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서학개미들이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거인'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게임스톱을 사이에 두고 의적을 자처하는 '로빈후드'들이 탐욕스러운 대영주 공매도 헤지펀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중입니다.

2000년대 중반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고 2010년대 월가 1% 시위를 이끌었던 젊은 서학개미들이 공매도 헤지펀드와 맞붙어 싸우는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무수히 많은 영웅담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미들을 '학살'하기 위한 월가의 거대한 권력이 노골적으로 꿈틀대는 한편 이에 맞서는 개미 대장의 영웅적인 전투지휘, 나아가 레딧에 모여 작전을 짜는 집단지성의 힘. 춤을 추듯 롤러코스터를 타는 게임스톱 전투는 그 자체로 장엄한 서사로 가득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지점은 '규칙을 만드는 자들의 민낯'과 '개미의 반란'입니다.

전자의 경우 월가의 강력한 권력이 선명합니다. 개미들이 무료 증권앱인 로빈후드를 통해 모인 가운데 로빈후드가 개미들의 매수를 일시적으로 막아버린 사건. 이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거나 바꾸는 힘이 '거인'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사건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해 논란의 중심에 선 실리콘밸리 기업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게 쏟아지는 질문과 그 맥을 함께 합니다.

후자의 경우 증권역사 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언제나 개미들은 기관과 같은 거인들의 먹이였고 하위 포식자였으나, 이번 게임스톱 사태는 힘없는 사슴도 흉폭한 사자를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더 하자면, 과연 '무엇이 개미들의 전투력을 비약적으로 키워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왜' 일까요? 유년시절 글로벌 금융 위기를 온 몸으로 견뎌내는 한편 2010년 월가 1% 시위로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체제에 반기를 들었던 MZ세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기득권에 맞서 스스로의 권리를 찾으려 노력했으며 실제 행동에 나섰기에 게임스톱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 결정적인 동력은 다양하지만, 로빈후드와 같은 무료 증권앱의 등장으로 MZ세대들이 빠르게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도 중요한 동력입니다. ICT 기술 및 모바일 플랫폼의 발전으로 이제 더 이상 주식투자는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으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주린이(주식 초보자)들을 대거 양산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뭉쳐 개미들의 유쾌한 반란을 끌어낸 셈입니다.

그런 이유로, 조만간 출범할 카카오페이 증권이나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증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이들이 주식투자에 관심이 있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잠재적인 주린이들을 간편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무기로 삼아 등판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토스를 통해 계좌만 이체하던 MZ 세대들이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고 시장에 대거 들어온다면 우리에게도, 게임스톱과 같은 유쾌한 반란을 꿈꿀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카카오페이 증권이나 토스증권도 개미들의 뒤통수를 때린 로빈후드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카카오페이 증권이나 토스증권의 등장으로 유쾌한 반란이 벌어지는 미래가 더 기대됩니다.

출처=토스
출처=토스

그러고 보니 토스증권을 가동할 비바리퍼블리카라는 회사의 사명은 프랑스어로 '공화국 만세'라는 뜻을 가지고 있네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왕과 귀족 등 기득권들에게 반발했던 민중들이 외쳤던 구호입니다. 기득권에 맞서는 절대다수의 개미들이 뭉쳐 함성을 지르는 무대로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