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위)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출처=대웅제약, 메디톡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위)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출처=대웅제약, 메디톡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메디톡스(086900)가 주력 제품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관련 소송과 대웅제약과 소송 등에 따라 실적이 악화됐지만, 미국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톡스는 파트너사 엘러간(현 애브비) 및 대웅제약의 파트너사 에볼루스와 3자간 지적재산권 합의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의 미국 매출 일부를 로열티로 받게 된다.

메디톡스가 오픈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투자를 단행한 미국 바이오텍 2곳은 각각 316억원, 444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두 기업은 각각 차세대 당뇨병 치료제와 인체조직 재생 의약품 및 히알루론산 필러를 개발하고 있다.

실적 난관 극복 가능성, 미국서 확인

21일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474억원, 영업손실 310억원, 당기순손실 155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2059억원 대비 28.41% 감소한 규모다. 전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57억원, 262억원에서 적자전환할 것으로 분석된다.

메디톡스의 실적 악화는 한국을 비롯 미국 등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비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는 한국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린 주요 제품의 품목허가 취소와 관련해 각종 행정소송과 본안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과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통한 소송을 지난해 12월 마무리했다. 업계는 ITC 소송비용은 분기별로 78억원~163억원 규모로 소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단위 억원). 출처=메디톡스
메디톡스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단위 억원). 출처=메디톡스

메디톡스는 미국에서의 활동을 통해 실적악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최근 합의에 따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미국 매출의 일정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다. 이 기업은 최근 대웅 나보타 판매에 대한 ITC 소송 등 모든 지적 재산권 소송의 완전 해결을 위해 미국 엘러간, 에볼루스와 전격적으로 3자간 합의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상대로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도 철회될 예정이다.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미국 내에서 나보타의 지속적인 판매와 유통을 위한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할 계획이다. 에볼루스는 합의금(milestone)과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와 엘러간에 지급하게 된다. 추가로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에 보통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전체 제조공정 기술 도용 혐의를 밝혀내고 ‘미국 1930년 관세법 337조(Section 337 of the Tariff Act of 1930)’를 위반했다고 판결한 ITC 최종 결정과 관련한 합의다.

메디톡스는 또 다른 소송 대상자인 대웅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은 이번 합의 당사자가 아니다”면서 “본 합의는 한국과 타 국가에서의 메디톡스와 대웅간 법적 권리 및 지위, 조사나 소송 절차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서 오픈이노베이션 꽃 피운다

메디톡스는 또 미국에서 오픈이노베이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업이 투자한 주요 미국 바이오텍은 2곳으로 라이프스프라우트와 세락시스다. 각 기업은 차세대 히알루론산 필러 및 줄기세포 기반 제1형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메디톡스가 2018년 투자한 미국 바이오벤처 라이프스프라우트(LifeSprout)는 지난해 4월 316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메디톡스는 라이프스프라우트의 2대 주주다.

라이프스프라우트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인체조직 재생 의약품 및 연내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는 차세대 히알루론산 필러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지난 2015년 투자한 미국 바이오벤처 세락시스(Seraxis)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등으로부터 444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일라이릴리와 벤처캐피탈 프레이저 헬스케어 파트너스, 폴라리스 파트너스, JDRF T1D 펀드 등이 참여했다.

메디톡스는 2015년 신성장 동력 확보와 외부 기술 도입을 위해 세락시스의 주식 110만주를 취득했다. 이 기업은 향후 투자 단계에서 추가 지분인 110만주을 초기 투자 단가로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세락시스는 줄기세포 기반 제1형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이 기업은 일라이릴리 등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통해 현재 주력하고 있는 줄기세포 기반 제1형 당뇨병 치료제 ‘SR-01’의 비임상시험과 향후 진행될 임상 1상 시험에 사용할 계획이다.

SR-01은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을 적용해 사람의 인슐린 분비 세포와 유사하게 만든 세포를 이식해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차세대 세포치료제다. 설명에 따르면 SR-01과 동종 계열의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텍은 약 1조원 규모로 인수되기도 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 확보 및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외 바이오벤처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 투자하는데 집중해 왔다”면서 “해당 기업들은 메디톡스의 초기 투자금을 바탕으로 제품 상업화 가능성을 높여 세계 유수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