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질병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소득이 없다 보니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신용대출은 물론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까지 받아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손실을 보게 됐습니다. 집을 판다고 해도 융자받은 대출금을 갚고 나면 억대가 넘는 신용대출과 캐피탈 빚을 갚을 길이 없습니다. 주식투자로 인한 빚도 빚 탕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신용회복위원회 사례-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주식투자로 인한 빚 고민이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요즘이다. 너나 할 것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빚내어 투자하는 '빚투'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끌이 발전해 빚투가 되는 모양새다. 

투자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가 진다. 성공하면 모르되, 실패하면 손실을 본다.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빚도 남는다. 실물경제를 반영하지 않는 주식시장에 조정국면이 도래하면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빚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레버리지를 통한 투자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허용되는 투자기법이다. 문제는 상환능력을 벗어나 빚을 내어 투자하는 것이다. 이때도 채무조정제도로 채무감면을 받을 수 있을까?

◆ 초단타매매 주식 빚 워크아웃은?...신용회복위원회 "까다로운 심사 받아야" 

신복위 협약은 부적격 대상자를 정해놨다. 신용회복지원협약에 따르면 채무자가 재산을 도피, 은닉하거나 고의로 재산을 감소시킨 때, 금융질서문란자,  채무자가 전체 빚 가운데 신복위의 채무조정을 신청하기에 앞서 6개월 안에 발생한 빚이 30%를 차지할 때(기존 빚을 갚기 위해 돌려막기를 한 경우는 예외), 채무불이행을 지연할 목적으로 신청할 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복위는 채무자가 빚을 내어 주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채무조정을 거부하지 않는다. 

문제는 투기성 있는 주식투자다. 단타 매매나 스캘핑과 같은 초단타 매매는 거래금액, 거래시기, 거래횟수에 따라 투기성 투자로 볼 수 있다. 빚까지 내어서 했다면 채무조정 때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된다. 

초단기 매매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채무조정이 탈락되는 것은 아니다. 투기성 투자라 하더라도 채무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 심사를 거쳐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복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그 심사 정도는 일반 신청과는 다르다. 채무 증대 경위가 초단기 주식거래를 위해 발생된 것이라면 신용회복위원회의 외부심사를 받게 된다. 신복위는 이 심사의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의 동의를 구한다. 채무자가 안고 있는 빚의 절반에 해당되는 채권단이 채무조정에 동의해야 개인 워크아웃은 개시된다. 신복위도 채권단을 설득하려면 채무자의 피치 못할 사연과 명분이 필요 하단 얘기다. 

까다로운 심사를 받을 지라도 숨김없이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용회복위원회 안민영 조사역은 "생활비 부족이나 사업실패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채무자와 달리, 빚을 내어 단기투자에 집중한 채무자의 경우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된다"면서도 "빚이 생긴 과정을 감출 것이 아니라 오픈해서 신복위가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회생과 파산신청을 재판하는 서울회생법원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DB​
​회생과 파산신청을 재판하는 서울회생법원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DB​

◆ 주식 빚도 '파산면책·개인회생' 적용...법원 "사행성 투자라면 글쎄" 

주식투자에 금융회사의 대출도 모자라 지인들의 돈까지 동원됐다면 신복위 제도로 채무조정이 어렵다. 지인의 빚은 신복위의 채무조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사례와 같이 일정한 소득조차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빚을 나눠서 갚을 재원이 없기 때문이다. 

소득은 없고, 금융채무와 지인들의 빚까지 지고 있다면 유일한 채무조정 방법은 파산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파산제도는 채무자가 가진 재산을 모두 내놓고 빚을 면책받는 제도다. 내놓을 재산조차 없다면 그만이다. 이때는 면책에 대한 재판만 받게 된다. 

채무자회생법에는 면책을 허용하지 않는 행위를 규정해 놨다. 법률에 따르면 채무자가 낭비, 도박, 그 밖의 '사행성 있는 행위'를 해서 빚을 진 경우 법원은 채무자의 빚을 면책하지 않을 수 있다. 

파산신청에 앞서 '빚투'가 여기서 말하는 사행성 있는 행위인지 따져 볼 일이다. 역시 과도한 빚을 내어 주식 투자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행성 행위로 보아 채무조정이 거부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회생법원의 설명이다.  

여기서도 문제가 되는 것은 투기성 주식거래다. 대법원 판례는 사행성 행위를 두고 우연에 의해 이익을 얻는 행위로 각종 투기 외에 모험적 거래가 포함된다고 해석한 바 있다. 

다만 초단타 매매가 곧 사행성 행위는 아니다. 초단타 매매도 엄연히 허용되는 재테크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사행성을 띠는 초단타 매매라 할지라도 그것이 곧 파산절차에서 면책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채무자회생법에는 법원의 재량으로 면책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규 법무법인 대한중앙 수석변호사는 "빚을 면책하지 말아야 할 사유가 있더라도 빚을 져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해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면책을 허가할 수도 있다"며 "모든 경우에 초단타매매로 채무를 부담하였다고 무조건 면책이 안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케이스별 구체적 사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초단기 주식투자로 진 빚에 대해 면책을 허용에 인색하지 않다.

김영석 서울회생법원 공보판사는 "최근까지 서울회생법원에서 초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과도한 주식투자라는 이유로 면책불허가 결정을 내린 것은 보고되지 않았다"며 "면책의 결정은 개별 재판부가 채무자가 빚을 진 경위 등을 고려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면책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재산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 

한편 개인회생 제도는 개인파산과 사행성 행위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초단타 매매로 생긴 빚이라도 장기간 빚을 개인회생으로 탕감받을 수 있다. 다만 채무증대 경위가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초단기 주식거래에 치중됐다면 월 변제금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게 파산법조계의 시각이다.   

요컨대, 투기성 투자를 했다고 해서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빚투의 빚도 탕감되거나 감면될 수 있다. 엄격한 심사와 재판은 감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