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주로 세입자들이 집에 언제까지 살 수 있는 지 물어봅니다" (1기 신도시 중 리모델링 추진 중인 A 단지 관련 공인중개업자)  

1기 신도시(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내 리모델링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주공아파트가 성남시로부터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이 곳 아파트 호가는 오르고, 집주인들은 물건을 거두는 중이다.

이런 와중 세입자들은 언제 전셋집을 비워줘야 하는 지 걱정이다. 사업시작에서 입주까지 약 21년, 혹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재건축 사업과 달리, 리모델링 사업은 사업시작부터 입주까지 5년 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전세난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26일 온라인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 스터디'에 한 누리꾼은 '분당구 정자동 가을 전세난이 걱정되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12월 공사라면 11월까지는 집을 비워줘야 한다"며 "현 세입자는 향후 청약을 위해서라도 집주인 동의를 얻어 전세금을 미리 빼 인근에 (집을) 구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할 정도다. 

1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먼저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은 한솔 5단지는 세입자 비율이 50%가 넘는다. 이 단지 인근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가 60% 정도 되고, 집주인이 40%"라고 전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자는 "이주 계획이 확정되면 조합에서 안내가 나온다"며 "그때까지 세입자들 편하게 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면 분당 주변인 용인 수지 등의 전셋값까지 들썩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리모델링 호재...시장 견인할까?


현재 분당 아파트 거래 상황은 뜸하다. 경기도 부동산정보포털이 제공한 시군별 아파트 거래현황을 보면 성남시의 1월~2월 매매·전세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올해 1~2월 매매거래는 총 730건이었던 반면, 지난해 1~2월은 1,790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졌다. 64%가 감소한 것이다. 전세도 1~2월 1,611건이었던 반면, 지난해는 3,496건이 계약됐다. 53.9%가 줄었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문의도 거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느티마을 3,4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느티마을 3,4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산본 신도시 역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우륵주공 아파트는 산본 신도시에서는 첫 조합 설립 단지다. 그러나 아직 시행사 선정과 구체적인 사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우륵주공 리모델링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조합 관계자는 "내달 3일까지 입찰 마감이 끝나고, 시공사 선정 총회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림만 입찰을 한 상황이다"며 "사업 진행 동의는 75%가 넘었다"고 덧붙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한솔 5단지가) 가장 처음으로 리모델링 시도하는 단지라 분당 리모델링 시장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리모델링이 크게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내력벽 철거가 승인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력벽을 철거 하지 않으면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구조가 어수선해진다"며 "이후에 리모델링을 시도하려는 단지들도 내력벽 철거의 결정에 따라 사업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