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IP(지식재산권) 인도 사업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앱 삭제 조치가 내려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PUBG Mobile · 이하 배그 모바일)’의 재출시가 불투명한 가운데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글로벌 사전 예약에서도 인도 지역이 제외되는 등 잡음도 커지는 분위기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25일 신작 모바일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이하 뉴스테이트)를 공개하고 구글 플레이를 통해 글로벌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뉴스테이트는 알파테스트를 거쳐 이용자 의견을 수렴한 뒤 완성도를 다듬어 연내 출시될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이미지. 출처=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이미지. 출처=크래프톤

뉴스테이트는 원작 배틀그라운드의 정체성을 계승한 차기작으로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드론, 방패, 구르기 등 전투 전술에 다양성과 새로운 이동 수단도 등장한다. 중국 텐센트와 공동 개발한 배그 모바일과 달리 이번엔 펍지 스튜디오가 독립적으로 개발했다.

배틀그라운드 IP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가운데 선보인 신작인 만큼 기대감 역시 높다.

그러나 뉴스테이트 글로벌 사전 예약 지역에서 중국, 인도, 베트남 지역이 제외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인도 지역에서 배그 모바일의 서비스 금지 조치를 받은데 이어 배틀그라운드 IP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7월 “주권과 안보에 대한 위협”을 이유로 배그 모바일을 서비스 금지 후보 명단에 올린 바 있다. 해당 명단에는 틱톡, 위챗, QQ, 바이두맵, 쉐어IT, 클럽팩토리 등 인지도 높은 중국앱이 무더기로 포함됐다. 결국 인도는 같은해 9월 중국산 앱 118개를 퇴출시켰는데, 여기에 펍지 모바일이 포함됐다. 펍지 모바일은 텐센트가 글로벌 서비스를 맡고 있다.

펍지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서비스를 위해 나서고 있다. 출처=펍지
펍지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서비스를 위해 나서고 있다. 출처=펍지

인도 정부는 공식적으로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중국앱을 삭제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에 따른 정치적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해석이 해외 미디어들의 중론이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전쟁 이후 인도령 카슈미르 동부 라다크에서 분쟁을 이어왔다. 지난 6월엔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사건 이후 중국앱 무더기 금지 조치 계획이 발표됐다.

인도 지역 퇴출은 크래프톤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인도는 배그 모바일이 크게 흥행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인도는 아직 매출 기준으로 게임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14억에 달하는 대규모 인구를 기반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인도에서 배그 모바일은 ‘게임 중독’ 등 사회 문제로 까지 떠오를 만큼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배그 모바일은 지난해 글로벌 다운로드 수 6억건(중국 제외)을 돌파했는데, 이중 인도 지역의 다운로드 수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은 인도 배그 모바일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펍지(현 크래프톤에 흡수)는 지난해 11월 삭제 조치된 배그 모바일의 재출시를 위해 1,100억원 규모의 현지 투자 예산을 세우는 한편 인도 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펍지는 '건전한 게임 플레이 문화 조성'을 위한 계획을 강조하며 인도 정부를 의식한 모습을 연출했다. 당시 펍지는 "유저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배그 모바일 인도 유저의 개인 식별 정보를 정기적 실사를 통해 검증하는 등 모든 정보를 더욱 안전하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게임 내 혈흔 효과를 녹색으로 변경하고 청소년 건전한 게임 이용을 이유로 플레이 시간 제한 기능도 추가하겠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인도 법인 설립은 완료된 상황이며 배그 모바일 재출시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투자를 예고한 1,100억원의 경우 단발성 투자가 아닌 여러 사업을 위한 예산의 개념인 만큼 현 시점에 정확히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도 배그 모바일은 삭제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재출시 일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크래프톤의 대대적인 현지 투자 발표와 게임 콘텐츠 수정에도 인도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주말 인도 프라카시 자바데카르 정보통신부 장관은 “펍지 모바일은 폭력적인 모바일 게임의 예시”라면서 "정부는 게임 내 인도 문화 정신을 증진시키는 과정을 가르치는 게임 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신작 뉴스테이트의 인도 지역 사전 예약 제외에 대해 “인도 지역의 경우 현지 니즈에 맞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배그 모바일 재출시에 우선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신작 사전 예약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