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비해 지방 부동산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와 각 지역별 특성에 따른 호재로 인해 활기를 띠는 지역도 있다.”

인천 청라와 송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정부에서 떴다방 단속반을 꾸려 내보낼 정도라고 하니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일각에서는 투기가 재현됐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으며 이 지역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떴따방’, ‘투기 재현’이라는 말이 이렇게 빨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일고 있는 부동산 열풍을 속시원하게 대답해 주는 전문가는 없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분양시장의 현상을 이상 과열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이 만나면서 발생하는 국지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지적이 대세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극히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보면 된다.

지방 부동산 침체? 우리 지역은 제외
하지만 최근 들어 발생하고 있는 부동산 회복 현상을 특정 지역의 기이한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지방의 부동산시장은 침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청약률 ‘제로(0)’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는 곳도 있다.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방 전역에 걸쳐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충남 아산신도시, 당진군, 대전광역시 등 충청도 지역이 시장 침체 상황에 부침이 작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지역들은 최근 발표된 미분양 주택 양도세 100% 면제 혜택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세금 완화조치의 영향과 지역적 개발 호재 등으로 인해 타 지방에 비해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아산신도시 부동산 회복세 뚜렷
충남 아산신도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황해권 개발을 비롯해 탕정산업단지 등의 개발 호재로 인해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 회복세가 점쳐지는 지역이다.

수도권 전철로 서울까지 한번에 연결되는 데다 2013년 개통 예정인 천안 경전철까지 완공되면 천안 아산 일대 구도심 상권까지 흡수, 수도권의 열풍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편리한 주거환경은 투자가치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신도시답게 KTX역사를 중심으로 상업시설이 배치되고 있어 생활 편의성 등이 잘 갖춰진 것도 주목받는 이유다.

경기침체 여파로 하루에 한 건도 채 성사되기 어려웠던 계약이 최근 세제혜택 발표에 힘입어 주말 사이에만 10여건이 넘는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고 한다.

당진 분양권 프리미엄 1500만원 거래
충남 당진의 경우 부동산 회복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표현보다 애초부터 부동산 한파가 오지 않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충남 당진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분석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기침체 직전인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2.6%, 전세가격은 6.51% 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은 거의 대부분 신규 분양한 아파트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당진에 신규 분양한 남산공원 휴먼빌(113㎡)과 한라비발디(109㎡)의 분양권이 당초 분양가보다 1500만원 정도 오른 2억2000만~2억2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경기침체 이전에는 3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당진의 이 같은 부동산 활황은 국내 상위 6개 대형 철강업체의 포진에 따라 국내 최대 규모의 철강 클러스터로 자리 잡으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또 황해경제자유구역 개발과 당진∼대전간, 당진∼천안간 고속도로(2012년) 개통 등의 대형 호재로 인한 투자자들의 수요 증가도 부동산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대전 청약 경쟁률 마감 단지 나와
대전광역시에서도 지방에서 분양한 것이라고 하기에 믿기지 않을 만큼 청약 경쟁률이 높은 곳도 나타났다.

계룡건설의 ‘리슈빌 학의 뜰’은 3순위 최고 7.6대 1을 기록했고, 제일건설도 3순위 최고 2.4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제로 청약이 줄을 잇는 지방 분양시장과 비교해 본다면 어마어마한 경쟁률이다.

이렇듯 대전 학하지구가 인기를 끈 것은 경제적으로 소비력을 갖춘 중·장년층의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 청약 마감의 주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전 서구에서 S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김영모(가명·45) 씨는 “자족도시로 성장을 위한 산업단지 조성 등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주택 수요가 꾸준히 있기 때문에 환금성이 뛰어나고 타 지역에 비해 가격상승 여력이 있다”며 “지방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있다고 하지만 이곳은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고 밝혔다.

청주 등 미분양 주택 빠르게 소진
충북 청주도 부동산시장 회복 기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충북도청에서 부동산중개업자 200명을 대상으로 ‘4월 부동산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향후 예상되는 체감 부동산경기실사지수를 나타내는 RBSI가 97.5로 나타났다.

그만큼 지역민들의 부동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는 증거다. 이 같은 현상은 다소 더디긴 하지만 미분양 물량 소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영이 충북 청주시에 짓고 있는 ‘지웰시티’의 경우 최근 분양률이 70%를 웃돌면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신영 측 관계자는 “올 1월 말까지만 해도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2월부터 꾸준히 증가해 최근에는 주말에 평균 150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