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플랫폼과 개발사 간 수익 분배 방식 확립이 중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풍부한 게임 유통이 이루어져야하는데 이는 개발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달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1 + 2월호)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미 엑스박스를 통해 다양한 서드 파티와 협력을 해온 노하우가 있고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개발사 M&A도 나서고 있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자사의 구독형 서비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서비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엑스박스 시리즈X 이미지. 출처=MS
엑스박스 시리즈X 이미지. 출처=MS

MS 필 스펜서 사장은 미국 웹진 더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엑스박스 게임 패스가 15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구독형 플랫폼 사업의 입지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MS가 게임 패스를 처음 시작한 건 2017년 2월이다. 정해진 구독료를 내면 라이브러리에 있는 게임을 이용자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게임 업계의 넷플릭스가 되기 위해 달리고 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라이브러리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많아야 한다. 때문에 플랫폼 입장에선 개발사로부터 양질의 게임을 입점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플랫폼과 개발사가 윈윈 할 수 있는 수익 분배 방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MS 역시 이와 관련해 여전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터뷰에서 스펜서 사장은 수익 배분 계약과 관련해 개발사 별로 다양한 의향을 수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스펜서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게임 패스의 수익 분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플랫폼에 최초 입점시에 일회성으로 대가를 지급 받거나 게임 출시 이후 이용자들의 이용량에 비례해 수익을 배분을 받는 방식이 있다. 이를 적절하게 섞는 방법도 가능하다.

대가를 일회성으로 받는 방법은 개발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인디 개발사에 유리할 수 있다. 흥행 여부와 수익이 연계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좀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도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확보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차기작 흥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성과에 따른 분배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두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MS도 현재로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독형 게임 서비스 모델에서 개발사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가 꼽힌다. 지포스나우는 2년 동안의 베타 서비스를 끝내고 지난해 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스퀘어에닉스, 캡콤, 락스타, 액티비전블리자드, 베데스다, 2K 등 베타 서비스에 참여했던 대형 게임사들이 런칭 이후 일제히 이탈 했다. 이를 두고 개발사들과 수익 분배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직은 비주류 클라우드 게임 시장…파이 키우려면?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아직은 시장의 주류가 되기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미디어, 음악 등의 시장이 급속도로 구독형 모델이 도입된 것과는 상반된다. 패키지 게임의 경우 하나의 게임을 온전히 즐기는 시간이 영화·드라마·음악 대비 길고, 이용자들 역시 동시에 여러 게임을 즐기는 방법보다는 구매 타이틀 별로 집중해서 즐기는 습관이 형성돼 있는 등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은 기기의 제약을 뛰어 넘을 수 있고 정해진 가격으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명확한 장점이 있는 만큼 여전히 업계의 게임 체인저로서 각광받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소니, MS 등 전통적인 게임 강자 외에도 구글, 아마존 등 굴지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의 약진에 따라 구독형 모델에 대한 개발사들의 심리적 저항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임 패스 이용자들이 평소 즐기지 않던 게임을 플레이하며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시간이 늘어났고 게임 패스 구독과 별개로 인게임 DLC(다운로드 가능 콘텐츠) 지출이 늘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질 수 있는 기반은 플랫폼과 개발사가 양질의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과 개발사는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성공하면 구글과 애플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클라우드 게임 시장 역시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는 “결국 구독형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독형 모델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되는 게임들은 사실 모두 전통적인 타이틀 구매 혹은 부분유료화 모델에 맞춰 개발된 것들이다. 구독형 게임에 반응하는 이용자라면 이전의 방식, 특히 계속해서 결제를 요구하는 게임의 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구독형 게임 혹은 클라우드게임이라는 새 부대는 만들어졌다. 이제는 여기에 담을 새 술을 고민해야 할 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