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정부 정책 못 믿는다. 추가 공급 계획 중단해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사전 토지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또한 해당 지역 지자체 공무원들까지도 투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졌다. 해당 지역 토지주들은 공무원의 '묻지마 투기'를 이미 알고 있었다며,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허탈감을 내비쳤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3기 신도시 백지화...토지주 조사 대상 확대해야"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공전협)는 10일 오후 2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LH직원 신도시 토지 투기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3기 신도시 백지화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3기 신도시 7개 지구(하남 교산지구, 남양주 왕숙1·2, 인천 계양, 과천, 부천 대장, 고양 창릉)와 안산 장상, 부산 내리, 서울 영등포 쪽방촌, 성남 낙생, 대구 동구 등 공전협에 소속된 총 65개 사업지구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 3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 백지화와 수용 및 보상절차의 즉각 중단 ▲ 신도시 업무담당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개발 지방도시공사 등으로 조사 대상 확대 ▲ 강제수용방식의 개발계획 추진 전면 중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민들은 정부의 ‘일방통행’식의 수용과 개발 방식을 반대한다. 공공주택 사업 제안과 도시계획 심의 및 지구계획수립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 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전협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공공주택 특별법' 폐지 요구 등이 담겼다. 

공전협 임채관 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LH임직원들이 실명으로 땅을 사들이고, 묘목식재와 지분 쪼개기, 위장전입, 대리경작 등 갖은 수법을 동원해 투기를 일삼은 것은 조직적 범죄행위"라고 일갈했다.

임채관 의장은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 및 전국 공공주택 사업지구의 수용·보상에 따른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LH직원 땅 투기가 추가로 밝혀진 수용지구는 보상이 끝나도 추가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장은 "1·2기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지구로 조사대상 사업지구를 확대해야 한다"라며 "LH뿐만 아니라 신도시 업무 담당 지자체와 공공개발담당 지방도시공사 등에 대한 조사 확대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흥시 과림동 토지주 A씨는 "정부에서 토지주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수사'를 해야 한다"고 역성을 냈다. 

광명·시흥지구 과림주민대책위원회 전영복 위원장은 "정부는 공공주택사업으로 주민들이 평생 땀 흘려 일군 소중한 재산을 헐값에 빼앗는다"며 "LH는 개발이익을 독점하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의 개발 정보를 훔쳐 사익추구에 여념이 없으니 이 정부가 과연 공정한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묻지마 투기' 성행..."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것"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소문으로 돌고 있었던 일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B씨는 "예전부터 LH직원이 앞장서서 토지 보상을 노리고 땅을 사라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들의 추천을 받고) 그렇게 과천에서 토지보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왕숙지구 진접대책위원회 관계자 C씨는 "공무원들이 그린벨트라도 토지라면 '묻지마 투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미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신도시 토지 거래내역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는 "지자체가 토지 수용을 협의하게 돼 있다"며 "지자체도 알고 있던 부분인데, 현재 LH만 조사 대상인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전했다.  

토지보상의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 제도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LH보상정보에 따르면, 감정평가업자 3인 이상에게 평가를 의뢰해 평균금액을 보상금액으로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창릉지구 통합주민 대책위원회 관계자 D씨는 "3명이 합산해 10% 내외에서 보상금액을 정한다"라면서 "LH직원이 땅을 매입하면 이분들은 토지보상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는 곧 나머지 금액으로 원주민 토지 보상 금액을 조정하기 때문에 저가로 보상 받는다는 말이다.

또 다른 주민 E씨는 "공시지가 자체가 조정이 안 된 상태에서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다"며 "감정평가제도가 LH에 맞춰지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 의장은 "3기 신도시 뿐만 아니라 전국 공공주택지구에서는 이번주부터 LH와 접촉을 일체 하지 말라고 했다"며 "지장물 조사나, 환경성 평가 등 보이콧을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광명 시흥 신도시 지구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광명 시흥 신도시 지구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공시지가 보다 비싸게 산 땅


시흥시 과림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저렴한 토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과림동 F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LH 직원이 묘목을 심어) 문제가 되는 토지는 3.3㎡당 150만원 선에 거래됐다"면서도 "원래 공시지가는 3.3㎡당 110만원인데 비싸게 사길래 이상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 일대 도로가 인접한 토지는 3.3㎡당 200만원 선"이라면서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3일 전에는 3.3㎡당 250만원까지 팔렸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토지주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주택과 마찬가지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F 공인중개업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 사태에 대해 “전국적으로 집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정부가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며 희망만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