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를 위해 또 다시 대규모 지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재난에 따라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만 10차례 이상이다.

하지만 앞서 내놓은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가장 중요한 유동성 지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해 현장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항공업 살리기에 사활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산업에 대해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놨다. 항공 수요가 완전히 살아나기 전까지는 최소 2년에서 4년이 소요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항공산업 코로나 위기 극복 및 재도약 방안은 ▲고용안정 지원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항공사별 맞춤형 회복 지원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다변화 ▲단계적 노선복원 기반 마련 ▲항공산업발전조합 설립 등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항공사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지난해에 이어 최장 180일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한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연장을 적극 검토하고 특별고용업지원업종에 한해 무급 고용유지지원금도 90일 연장해 추가 지급한다.

항공기 취득세와 재산세에 대한 감면·연장 재개여부를 검토하는 동시에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6월까지 연장한다. 슬롯(운항시간)과 운수권 회수도 유예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지원하면서 중견 저비용항공사(LCC)에 2,000억원을 지원한다. 

더불어 매출로 직결되는 수요 확보도 돕는다. 무착륙 관광 비행을 지방공항에서 운항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이용대상도 외국인까지 확대한다. 예컨대, 지방공항에서 무착륙 관광비행편을 시행하는 항공사나 여행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식이다. 방역 신뢰국가와 단계적 노선복원, 교류재개를 위한 트래블 버블도 추진한다. 이 밖에 항공산업의 자생력 제고를 위해 하반기 중으로 항공산업 발전조합도 설립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선제적 지원으로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게 국토부의 자평이다. 실제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내놓은 항공업 지원책만 10여 차례가 넘는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환영보다는 아쉬움에 가깝다. 앞서 나온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거듭 요청했던 유동성 지원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부족해 현장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출처=제주항공
출처=제주항공

“직접 금융 지원 절실한데… 기존 수준에 불과”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크게 획기적인 지원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그간의 지원을 정리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항공사들이 그간 거듭 요청해온 직접 금융 지원은 크게 나아진 바가 없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항공산업 발전조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 연장이나 공항사용료 감면 등은 확실히 비용절감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다만 기존의 지원책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나온 것을 정리해둔 느낌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에도 LCC에 기안기금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은 곳이 드물었다. 금번 추가 지원의 경우 금액도 적거니와 실사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하루하루가 급박한 항공사들에게는 당장 체감이 될 정도의 도움이라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LCC관계자 또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특별고용지원 업종 연장의 경우 근로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회사 경영 측면에서 보면 약간 온도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지원 금액도 해외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어서 아쉽다. 또한 금융 지원 시 실사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당장 1,2분기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면 대책이 없다. 지원해줄거면 하겠다고만 하지 말고 속도감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풀서비스캐리어 관계자는 “조합설립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자고일어나면 적자가 5억 원씩 쌓인다. 당장의 유동성 마련이 급한 상황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인데 계획대로 하반기 조합을 설립하고 제대로 운영에 나설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발표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등은 대부분 지난해 발표한 정책을 연장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세제지원이나 감면 등 지원의 폭이 늘거나 하진 않았다. 그나마 눈에 띄는 지원은 중견 LCC 2,000억 금융 지원이다.  올 한해 항공사들이 부족할 것으로 국토부가 추산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해외의 지원규모와 비교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수준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현재까지 5개 항공사에 5,415억원의 정책금융을 지원했다. 고용지원과 공항시설사용료 등 감면을 다 합해도 지난해 말 기준 4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항공사 보조금·대출에만 75조원을, 유럽연합의 경우 KLM-에어프랑스와 루프트 한자에 각각 12조원씩 보조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외의 지원책은 ‘검토’가 대부분이다. 지원을 확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례로 정부가 연내 도입하겠다는 트래블 버블의 경우 상대국가, 시기, 대상, 방식 등 모든 게 미정이다. 항공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버티기 위해선 체감 가능한 과감·신속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지원 방향이 회생 불가능한 업체에 대한 무차별적 지원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에 재기할 수 있는 업체를 염두에 둔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풀서비스캐리어의 경우 유상증자나 인수합병이라는 카드가 있지만 LCC의 경우 자구안을 내놓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취약계층에 해당한다”며 “정책 금융 지원 시 고용 유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겠지만 취약 LCC들에 대해선 맞춤형 핀셋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