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중국~유럽 철도운송 브랜드 ECT 주요 노선. 출처=현대글로비스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현대글로비스(086280)가 중국 최대 민영 물류 그룹 창지우(長久)와 손잡고 중국~유럽 간 물류 사업 확대에 나선다. 

현대글로비스는 창지우그룹과 유럽법인 자회사 아담폴의 지분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아담풀은 현대글로비스가 2014년 인수해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폴란드 물류기업으로 유럽 현지에서 BMW, 폴크스바겐, 닛산 등 글로벌 메이커 차량을 운송·보관하는 사업을 한다.

협약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아담폴 지분 100% 중 30%를 창지우에 매각하고 투자 파트너로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

1997년 설립된 창지우는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완성차 물류, 신차 판매, 특장차 생산, 자동차 금융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2019년 그룹의 전체 매출은 약 7조원으로 그해에만 중국에서 생산된 60여개 자동차 메이커의 완성차 약 320만대를 육상과 철도로 운송했다. 
 
아담폴은 폴란드 동부 국경 인근 말라쉐비체에 철도 화물 환적 시스템을 갖춘 기차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막대한 중국횡단철도(TCR) 운송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창지우와 협업함에 따라 양사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창지우는 완성차 1만대 포함 연간 약 4,100 FEU(1FEU=4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급행 화물열차에 실어 중국과 유럽을 오간다. 

TCR은 칭다오·시안·충칭 등 중국 각지에서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등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를 거쳐 유럽 각 지역으로 연계되는 철도노선이다. 중국과 유럽은 두 레일의 간격인 궤간이 1,435㎜인 표준궤를, CIS의 국가들은 1,520㎜인 광궤를 사용한다. 

이에 따라 TCR은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에서 화물을 환적한 뒤 유럽에 입문하면서 한 번 더 환적을 해야 한다. 유럽국경을 넘는 창지우의 기차가 아담폴의 말라쉐비체 환적 시스템을 전용으로 이용하면 화주의 비용 절감과 일정 관리에 유리하다. 

또한 창지우가 기존에 보유중인 대규모 TCR 물량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어 중국과 유럽의 신규 화주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 

현대글로비스는 두 기업의 장점을 결합한 공동사업으로 중국~유럽 철도 운송 전문 브랜드 ECT(Euro China Train)를 론칭할 계획이다. TCR을 이용해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와 창지우그룹은 ECT를 통해 향후 시안·충칭 등 중국 내륙 도시에서 폴란드를 거쳐 독일·영국을 포함한 서유럽과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까지 운송영역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말라쉐비체와 북부 항구 도시인 그단스크를 직접 연결하는 철도 물류 루트도 개척하고 독보적인 서비스를 선보인다. 

그단스크에 철도와 해상을 잇는 항만 물류 인프라도 완비하고 있어 ECT를 이용할 경우 폴란드에서 발트해를 통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영국까지 해상으로 화물을 바로 운송할 수 있다. 때문에 독일 함부르크와 뒤스부르크까지 철도로 이동한 후 북유럽으로 해상운송을 하는 기존의 TCR 노선보다 운송기간을 평균 4일 단축시킬 수 있다. 

코로나 19여파로 최근 급상승한 해운운임 탓에 철도가 유럽 물류운송의 대안으로 부상한 만큼 ETC는 강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철도로 중국에서 유럽으로 40피트 컨테이너 하나를 운송하려면 3,800~6,000달러, 해상운송은 800~2,500달러가 소요됐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운임은 급변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럽 노선의 해운 운임은 6개월 사이 170%나 올랐다.

현대글로비스는 자사의 자동차 물류 노하우와 창지우의 중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럽과 중국의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도 펼친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최근 공동으로 독일의 프리미엄 메이커의 완성차를 독일 딩골핑에서 중국청두까지 철도로 시범 운송한 바 있다. 향후 본물량도 공동 영업을 통해 수주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자·화학제품, 부품·기계·장비 등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비계열사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집중 영업할 구상도 갖고 있다. 중국과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주요 잠재 화주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창지우의 지분 참여를 통해 두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유라시아 물류 영토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