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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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임대차법 시행 이후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인한 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전세 가능한 물건도 없고 새로 물건이 나오더라도 집주인들이 전세가를 높게 올린 상황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집값 만큼 오른 전셋값으로 전세 대신 매매 수요로 전환됐다. 


시장 안정화 아닌, 집주인 세입자 갈등 '지속'


19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내 신고된 전세 계약 건수(1월 1일~19일)는 1787건이다. 전년 동월 1만1516건인 것과 비교하면 15.5%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1월 셋째 주인 것을 감안하면 턱 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지난해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이 시행되고 나서 전세 계약 건수가 급감했다. 7월 1만3438건에서 9월 8551건으로 두 달만에 36%나 줄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전세 계약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송파구였다. 전세 거래가 많을 수록 시세 급등 모양새가 뚜렷했다. 한국부동산원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중에서도 송파구가 0.21% 상승(1월 2주 기준)으로 전세가 변동률이 컸다. 가락동 '대장주'(지역 시세를 이끄는 아파트 단지) 외에 구축도 전세가 7억을 훌쩍 넘었다. '가락1차 쌍용아파트' 전용 59.92㎡가 지난 7일 4억4000만원(6층)에 전세 계약됐다. 현재 해당 단지 같은 평형 대는 6억~7억원 선에 나와 있다.  

임대차법 시행으로 혼란한 시장과 급등한 전세가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가락동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님을 둔 누리꾼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원래 8억이던 (구)42평형 전세를 융자 낀 집이라 좀 싸게 구해 잘 지내셨다"면서 "오늘 집 주인이 연락와서 추가로 월세 200만원을 주면 연장하겠다고 했다"며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다른 누리꾼은 "세입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저런 식으로 '찔러' 보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송파구 다음으로 노원구가 전세 계약 건수가 많다. 정부가 '서울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발표하고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와중 재건축 추진 인근 단지 전세가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벽산 아파트' 전용 75.03㎡은 지난 11일 2억8350만원(6층)에 전세 계약 됐다. 이 면적은 4억5000만원 선까지 나와 있다. 노원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가도 올랐고, 새로 전세 물건 나오는 것들은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부른다"며 "전세 계약이 가능한 물건도 얼마 없다"고 했다. 


"시세차익 본 사람은 팔고 나가" "전세 대신 매매로"


경기 지역은 저평가 지역과 리모델링 등 정비사업 호재 가 있는 지역의 전세가가 계속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전세가 변동률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 등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전세가 변동률은 0.42%로 3주 연속 상승폭을 키웠다. 성남시 수정구는 0.42%, 중원구 0.39, 분당구는 0.45% 상승을 기록했다.  

'로또'가 된 청약에 당첨된 수요자들은 시세차익만 챙기고 발을 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수원에서 9887가구(총 가구수 기준, 1월19일)가 공급될 예정이다. 공공분양을 더 하면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수원시에서는 청약 대기수요가 많은 상황이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살고 있는 이씨(57세)는 15만 명의 청약자가 몰린 지난해 2월 분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를 아들 명의로 청약해 당첨됐다. 그는 얼마 전 분양권을 팔았는데 20평형대 아파트로 약 6000만~7000만원 정도 시세 차익을 봤다.

매교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물건도 없고, 12월에 물건이 다 빠질 때가 있었다"며 "30평형대는 2억 후반~3억원 선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망포동 내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가 너무 많이 올라 오히려 매물이 줄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