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뷰티 D2C 기업 APR의 로고. 출처= APR
 글로벌 패션·뷰티 D2C 기업 APR의 로고. 출처= APR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글로벌 패션·뷰티 D2C 기업 에이피알(APR)이 증시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 미묘한 리스크를 털어냈다. 지난 5년간 SNS 상에서 이어온 ‘반려견 사료 논란’에 대해 적극 소명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무슨 일일까.

APR은 지난 2016년 반려견 사료 브랜드 ‘디어마이펫’을 출범한 뒤 SNS를 통해 영상 홍보 영상을 송출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적극 펼쳤다. 이후 고객들로부터 상품성을 인정받아 유상 제공한 샘플을 포함해 제품 판매량 4만6000개를 론칭 2개월만에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APR은 이 같은 호응에 힘입어 반려견 전용 매트를 후속 출시하기 위해 개발하는 등 제품 라인업 확장을 추진했다.

반려견 사료 업계 관계자는 “당시 디어마이펫의 사료 제품은 출시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눈에 띄는 인기를 누렸다”며 “반려견을 대상으로 사료 기호성 테스트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반려견들이 디어마이펫 사료에 몰려드는 영상도 많이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SNS를 통해, 디어마이펫의 사료를 먹은 반려견들 사이에서 구토나 혈변같은 이상 징후를 보인다는 내용이 제보됐다. APR이 같은 사료를 제공했던 유기견 보호소 내 유기견들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과 대조되는 현상이었다. 이후 온라인 상에서 브랜드를 비판·비방하는 댓글이 무수히 게재됐다.

당시 스타트업으로서 돌발 상황에 대한 경험이 모자랐던 APR은 사실관계에 상관없이 사과문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판매되기 전 공장에서 출고된 사료 제품과 이상 징후를 보인 반려견들이 먹었던 제품을 각각 확보한 뒤 복수의 성분 검출 기관에 맡겼다. 해당 기관은 농협중앙회 축산연구원, 동물약품기술연구소, 한국사료협회,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농업과학연구소 등 6곳이다.

APR이 지난 2016년 12월 19일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사료제품 유해성분 검사 결과표. 대장균, 살모넬라 균등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붉은 사각형 안)가 기재돼 있다. 출처= APR
APR이 지난 2016년 12월 19일 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으로부터 받은 사료제품 유해성분 검사 결과표. 대장균, 살모넬라 균등 유해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 결과(붉은 사각형 안)가 기재돼 있다. 출처= APR

이들 기관은 APR로부터 수령한 본품샘플과 고객 반품사료 등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84개 항목에 대해 전수조사한 뒤 3주만에 ‘유해성분 불검출’ 결과를 통보했다. 기관들은 “디어마이펫의 사료는 유해성분을 함유하지 않고 있다. 브랜드 론칭 후 2개월 미만 시점에 사료 문제로 반려견의 이상증상 및 사망을 초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APR은 진상을 파악한 후 기관 소견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했다. 또 논란 이후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해당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에게 환불조치하고 반려견 치료비를 배상했다. 한편 사실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디어마이펫 사료 제품에 대한 악플이나 유사한 맥락의 게시글을 바탕으로 제작·송출된 공중파 채널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리했다.

하지만 APR은 결국 디어마이펫 사업을 포기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의혹을 씻어내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디어마이펫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속 출시하려던 반려견 전용매트 등 제품들은 유기견 보호소에 전량 기부했다.

다만 새로운 출발을 준비했다. 실제로 APR은 디어마이펫을 폐업시키는 좌절을 겪은 뒤 기존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전개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했다. 포멘트, 메디큐브, 에이프릴 스킨 등 기존 운영해온 화장품 브랜드 3개를 운영하는 동시에 의류(널디), 건강기능식품(글램디) 등 제품별 시장에 진출했다.

APR은 이후 사업별 성과를 꾸준히 창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공고히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지배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당초 지난해 진행하려던 상장 일정을 자진 철회한 뒤 현재 재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APR은 지난해 잠정 연매출 2250억원을 달성하는 등 내실을 꾸준히 강화해오고 있다.

정재훈 APR 경영지원본부장(이사)은 “APR은 기업공개 전 묵은 오해와 누명을 풀길 원한다”며 “사람들의 더 나은 삶(Advance People's Real life, APR)이라는 뜻을 담은 사명에서도 볼 수 있듯, APR은 고객의 더 나은 삶을 연구하는 기업으로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