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 시기에 기업들이 올린 이익을 사회와 공유하자는 취지의 ‘이익공유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의 발언 이후 여권 전체에서 공감을 얻으며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역풍도 만만치 않다.

비난여론이 일자 여당에서는 “제도화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잠시 한 발 물러섰으나, 최근 이낙연 대표가 각 기업계에 대한 직접적 메시지를 전하는 쪽으로 선회해 논란은 다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점점 ‘반 강제성’을 띄는 이익공유제 추진에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힘 싣다  

지난 18일 열린 신년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의 주도로 사회적 논제가 된 이익공유제에 대해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 기업 성적이 오히려 좋아진 ‘코로나 승자’도 있다”라면서 “그런 기업들이 출연한 기금을 활용해 코로나로 고통 받는 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이는 대단히 좋은 일일 것이며 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이는, 한동안 논란이 된 여당 주도의 이익공유제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 이익공유제의 실현을 위한 여당의 행보는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했다. 

19일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크게 보고 있는 업종은 은행 등 금융업계”라고 밝히며 이익공유제에 금융업계가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2일 ‘플랫폼 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화상 간담회’를 열고 국내 IT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에게 이익공유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간담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경제 불평등 해소 방안의 일환인 코로나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업계 의견을 듣고자 함”이라면서 “이익공유제를 실천한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기업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각 기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기업들의 반대와 세부내용 수정 의견이 있었음에도 이를 거의 무시하고 최근 강행된 ‘공정경제 3법’ 추진 과정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정치권이 기업계에 제안한 ‘대화’는 언제나 여당 측 입장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 이익공유제 역시 같은 맥락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기업계 “주주 재산권 침해” 

‘코로나 이익공유제’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기업계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을 약화시킴과 동시에 각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익공유제의 5가지 쟁점’이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계의 주장에서 지적하는 여당 주도 이익공유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코로나 위기로 인한 기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실적은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산업이 속해있는 업황, 기업의 생산과 마케팅 전략, 원자재 가격 변동, 외교 정세, 환율 등 수많은 요인들로 인해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코로나 위기로 이익을 본’이라는 특정할 수 없는 기준을 기업들에게 제시한다면 이는 정부나 여당의 의도에 따라 특정 기업의 이익이 강제로 환원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계가 지적한 이익공유제의 두 번째 문제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다. “기업의 성장을 통한 투자수익을 위해 자본을 투자한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정치권의 의도에 의해 투자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반하는 것”이라는 관점의 지적이다. 여기에 덧붙여 경제계는 이미 대부분의 국내 주요 기업들은 ‘성과공유제’를 통해 중소 협력사들과의 공동협력으로 발생한 성과를 충분히 나누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경영 활동으로 성과를 이뤄내고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어낸 기업들에 대한 ‘징벌’과도 같다는 격한 지적도 있었다. 또 일각에서는 이익공유제의 정치적 도구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당의 정치적 이권 다툼에 활동되는 일종의 ‘카드’로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기업 리스크는 외면? 

정부와 여당의 관점에서 코로나19 시기의 특수상황으로 인한 '수혜'를 입은 기업군으로는 IT,  금융, 이커머스, 배송, 반도체 등이다. 그러나 이 업종에 속한 모든 기업이 다 코로나 확산 이전 대비 수익성을 개선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 특수 상황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매출 등 외적 규모는 확장되고 있으나 여러 요인으로 영업손실을 감당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있다. 쿠팡의 경우 비대면 구매의 증가로 인해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상품 주문과 배송 주문량을 감당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 쿠팡은 오프라인 많은 자본을 들여 물류 인프라와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렸고 이로 인해 영업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외에도 매출 규모의 증가요인은 있으나 실질 수익성이 떨어진 업체들도 있으며 '수혜' 업종에 속해있음에도 코로나 위기에 실적이 반토막난 기업들도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정부나 여당이 소위 말하는 '수혜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코로나 위기로 기록한 마이너스 실적이나 재정적 리스크를 정부가 보전해줄 수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물론, 정부나 여당 측은 그 어떤 채널로도 이와 관련된 입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위기의 상황을 버텨낸 기업들의 수익은 가져가고, 리스크는 외면하는 정부와 여당의 이중적 태도에 기업들은 점점 할 말을 잃어가고 있다.    

 이렇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각계의 지적에도 정부와 여당은 이익공유제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 규제 법안들의 연이은 시행 결정으로 코너에 몰린 기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