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불과 몇 년전만해도 카카오는 골목상권의 파괴자이자 스타트업들에게 공포의 대마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바탕으로 강력한 O2O 전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진하며 벌어진 일이다. 카카오가 진출하는 시장이 문어발처럼 많아지자 거대 공룡에 패배한 골목상권의 점주들과 군소 스타트업들은 분노와 비탄의 눈으로 카카오에 대한 증오를 터트렸다.

그러나 카카오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러한 충돌들이 카카오의 의지거나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카카오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사의 플랫폼을 강화하며 그 끝에는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사업하는 법'을 봐도 알 수 있다.

당장 기존 거대 이동통신사들의 문자 메시지 비즈니스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돈을 내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 카카오는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모두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상향을 꿈꿨다. 일부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한 태도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때 카카오는 새로운 모빌리티 전략을 제시했고 콘텐츠를 파편적으로 즐기는 것이 일상적일 때 카카오는 관성을 거부하는 새로운 페이지를 그렸다.

맞다. 카카오는 상생을 바탕으로 삼아 기존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일상의 불편함과 카르텔에 대항하며 성장했다.

연간 카카오 실적. 출처=카카오
연간 카카오 실적. 출처=카카오

2020년, 그리고 2021년
상생을 바탕으로 하는 카카오에게 지난해 2020년은 의미있는 해다. 코로나19로 온택트 트렌드가 강화되며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아 사상 최초로 연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9일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5% 늘어난 4조156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1% 증가한 456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1%다. 4분기 연결 매출은 전분기 대비 12%,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1조2351억원이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5%, 전년 동기 대비 88% 성장한 1498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19% 증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570억원으로 집계됐다.

톡비즈 매출은 전분기 대비 27%,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3603억원이다. 포털비즈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검색 광고 매출이 감소해 전분기 대비 1% 증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1227억 원을 기록했다. 신사업 부문 매출은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플랫폼 사업의 매출 확대 및 카카오페이의 결제 거래액과 금융 서비스 확대로 전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1740억원이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분기 대비 6% 증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5781억원을 기록했다. 유료 콘텐츠 매출은 전분기 대비 10% 늘었으며, 카카오재팬의 K-IFRS 적용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성장한 1636억원을 기록했다. 게임 콘텐츠 매출은 전분기 대비 6% 감소,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한 1408억원을 달성했다.

뮤직 콘텐츠 매출은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인 1551억원을 기록했다. IP 비즈니스 기타 매출은 카카오M의 드라마, 오리지널 콘텐츠 등의 영상 콘텐츠 매출 증가와 음반 유통 호조로 전분기 대비 30%,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1186억원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 매출 4조원 시대를 바탕으로 올해에도 공격적인 전략을 가동할 전망이다.

특히 신성장 사업인 핀테크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는 중이다. 카카오페이 연간거래액은 67조원에 달하며 이미 증권 계좌가 320만개 개설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야심차게 출시한 카카오지갑도 출시 한달만에 가입자 700만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카카오톡 채널로 주문 및 렌탈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인다는 각오다.

상생의 톡비즈 매출은 올해 50% 성장이 목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블루는 1만6000대까지 확대됐으며 가입자만 2800만명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총 64%의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올해에도 공격적인 외연 확장을 끌어낸다는 각오다.

김범수 의장. 출처=카카오
김범수 의장. 출처=카카오

위대한 기업이 되어간다
미국의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저서 <위대한 기업의 선택>을 통해 위대한 기업은 훌륭한 결과(superior results)와 특별한 영향력(distinctive impact)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 낙관주의에 기반해 조직을 창의적으로 구성하고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떨치며 '필수불가결한 존재감'을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신뢰해야 한다는 논리다.

연 매출 4조원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는 훌륭한 결과라는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 특별한 영향력을 위한 다양한 전략도 가동중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의 절반인 약 5조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반 기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파격도 엿보인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ESG 경영 강화에 나서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ESG 위원회를 신설했으며 내부적으로 12대 실천 분야를 정하고 80여개 추진과제를 진행중이다. 올해 상반기 ESG 활동 세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카카오 내부에서 시작된 변화가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마중물이 되어가는 대목이다. 외부의 성과도 훌륭하지만 내부에서 착실하게 '카카오스러움'의 자산을 쌓아가며 그 자체로 위대한 기업이라는 목표로 나아가는 셈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크루들에게 편지를 보내며 본인의 이루고 싶은 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카카오를 창업할 당시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이 있었다며 "회사가 성장하고 많은 새로운 크루들이 합류하면서 '카카오스러움'은 희미해져 가는 듯 보였지만, 10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걸어온 그 길에 녹아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낍니다"고 말했다.

카카오스러움에 단순한 도전, 패기, 소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 문화에 있어 각 크루들이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려는 자기주도성도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선한 의지를 진정성 있게 풀어가는 것이 진정한 카카오스러움이다.

결론적으로 카카오는 내부의 동력 창출을 통해, 내부에서의 변화를 통해 위대한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물론 이익공유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김 의장을 둘러싼 가족 지분 증여 및 케이큐브홀딩스 금수저 자녀 취업 이슈가 불거지는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카카오의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하기도 한다. 그러나 카카오는 내외부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비전을 창출하고 있으며, 특히 내부의 변화를 통해 카카오스러움을 전파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