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분쟁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나아가 10년간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수입하지 않는 한편 미 현지에서 제작할 수도 없도록 했다.

예비판결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준 상태에서 세 번이나 판결을 늦춘 최종판결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편에 선 셈이다. 2019년 4월 당시 LG화학에서 일부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유출 및 증거인멸 시도 논란이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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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기업이 팽팽하게 맞서며 신경전을 벌이는 한편 ITC의 최종판결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남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두 기업이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며 대립하는 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승승장구했다. K 배터리의 두 기둥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싸우는 상태에서 중국의 CATL은 한 때 LG화학에 빼앗겼던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여유롭게 탈환했으며, 이 외에도 일본 파나소닉 등 다수의 경쟁자들은 두 기업이 정신없이 싸우는 동안 착실하게 미래 로드맵을 준비했다.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중심으로 K 배터리 동맹이 구축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이 역시 지지부진하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와 분쟁을 겪고있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K 배터리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것조차 불쾌해할 정도로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합동작전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이유다. 이 과정에서 두 기업은 서로를 향한 비방 및 소모전에만 몰두했고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만 신나게 질주했다.

한편 두 기업이 지루한 법정공방을 펼치며 싸우는 사이 미국 법조계는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두 기업은 특허분쟁과 관련된 법정 공방을 벌이며 총 4000억원의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인재유치나 기타 인프라 확충에만 활용해도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기업은 특허침해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전투를 벌이며 엉뚱하게도 타국의 법조계에 큰 선물을 안겨줬다. 역시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셈이다.

이번 ITC의 최종판결도 마찬가지다.

ITC는 특허침해 논란에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으나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인 포드에게는 4년간 배터리 공급을 허용했으며 폭스바겐에는 2년간 공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특허침해와 관련된 사안은 LG에너지솔루션의 말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자국 전기차 배터리 수급을 위해서는 별도의 '길'을 열어준 셈이다.

ITC의 이번 최종판결이 철저하게 자국 중심적인, 미국의 국익을 위한 판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두 기업의 난타전은 시작과 전개, 심지어 종료될때까지 모두 남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