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의 긴급사태 선언

2021년 개막과 함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위기를 맞았다. 경기 위축을 우려해 코로나19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 지사에게 일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사태는 심각하다. 확진자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월 2일, 고이케 지사 등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장이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담당상을 만나 긴급사태 선언을 요청했다.

형식상 요청. 하지만 요청 후 텔레비전 기자회견까지 벌였으니, 내용상으로는 선포. 도쿄도는 긴급사태 선언을 요청했으니, 결정은 정부 몫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대응 주도권 다툼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스가 정권을 기습한 셈.

경기 부양을 위해,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긴급사태 선언을 미뤘으며, 보조금을 지원하는 여행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유지하려고 했었다. 정부는 일단 트래블 정책은 바로 중지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사전 조율을 했다는 흔적이 엿보이지 않으며 갑작스러운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표했고, 아사히 신문은 스가 총리 주변에서 “고이케 씨는 교활하다.”는 불만을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 9개월 만에 다시 긴급사태 선포

고이케 도지사 기습에, 스가 총리가 손들었다. 9개월 만에 다시 긴급사태를 선언한 것. 물론 일본 모든 지자체에 긴급사태가 내려진 것은 아니고, 경제재생담당상에게 긴급사태 선언을 요청한 수도권 4개 광역자치단체에 내려졌다.

지난 1월 7일, 스가 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1월 8일부터 2월 7일까지 30일간, 도쿄도와 사이타마, 가나가와, 지바현 등 수도권 4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힌 것이다.

스가 총리는 “연말연시 감염자 수가 매우 많고 도쿄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2,400명을 넘어서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급속한 전국적 확산으로 국민 생활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긴급사태 선포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30일간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이 오후 8시까지로 제한된다. 또 스포츠 경기 등 대규모 행사는 참가자 수를 시설 수용 인원의 50%, 또는 5,00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상황.

일본 정부는 시민들에게 오후 8시 이후 외출을 자제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 등을 통해 출근 직원을 70%까지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16일부터 5월 14일까지 전국에 이미 한 차례 긴급사태를 선언한 적이 있었다.

 

일본, 긴급사태 발효 첫날, 코로나 확진 최다 기록

그러나 일본 정부의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도쿄도를 포함한 수도권 긴급사태 선언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월 8일,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또다시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뒤늦은 긴급사태 발효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1월 8일 오후 8시 현재 기준으로 일본 전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7,841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5일 4,912명, 6일 5,999명, 7일 7,570명에 이어서 나흘째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었다.

이와 함께 발표된 사망자 숫자도 심각했다. 사망자는 57명 늘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총 3,955명을 기록했다. 중증환자는 30명 늘어난 826명으로 집계됐다. 중증환자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별로 확진자 수를 살펴보면, 도쿄도 2,392명, 가나가와현 838명, 사이타마현 496명, 지바현 455명이었고, 긴급사태가 발효되지 않은 오사카부가 655명을 기록해서, 지자체 별 순위로 따져보면 도쿄와 가나가와에 이어 3위였다.

급속한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응해 수도권에 긴급사태를 선포한 일본 정부. 하지만 2월 7일까지 도쿄도 등 수도권 거주자에 오후 8시 이후 외출 자제와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을 권고했지만,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도쿄올림픽 개최 불투명과 일본의 미래

도쿄올림픽이 순수하게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세계가 알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서 경제를 부양하고, 나아가 평화헌법을 개정할 목표도 세웠다.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원대한 포부는 코로나19로 인해 꺾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됐고, 도쿄올림픽에 승부를 걸었던 아베 전 총리는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도쿄올림픽은 2021년 7월 23일부터 개최될 전망이다.

그런데 2020도쿄올림픽의 2021년 개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개최 의지가 분명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장과 달리, 일부 IOC 위원들은 코로나19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이케 도쿄도지사의 기습 전까지, 스가 총리가 수도권 긴급사태 선포를 주저한 것은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뒀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해도, 도쿄올림픽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10월 21일 치러질 중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 7월 23일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도쿄올림픽은 이미 경제 부양과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개최 효과를 잃어버린 것 같다. 일본 회생의 기회가 도리어 일본 침체의 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