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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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대한항공이 52돌을 맞았다. 1969년 3월 1일 창립한 대한항공은 항공업 황금기 눈부신 발전을 거쳐 현재 유일무이한 국적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난기류를 맞아 본격 체질개선에 나선 대한항공이 앞으로도 국내 항공산업의 확고한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한항공, 50여년 만에 업계 1위 항공사로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 대한항공은 창립 52주년을 맞았다. 코로나19 인만큼 별도의 창립기념일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창립기념사를 올려 전사적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69년 3월 1일 출범한 대한항공은 조중훈 한진그룹 창립자가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출범 당시 8대 뿐이던 항공기는 지난해 기준 170대로 증가했고, 국제선 역시 3개 에서 지난해 기준 44개국 127개 도시로 늘었다. 

민영화를 이룬 대한항공은 1980년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입지를 공고히 다져왔다. 1988년 서울 올림픽,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정책 등도 맞물리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왔다. 세계적인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창설하는가 하면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를 통해 세계적 경쟁력도 확보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 늘 행복한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후반 세계 항공업계의 공급 증가에 따라 경쟁이 심화됐고 1997년 외환위기로 국내 시장도 쪼그라들었다. 2000년대에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도전을 받으며 진에어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후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등 예상지 못한 전염병으로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외부 뿐 아니라 내부의 문제도 불거지며 고비를 겪었다. 2014년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불법과 탈법 경영, 가족들의 갑질 등이 잇따라 노출되면서 대한항공은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결국 그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벌총수로는 처음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이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현재 대한항공은 창립 이후 사상 최악의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며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 주요 항공사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4050억원, 23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액 12조2917억원, 영업이익 2864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40%, 17% 감소한 수준이다. 2019년 실적이 여객수요 성장둔화와 화물사업 부진, 일회성 인건비 등으로 2018년 이전 보다 크게 감소한 것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마냥 안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출처=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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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풍파, 자산매각·항공화물로 버텨라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풍파 가운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으로 유동성을 마련함과 동시에 항공화물로 유례없는 위기를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5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으며, 7월 창사이래 최대 유상증자를 통해 1조1,193억원도 확보했다. 이어 8월에는 기내식·기판사업부도 한앤컴퍼니에 매각해 9,817억원을 마련했다. 현재 왕산레저와 칼 리무진 매각은 마무리 단계며, 한진인터내셔널의 지분과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동산 매각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추진 중인 유상증자의 성공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3조3,15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현재 주가가 신주 발행가격을 40% 이상 웃돌고 있음을 고려하면 무난히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지난해 흑자를 거둔 데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출범할 통합 항공사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금액 중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조5,000억원, 채무 상환에 1조8,0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지난해 실적 개선의 공신으로 꼽혔던 화물 사업을 올해 더욱 강화해 요원한 여객 수요의 돌파구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대한항공은 보유한 23대의 대형 화물기 가동률을 전년 대비 25% 높이고 국내 최초로 여객기를 화물로 개조해 운항하는 등 화물사업에 집중해 코로나19 탈출구로 삼았다. 그 결과 화물 부문 매출만 4조2,5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2조5,575억원 대비 66% 늘어나며 흑자를 견인했다.

대한항공은 올 한해 항공화물 시장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이 기대됨에 따라 탄력적으로 항공화물 공급을 조절하고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등 현재 항공화물 사업 전략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만큼 백신수송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해 2분기부터 백신 수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전담 태스크포스를 통해 다양한 온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콜드체인을 강화하고 시설 장비 보강 등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유니세프와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수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 26일에는 5만8,500명이 접종 가능한 11만7,000도즈의 화이자 백신을 국내 항공사 최초로 수송하기도 했다. 

출처=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출처=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100년 항공사 도약,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분수령

다만 100년을 기약하는 국적 항공사로 비상하기 위한 과제는 남아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회복이 요원한 여객 수요가 반등할 때까지 잘 버텨내는 게 관건이다. 유상증자의 흥행이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버틸만한 체력은 마련되겠지만 여객 수요 반등까지는 최소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현금 충원이 지속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송현동 부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완수도 남아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예정대로 진행 되고 있다. 애당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일부 주주들의 반발과 법적 대응 등으로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법원의 가처분 소송 기각으로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증자와 교환사채 발행이 예정대로 이뤄졌다. 현재 계약금 지급과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인수가 완료됐으며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 신청도 이뤄졌다. 지난달 10일에는 터키 경쟁당국으로부터 처음으로 기업결함심사 승인을 받기도 했다.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등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양사 통합은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산업 위기감이 커진데다 양사 통합을 항공산업 재편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는 정부 인식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결합심사는 무리 없이 승인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만큼 통합 이후부터 대한항공의 상황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양사의 통합으로 인한 재벌특혜, 독과점 우려, 소비자 편익 제고 등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물론 내부 직원들의 단합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례없는 재난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은 흑자를 내며 업계 1위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올해도 항공업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한항공의 상황이 작년대비 크게 나빠질 것 같진 않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대한항공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 될 것”이라며 “인수 후 본격 통합작업이 시작되면 대한항공의 진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