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재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중 상법 개정안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재계는 개정 상법이 갖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정치권의 재고를 호소했지만, 개정안은 이미 같은 달 2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개정 상법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인지, 특히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주총 시즌에는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본다. 

 

- 다중대표소송제도,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더욱 중요해진 모회사 지분 구성 

이번 상법 개정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이었다(제406조의 2). 다중대표소송제도란 ‘모회사 소수주주가 자회사에 대하여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기존 주주대표소송제도(제403조) 하에서는 발행주식총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같은 회사’ 이사의 책임만을 추궁할 수 있었던 것이 자회사, 더 나아가 손자 회사 이사의 책임까지 추궁할 수 있는 것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재계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도의 도입이 자칫 ‘모회사 소수주주의 자회사 경영진 길들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지만, 결국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발행주식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이하 모회사 소수주주)가 1차적으로 자회사에 대하여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회사가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모회사 소수주주가 즉시 자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일단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주식이 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 이하로 감소하여 모자회사 관계가 사라진 경우에도 이미 제기한 소송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상장사인 모회사 소수주주가 이 같은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전부터 상장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해야만 한다(제542조의 6).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모회사 지분 100분의 1(상장회사의 경우 1만분의 50) 남짓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한 소제기로 간접적으로 자회사 경영에까지 개입하는 것이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게 되었지만, 모회사 지분을 자기 지분, 최소한 우호 지분으로만 채울 수 있지 않는 한 이 같은 리스크는 이제 감수할 수밖에 없다. 

 

-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원칙적으로 감사위원회는 상법 상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 ‘감사에 갈음’하여 사외이사를 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하여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 임의기관이지만(제415조의 2), 대규모 상장회사(최근 사업연도 말 현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하여야 한다(제542조의 11 제1항). 결과적으로 감사위원회는 상법상 이사회 내 위원회의 일종으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와 달리 감사위원회의 감사위원은 이사의 지위를 함께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개정 상법에서도 감사위원이 이사로서의 지위도 갖는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선출 방식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개정 전 상법 상 감사위원의 선출은 이사를 먼저 선출한 후 그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이었지만, 개정 상법은 감사위원을 별도로 ‘분리’하여 선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분리 선출’방식에 의한 감사위원 선출은 최소 1명 이상(정관에서 2명 이상으로 정할 수 있음)으로 의무화된 반면, 아무리 최대주주라도 감사위원 선출과정에서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어 상장회사로서는 경영진에 적대적인 소수주주를 대변하는 감사위원도 이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제542조의 12).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적인 상장회사는 자본금 총액 10억 원 이상에 해당하여 별도로 감사까지 두게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이들 기업으로서는 경영진에 적대적일 뿐 아니라,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 하는 감사 혹은 감사에 준하는 감사위원과 이사회 안팎에서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상법 시행과 동시에 법무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는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회사 뿐 아니라 자산총액 1천억 원 이상 2조원 미만이지만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에도 본 규정이 적용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 새로이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각별히 이 점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주총 결의요건 완화 적용받기 위해서는 ‘전자투표’제도 도입해야

  이번 개정 상법 내용 중에는 그 동안 주총 시즌 때마다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아 오던 감사 선임 관련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되었다. 개정 상법 제409조 제3항, 제542조의 12 제8항에서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시 이른바 ‘3% 룰’을 배제하고, 출석한 주주 의결권 과반수만으로도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새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전제는 “전자투표”를 실시하여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고, 안건 역시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에 한정된다. 이 같은 전자적 방법에 의한 주주 의결권 행사, 즉 “전자투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도입이 가능하지만, 소집 통지 시 주주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통지해야 하고,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양식과 참고자료 등을 주주에게 전자적 방법으로 제공해야 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도 만만치 않아(제368조의 4), 만약 이번 주총시즌에서 이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