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LG 스마트폰 매각설

지난 1월 20일,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 경영진의 뜻”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6년째 적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었다.

다음날인 1월 21일, 충격적인 뉴스가 뒤를 이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을 인수할 잠재적 후보로 구글과 페이스북, 폭스바겐, 베트남 빈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매각은 기정사실에, 인수기업만 남은 상황이었다.

1월 25일에도 후속 보도가 나왔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자율주행 등 미래 사회를 이끌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서, 스마트폰 사업은 매각해도 중요 기술력은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LG전자는 직원 고용유지를 보장했다.

이후 LG전자의 보도 내용은 달라졌다.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스마트폰 영업손실을 메꿀 신산업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인한 충격으로 소강 상태에 들어간 주식시장에 대한 배려갔았다.

1월 30일, LG전자는 2020년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전기차 부품 등을 담당하는 전장(VS)사업본부 매출이 5조 8,01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장사업본부가 LG전자의 주력 사업 부문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판단 착오와 비극적 결함

LG전자는 외국 전자 기업 무덤이라는 일본 가전 시장에서 일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초박형 TV, 얼음정수기 냉장고, 냉난방기를 판매하는 업적을 쌓았다. LG전자는 무한한 잠재력과 가공할만한 혁신성을 가진 세계적인 IT기업이다.

그런 LG전자는 지금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려고 한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매각 계획은 백색 가전이 이룩한 성과와 비교한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LG전자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지금 LG전자에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인문학이다. 스마트폰을 매각하면, LG전자는 당장 손실을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고, 조만간 기업 전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은 영웅 자신의 판단 착오(Harmtia), 즉 비극적 결함(Tragic Flaw)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LG전자가 23분기 연속 적자를 근거로 스마트폰 사업 매각하려는 것은 IT업계 영웅 LG의 비극적 결함이 될 수 있다.

LG전자는 지금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기회를 놓치면 기회는 오히려 위기가 된다. LG전자는 스마트폰이라는 장치가 향후 세계 시장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해야 한다. 인문학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스마트폰의 변화 : 소통 도구에서 접속 도구로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을 통칭하는 학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말, 글, 행동 전체를 해석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을 스마트폰에 적용하면, 스마트폰의 발전 궤적을 통해서 스마트폰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피처폰은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는 IT제품, 별도의 운영 체계, 이동통신, 인터넷 접속, 스크린 등을 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스마트폰은 컴퓨터라는 말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적자는 시장 변화를 따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신제품 경쟁에 끼지 못한 LG전자는 시장 변화와는 다른 행보를 해왔다. 그래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고,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LG전자의 판단은 판단 착오, 즉 비극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의 한계에 부딪혔고, LG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 사업을 독주할 시대를 맞았다. 그런데 LG전자는 사업 주도 기회를 차버리려고 한다.

이 말은 LG전자는 스마트폰을 만들면서도 스마트폰이 어떤 도구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피플, 스마트비히클, 스마트홈을 연결하는 도구이다.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조만간 찾아올 것이다.

 

스마트폰의 미래가 궁금하면, 아이언맨을 보라

존 파블로 감독의 영화 『아이언맨』(2008)을 보면, 스마트폰의 미래를 알 수 있다. 하이테크 수트 ‘Mark1’을 입고 날아다니는 토니 스타크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집적된 스마트홈에 살면서, 악의 세력과 대결한다. 스마트폰의 미래다.

토니 스타크가 입고 날아다니는 ‘Mark1’은 스마트피플과 스마트비히클이 결합된 형태이다. 토니 스타크는 이 수트를 입은 채로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집 스마트홈에 명령을 내린다. 이것은 하나의 운영체계로 연결되었기에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 중에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 중 빠진 내용이 있다. 피처폰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도구였다면, 스마트폰은 사람과 프로그램 사이를 연결하는 접속 도구이다. 스마트폰의 인터넷 검색이 바로 대표적인 증거다.

스마트폰은 웨어러블 단계를 거쳐, 스마트피플로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카로 시작해서, 스마트보트, 스마트에어플레인 등 스마트비히클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모든 명령을 스마트폰으로 받는 스마트홈으로 나아갈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할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발전시켜 차세대 스마트비히클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LG는 전자, 배터리, 가전, 하우징을 갖춘 세계 최고의 IT기업이다. 스마트비히클에 이어, 스마트홈도 LG전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