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하던 기업이 부도가 나서 기업회생 중에 있습니다. 회사의 채무는 60억원. 이 가운데 40억원이 대표이사인 제가 보증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저의 보증채무도 채무조정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회생제도로 빚을 갚으려고 보니 제가 대표이사 자격에서 받는 급여 500만원으로는 변제율이 턱없이 낮아 채권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어떤 제도로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을까요?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최근 국회에서는 빚을 최대 5년 동안 나눠갚는 개인회생 제도를 손보고 있다. 신청 자격으로 정해 놓은 기준 빚을 더 높인다는 게 골자다. 현행 개인회생은 채무자의 채무 가운데 담보 빚이 10억원, 신용 빚 5억원 미만일 때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국회는 이 기준을 완화해 담보 빚은 15억원, 신용 빚은 10억원 미만으로 고친다는 방침이다.

사례와 같이 빚이 80억원이라면 현행법 아래는 물론 법이 개정되더라도 개인회생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때 빚을 최대 10년동안 나눠 갚아야하는 '일반회생'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일반회생은 기업회생의 개인 버전이다.

일반회생은 채권단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최장 10년의 변제기간이 있다는 점에서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 없고, 최장 5년의 변제기간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회생과 다르다. 국회가 개인회생의 문턱을 낮추는 이유도 개인 채무자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절차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례와 같이 기업의 보증인인 대표이사나 전문직종에 종사한 사람들은 빚의 규모가 커 '일반회생'을 이 제도를 이용하곤 한다.

자료=이코노믹리뷰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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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 규모와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빚 조정 방법...기업인의 또 다른 선택지 '강제인가' 

이와 같이 빚의 규모에 따라 적용하는 채무조정도 달라진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도 현행 개인회생과 같은 기준 빚을 적용한다. 담보 빚 10억원, 신용 빚 5억원 미만이 신청자격이다. 프리 워크아웃, 연체 전 채무조정 제도 모두 같다. 

신복위 채무조정 가운데 중소기업인 재창업지원제도는 기준 빚 30억원이다. 이 범위를 벗어난 채무자는 법원으로 가야 한다. 

이 밖에 취약계층에 대해 채무의 원금과 이자를 더해 최대 90%까지 빚을 감면하는 '취약채무자 소액채무 면책 지원'은 채무원금이 1500만원이하여야 한다. 

담보 빚 10억원, 신용 빚 5억원 이하인 채무자는 빚의 내용과 매달 갚을 수 있는 변제금 등을 따져 신복위 개인워크아웃이나 법원의 개인회생을 선택해서 빚을 감면받을 수 있다. 

기업인으로 30억원미만의 빚이 있고 정책자금 등이 포함된 채무를 갖고 있다면 신복위 재창업지원 제도를 밟을 수 있다. 

사례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보증 빚이 60억원이다. 일반회생을 통해 최장 10년동안 빚을 나눠 갚을 수 있다. 월 500만원의 급여에서 생활비를 뺀 나머지가 월변제금이 된다.

변제율이 낮은 것은 걱정이다. 매달 수입의 절반인 250만원을 120개월(10년)동안 갚는다고 가정해도 이 기간 총 변제금은 3억원(250만원 ✕120개월)이다. 총 채무 40억원의 10%도 되지 않는다.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강제인가를 신청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강제인가는 채권자들의 동의율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법원의 권한으로 빚을 감면하는 절차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 변호사는 "일반회생 절차도 기업회생과 마찬가지로 담보 채권액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채권단과 신용 채권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동의를 해야 법원이 회생절차를 졸업시킬 수 있다"며 "채무자회생법에는 이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라도 법원의 재량으로 채무의 감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담보 채권단 또는 신용 채권단 가운데 한 곳은 동의율을 확보해야 하며 채권단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권리보호는 채무자가 파산했을 때 보다 회생절차에서 회수하는 금액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 빚을 넘는 경우, 그러니까 담보 빚 10억원과 신용 빚 5억원이 넘는데 대표이사로서 보증채무를 진 것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닌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인이 아니어서 신복위이 재창업지원제도는 적용받을 수도 없다. 이런 경우도 복잡한 '일반회생'절차를 거쳐 빚 조정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때는 고민 없이 파산절차를 택해야 한다. 월급과 같이 소득이 있더라도 말이다. 이는 파산절차를 통해 빚을 일회적으로 탕감 받는 면책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률에서 정해놓은 길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