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건 마클 왕손빈의 충격적인 폭로

지난 3월 7일, 미국 CBS 방송에서 방영된 영국의 메건 마클 왕손빈의 폭로가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한 대담에서, 해리 왕자와 결혼한 마클은 영국 왕실에서 생활할 당시에 너무 힘들어서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심정을 밝혔다.

또 왕실은 자기 아들 ‘아치’의 피부색을 우려해 왕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마클은 영국 왕실을 떠난 배경을 폭로하면서 “순진한 상태에서 영국 왕실에 들어갔다. 왕실 가족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클은 왕실 일원이 된 뒤 침묵한 채 지냈는데 “왕실로부터 보호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왕실 기관은 다른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왕실은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무심했다고 말했다.

마클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미들턴 왕세손비가 2018년 5월 마클 왕자비의 결혼식 때 눈물을 흘렸다는 당시 보도에 대해 “눈물을 흘린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고 3년 만에 반박했다. 마클은 작정한 듯 폭로했다.

이날 인터뷰는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과 결별한 이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로, 미국과 영국은 부부의 인터뷰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들썩거렸다. 결혼 직후부터 왕실과 불화설이 나온 두 사람은 2020년 1월 왕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에 살고 있다.

마클 인터뷰가 불붙인 영국 왕실 폐지론

인터뷰 직후, 언론은 마클의 인터뷰가 영국 왕실에 폭탄을 떨궜다고 평가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마클이 왕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밝힌 점이다. 미국 배우 출신인 마클은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결혼 경험이 있다.

아들 아치가 태어났을 때, 영국 왕실은 피부색으로 인해서 아치를 왕자로 삼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마클은 주장했다. 마클의 인종차별 폭로에 더해서, 해리 왕자는 정신건강 문제에 왕실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떤 도움도 못 받았다고 했다. 점입가경이다.

부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왕실의 ‘전근대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이다. CNN은 “인터뷰에서 드러난 사건들은 유연성이 결여된 왕실이 21세기를 사는 대다수 보통 사람이 겪는 문제조차 수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부부 인터뷰의 후폭풍은 거세다. 고답적 양태에 실망한 영국 국민은 왕실 폐지론을 재점화할 분위기이다. ABC는 “해리 왕자 부부는 한때 왕실 쇄신과 현대화의 해답처럼 여겨졌다. 그런 이들이 왕실로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언급했다”고 꼬집었다.

왕실에서 추문이 불거질 때마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유지해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왕실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상징적으로만 존재하지만, 만인이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국가에 왕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었다.

사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왕실을 겨우 유지한다는 시각이 많다. 1952년부터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찰스 왕세자에게 왕위를 계승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 인기가 왕실 폐지론을 가라앉히는 데 필요함을 잘 알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

​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시황제의 진나라가 통일 15년 만에 멸망한 사실은 유명하다. 시황제는 유능한 지도자였으나, 그런 유능함이 도리어 망국을 초래한 빌미가 되었다. 만리장성과 아방궁 등 무리한 토목공사와 분서갱유는 민심을 크게 이반시켰다.

그러나 50세에 천하 순찰 중 급사한 시황제를 뒤이은 2대 황제 호해가 아버지만큼 유능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시황제의 18번째 아들 호해는 시황제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무능했고, 잔혹했으며, 무자비했다. 진나라 망국 실질적 책임자이다.

호해는 황제 자격이 없는 막내아들이었다. 그러나 중거부령 조고와 승상 이사의 도움으로 황위에 올라 만행을 시작했다. 자식이 없는 진시황의 후궁들을 모두 진시황을 따라 죽게 만들고, 시황제 무덤에 궁노 기관을 설치한 장인들을 산 채로 파묻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호해는 여러 왕자와 대신들이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서, 왕자와 공주 20여 명과 시황제의 측근 대신 몽염, 몽의 등을 죽였다. 이렇게 죽임을 당한 사람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폭군의 폭압이었다.

호해는 토목공사를 계속 추진했고, 세금과 부역을 중과했다. 민란 봉기가 터졌지만, 호해는 점점 가혹해졌다. 그러나 호해는 오래가지 못했고, 자살로 인생을 마무리한다. 오랑캐(胡)가 무서워서 쌓은 만리장성이 아니라, 아들 호해(胡)가 나라를 망친 셈이다.

브리타니아야, 통치하라!

대니 돌링과 샐리 톰린슨의 『브리타니아야, 통치하라!(Rule Britannia!)』(2019)의 부제는 ‘브렉시트와 제국의 종말’이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에서 출간된 여러 책 중의 하나이다. 브렉시트가 실행된 마당에 과거에 출간된 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과거에 발표된 미래전망서를 읽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전망 당시의 논점, 전망의 적중 여부, 사태의 전개 과정. 그렇다면 『브리타니아야, 통치하라!』는 영국 미래를 어떻게 전망했을까? 부제 그대로이다. 브렉시트와 제국의 종말이다.

『브리타니아야, 통치하라!』는 EU 탈퇴 투표는 영국 정신에서 벗어나는 구 제국 마지막 순간이었다고 주장한다. 향수에 젖은 오판은 영국 제국 역사에 대한 지식 부족, 영국의 지위 불안, 영국의 미래에 대한 비현실적인 비전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영국은 브렉시트 실행으로 역량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과 새로운 무역 관계를 신속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환영 모임이 없다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만, 기본 정서는 어둡다.

평민이 된 해리 왕자 부부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해리 왕자 부부는 100억 원의 방송 출연료를 받기 위해 영국 왕실의 치부를 폭로했다. 브렉시트의 심각성을 아랑곳하지 않는 해리 왕자 부부는 불안한 영국의 미래를 여실히 보여준다.

『브리타니아야, 통치하라!』는 영국의 애국가 제목에서 차용했다. 여러 애국가 중 하나인 『브리타니아야, 통치하라!』는 제임스 톰슨 시에, 토마스 아네가 음률을 붙인 곡이다. 대영제국 영화를 노래한 곡 제목처럼 과연 영국과 왕실은 부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