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하루에 남쪽으로 세 군데를 방문하느라 이십여 시간 가까이를

운전하는 강행군을 치루었습니다.

조금은 힘들다고 느끼며 돌아오는 차속에서 심야 라디오를 듣는데,

진행자가 바이올린 연주자가 연주가 끝난 후에는 바이올린의 줄을 풀어놓고

다음을 대비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연주 이후에도 계속 줄을 팽팽히 해놓으면 나무가 휘고, 악기가 망가지게 됩니다.

결국 삶속에 적절한 긴장과 쉼의 균형을 얘기하는 건데, 내게 해주는 말로 들렸습니다.

스스로를 평소에 너무 조심조심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해 때론 기분파(?) 사나이를 동경하며,

요즘 말로 필 받으면 삶의 여러 면에서 가끔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 싶은데,

이제 몸에서, 또 마음에서 무리 신호를 보내는 듯합니다.

그러다 신문에서 우리나라 최고령(83) 현직 피아노 조율사의 삶의 태도를 만났습니다.

독학으로 이 일을 배워 지난 60여 년간 이 길만 달려왔는데,

정부가 인정한 ‘피아노 조율 명장 제1호’이기도 하답니다.

지금도 현직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한 국내외

유명 피아니스트의 연주 전 피아노를 돌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청력관리를 위해 시끄러운 곳에는 가지 않고, 이어폰도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과음하면 소리가 멀리 들리기에 맥주 반 컵이 주량인 그것마저도 조절한다고도 하고.

과거 해외 유명 피아니스트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는

여름 감기에 걸렸지만 감기약도 안 먹었다고 합니다.

공연히 감기 걸린 것이 풀어진 것으로 보일까 오해받기 싫었다고 하네요.

그의 삶의 태도를 보니 거의 성직자의 삶에 가까웠습니다.

너무 조심조심해 살아서 재미없다고도 생각하시나요?

저 남쪽에 가서 만난 분들이 한분은 상사였고, 다른 한분은 은사였는데,

지금은 함께 세월을 얘기하는 사이들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많지만,

통증 예방은 물론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도 운동하게 된다고 하자

내가 벌써 그걸 아는 나이가 되었냐며 함께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봅니다.

단 하루의 무리가 오래가는 것도 문제겠지요.

그러나 조심 조심을 벗어나 기분파로 주행하다보면

내속에 마음과 몸의 에너지가 진폭을 거듭하며

그 진폭의 회복에 시간이 걸려, 일상의 평온한 에너지를 유지하지 못할 듯합니다.

그리하여 오늘도 일상을 서행하며, 루틴의 소중함을 따르며

내 속에 에너지를 충만하게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봅니다.

춘삼월의 날씨만큼 에너지 충만한 하루하루를 소망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