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유통가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2월이면 임시 국회를 통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가 예고되고 있어서다. 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총 15개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안에는 기존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적용하던 규제 대상을 온라인플랫폼과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최근에는 야당까지 나서 규제 대상을 식자재 납품업까지 넓히자고 아우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이익공유제'까지 등장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사회양극화 해소방안으로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핵심은 대기업들이 수익 일정부분을 기금으로 조성해 코로나19 피해가 큰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돕자는 것이다. 언뜻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돈을 잘 번 기업이 세금을 더 많이내 나라 재정에 기여하라는 반시장적 발상이 내포돼 있다. 즉, 지난해 선심성으로 뿌려놓은 재난지원금으로 나라 살림에 적자가 급증하니 그 책임을 기업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전지현 이코노믹리뷰 유통중기부장.
전지현 이코노믹리뷰 유통중기부장.

대학교 1학년 1학기에 수강하는 '경영학원론'에도 나오는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생산경제 단위체'란 정의조차 무시한 셈이다. 기업의 이윤으로 재정을 충당해 저소득층에 나눠주기보단 기업에 투자의 기회를 열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마땅한데, 돈을 벌 수 있는 무대는 빼앗으면서 있는 돈마저 내놓으란 발상 자체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참으로 부끄럽다.  

갈수록 진화하는 유통 규제에 이익공유제까지 거론되면서 유통업계는 족쇄로 숨 막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금유동성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대기업=적(敵)'이란 낡은 프레임으로 업계를 저격하는 현 시국을 생각하니, 정치권 발 '규제의 홍수'로 대한민국 유통산업 자체가 몰락할 일도 머지 않아 보인다. 

당초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유통산업발전법은 이미 수많은 영향평가 조사를 통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녹슨 규제의 진화로 포퓰리즘적 행동에 취해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최근 만난 한 학원 원장은 '이번 정부가 너무 무섭기만 하다' 말로 그간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냈다. 그는 "K-방역으로 수강생을 5인 이하로 받거나 문을 닫으란 공지를 받았을 때도, 방역 조사를 하기위해 관할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을 때도 일방적 통보에 그쳤다"며 "일반인 수업은 5인 이하일 경우가 많은데도 무조건 닫으란 말만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귀화한 중국인으로서 성장기를 중국에서 보낸 그는 고향에서나 겪었을 법할 일을 한국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지난 10여년간 불법 체류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범죄자들의 통역을 맡아왔지만, 최근처럼 일이 없었던 적은 전무했다"며 "방역 등에 투입된 경찰인력이 많아 신고된 사건을 쫒을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피해자들이 쌓이고 사회 곳곳에 코로나 방역으로 피해입은 성난 민심이 폭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헌법은 경제 질서 기본이 '자유로운 경제'에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노력해서 돈을 벌고 재산을 가질 수 있으며 사유 재산을 통해 잘살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과거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자본주의 경계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에 필연적으로 내재됐지만, 정부는 코로나19로 '돈맥경화'가 심화된 재난수준의 우리사회를 소득재분배로 해소하려 하고 모든 국민을 하나로 놓고 소득을 평등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쯤되니,  코로나 방역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역할이 커졌고 '재난에 의한 사회주의화'가 정착되면서 '새로운 공산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소상공인, 자영업자 피해가 막심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기업이 거둔 이익을 나누자는 건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자본주의는 부를 나눠주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경제적 자유다. 정작 우리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것은 규제를 풀어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인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체제가 곧 사회주의다.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