관후보자를 신속히 임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다.이미 설득력과 추진동력을 잃은 변장관에게 공급대책 마무리를 맡기면 시장의 혼란만 더해질 것이다.매몰비용 고려하다가 더 좋은 장관 임명할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