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조 바이든 제 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국민의 뜻이 들렸고, 국민의 뜻이 관철됐다"면서 "지금 이시간 민주주의는 승리했다"고 연설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다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세계보건기구 탈퇴 중단 및 파리기후협약 복귀, 이민자 차별 철폐 등을 추진해 소위 트럼프 지우기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100% 트럼프 대통령 지우기'에 나선 것은 아니다. 다자주의를 기점으로 미국의 중국 압박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도 여전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혹독한 2021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블루웨이브, 실리콘밸리 덮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과 대립각을 보인 바 있다.

당장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고 "로켓에 묶어 우주로 날려버리자"는 막말을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마존을 겨냥해 골목상권 붕괴의 원흉이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일도 벌어졌다.

취임 후도 마찬가지다. 중부 러스트 벨트에서 전통 제조업에 종사하는 백인 블루컬러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막대한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다수인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냈으며, 당선 후 실리콘밸리 인적 구성에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이민자들을 탄압해 일촉즉발의 대결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한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 테크 서밋을 통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으나, 테크 서밋이 열린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 등 기존 언론을 중국 자본에 잠식된 '배신자'라 비판하는 한편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트위터 등 SNS 플랫폼을 통해 직접 지지자들과 소통했으나,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전략 자체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러한 갈등은 최근 미 의회 난동 사건이 벌어진 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콘텐츠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한편 아예 계정정지 조치를 취하자 극한으로 치달았다.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말 그대로 '재앙'인 셈이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시대가 열려도 미국 정부의 빅테크 기업 옥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빅테크 기업의 수난은 계속될 것이라 보도했다.

법무부가 구글의 시장 독과점 의혹을 정조준한 상태에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도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미 하원에서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디지털 시장 경쟁 보고서까지 채택된 지금, 당분간 바이든 행정부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수난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바이든 대통령과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빅테크 기업 강경파들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 기업 최후의 방패인 통신품위법(CDA) 230조를 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30조 조항은 이용자들이 제작해 올린 콘텐츠가 위법일 경우에도 해당 플랫폼에 책임을 묻지 않는 조항이며, 지금까지 플랫폼을 운용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사법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30조 조항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기간 230조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사를 의회에 적극 알린 바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230조 조항은 사라져야 한다는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안요소다.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 빅테크 기업의 규제를 전담하는 반독점 책임자를 신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백악관이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조정자 역할에만 머물 것인지의 문제만 남았지 사실상 반독점 책임자 신설은 기정사실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실리콘밸리와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점과,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세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바이든 행정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다행인 부분이다.

최근 페이스북의 부사장에 영입된 닉 클레그 전 영국 부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구글 창업자 에릭 슈미트를 비롯해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바이든 슈퍼팩 기부자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바이든 캠프 혁신정책위원회에는 빅테크 출신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기업 압박이 '천천히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본다. 그러나 WP는 "바이든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빅테크 출신 인사들의 교류는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빅테크 기업의 어려움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첩첩산중
블루웨이브 외 리스크도 첩첩산중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현재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는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강력한 플랫폼 영향력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 하원 보고서의 핵심이자,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 기관의 규제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이던 미 민주당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가짜뉴스와 큰 관련이 있다고 보며, 이 가짜뉴스를 필터없이 제공하는 빅테크 플랫폼에 대해 '위험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미 의회 난동사건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콘텐츠를 게시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중단한 사례도 눈길을 끈다. 흑인인권운동 당시 시작된 빅테크 기업의 디지털 독재 논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주장이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나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인의 계정이 정지된 후 보수 성향의 SNS인 팔러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아마존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AWS가 팔러에 대한 기술 지원을 중단하며 이러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장 반(反)보수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중단 사태를 두고 우려할 정도다. 이는 자연스럽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빅테크 옥죄기는 미국에서 우려하는 빅테크의 거대한 영향력에 이어, 미 실리콘밸리 기업의 영토가 유럽연합의 민간시장으로 침범하는 것에 대한 공포로 가득하다. '잊혀질 권리' 논쟁부터 시작해 최근의 시장 독과점 논란 모두 빅테크 기업을 유럽의 ICT 민간시장에서 밀어내려는 유럽연합의 노력들이다. 조만간 미국과 유럽연합의 디지털세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편, 당분간 강력한 압밥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19 및 사이버 보안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는 것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빅테크 기업들이 코로나19를 통해 온택트 트렌드를 장악,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으나 2021년부터는 새로운 시련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했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 사태가 일부 해소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의 코로나 수혜가 사그라 들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말 그대로 불확실성의 연속인데다 코로나19가 사그라들어도 온택트 트렌드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인프라 규모를 키워온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해커집단의 공격을 받은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은 당분간 보안이슈에 크게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WSJ는 "데이터 유출과 관련한 내용은 사생황 침해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빅테크 기업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애플은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크게 강화하며 이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그 외 기업들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인공지능 학습 등에 활용해야 하는 빅테크들 입장에서 개인정보보호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카드다.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기술 민족주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대중 강경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당분간 중국 리스크는 빅테크 기업들의 공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 WSJ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고립주의가 커질 수 있다"면서 "대립이 장기화 국면으로 넘어갈 경우 빅테크 기업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