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플 때가 있다. 소화불량증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증상은내시경, 초음파 등 일반검사로 원인을 밝혀내지만 그렇지 못한 증상도 있다. 신경성 위염이라고 부르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그렇다.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되도록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파진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복통, 설사 혹은 변비를 경험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증상이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검사상으로는 ‘정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한소화관운동학회가 2007년 전국 성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25%가 소화불량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식사한 뒤 속이 불편하고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고 메스꺼우며 조금만 먹어도 속이 금방 차는 것 같은 증상을 통틀어 소화불량증으로 부른다.

소화불량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혈액검사나 내시경, 초음파, 컴퓨터 촬영 등의 일반 검사로 원인을 밝혀 낼 수 있는 소화불량증이 있는 반면,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기능성 소화불량증도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신경성 위염이라고도 한다. 정확한 유병률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장병으로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에서 3분의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성 위염은 병명에서도 볼 수 있듯이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위는 감정이나 정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불안이나 우울, 스트레스, 긴장과 같은 자극이 자율 신경계를 자극하면 위 운동이 방해를 받아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은 수 년 또는 수십 년 지속되면서 증상이 좋아졌다나빠졌다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 쓰는 일이나 스트레스가 늘어나면 증상이 심해지며, 특히 성격이 예민한 사람에게 잘 생긴다.

소화기관 문제나 특정 질환 때문에 생기는 기질성 소화불량과는 달리, 기능성 소화불량은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므로 치료가 쉽지 않다. 적절한 병원 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생활습관 개선, 규칙적 생활과 적당한 운동 등을 통해 증상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필요에 따라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약물치료 시 약물의 선택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종류, 즉 궤양성 소화불량증이냐 운동이상형 소화불량증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궤양성 소화불량증은 내시경 검사에서 궤양이 발견되지 않지만 궤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궤양이 있을 때처럼 속이 쓰리기도 하고 윗배가 불편하고 아픈 증상이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궤양 치료를 할 때처럼 위산 억제제를 사용한다. 반면 운동이상형 소화불량증은 식후 포만감이 빨리 나타나고, 속이 더부룩한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 역시 위장 운동 이상으로 음식물이 위에서 제때 배출되지 않고 지연되는 현상과 관련 있어 보인다. 주로 위장운동 촉진제를 사용해 치료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되도록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요가나 명상, 걷기 등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과식이나 잠들기 2∼3시간 전 음식섭취를 피하고 자극적인 음식이나 지방이 많은 음식, 술, 담배 등도 삼간다. 일반적인 식이요법을 따르기보다 본인이 먹고 나서 고생하고 힘들었던 음식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가급적 그 음식을 먹지 않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음식은 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소화기 질환이 또 있다. 바로 현대인의 약 10~15% 정도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다. 이 병은 스트레스를 받은 후 변비나 설사 등의 배변장애, 복통, 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가끔씩 배가 아프거나 설사 등을 한다고 해서 모두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아니며 증상이 자주, 오랜 기간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일 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마찬가지로 내시경이나 엑스레이(X-ray)같은 검사로 확인되는 특정 원인 질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기능성 소화불량증과 마찬가지로 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정된 자세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경쟁심이나 질투 등을 자극하는 생각을 되도록 버린다. 적당한 운동 역시 엔도르핀을 생성해 긍정적인 생각에 도움을 준다. 대장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 규칙적인 배변습관도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홍성수 비에비스 나무병원 내과 전문의(부원장)

                              

 

서울아산병원 소화기 내과 전공의/前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조교수/前 서울아산병원 소화기 내과 임상강사/대한 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 연구학회 편집위원/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자격심사위원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