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월계점 주류 코너. 사진=박재성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마트 월계점 주류 코너. 사진=박재성 이코노믹리뷰 기자.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 개그우먼 박나래는 혼자사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조명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본인이 직접 꾸민 홈바 '나래바'를 공개했다. 술을 좋아하는 박나래는 집에 지인들을 위한 '나래바'를 운영하며, 사장으로써 남다른 솜씨를 과시한 요리를 만들고 본인만의 칵테일도 제조한다. '나래바'는 스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인기 맛집으로 떠올랐고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도 꼽히고 있다.

'혼술·홈술족'에게 '홈 바(Home bar, 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별도 공간)'는 꿈의 공간이다. 박나래의 '나래바'까진 아니어도 홈술을 즐기는 '나만의 아지트'로, 홈 바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즐기고 칵테일까지 제조하는 혼술·홈술 끝판왕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홈 바는 혼술·홈술족을 겨냥한 홈인테리어 시장을 키우며 잔, 거치대, 와인쿨러 등 관련 상품매출도 높이는 중이다. 술 하나가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넘어 홈바, 홈아트, 홈인테리어는 물론 소비영역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3040세대 중심으로 홈 바 인테리어시장 '쑥쑥'

네이버 카페에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홈 바를 새로 꾸몄다'는 체험기가 수두룩하다. 글을 올린 이들은 LED 장식장부터 와인냉장고, 쇼케이스 미니 술냉장고, 은은한 조명, 홈체어까지 다양한 '홈 바' 인테리어 소품들로 꾸며진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하고 가격 정보 등을 나눈다. DIY로 직접 '홈 바'를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인 아일랜드 와인셀러와 서랍형 냉장고를 국내 출시했다. 아일랜드 와인셀러. 출처=LG전자.
LG전자는 프리미엄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인 아일랜드 와인셀러와 서랍형 냉장고를 국내 출시했다. 아일랜드 와인셀러. 출처=LG전자.

실제 '내 집안의 홈 바'는 3040세대를 중심으로 열광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12월 들어 3040세대 '홈바' 관련 상품구매가 전년대비 대폭 상승했다.

와인을 시원하게 마실 수 있게 하는 '와인쿨러'나 '버킷'은 판매율이 322%, 와인을 보기 좋게 보관하는 '와인랙'도 238% 올랐다. '와인 디켄터'도 11% 증가해 전체 와인용품 판매는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환경조성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랜선 송년회를 비롯한 SNS용 사진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네온사인'은 89%, 얼음을 얼릴 수 있는 '아이스트레이'와 '칵테일 쉐이커' 판매는 각각 166%, 7% 상승했다.

술을 직접 만들어먹는 '홈브루(수제맥주제조기)'도 인기다. 발효부터 세척까지 맥주 제조 전과정을 자동화한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는 지난해 7월~9까지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테팔 '비어텐더' 맥주냉장고는 해외 직구로만 판매됐지만,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LG전자 홈브루. 출처=LG전자.
LG전자 홈브루. 출처=LG전자.

주류업체들이 마케팅 일환으로 내놓는 캐릭터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어른이 문방구' 콘셉트로 캐릭터숍 '두껍상회’를 지난해 8월17일부터 10월25까지 운영했는데 이 기간 방문자가 1만명에 달했다. 주류 캐릭터숍은 캐릭터를 판매하는 곳으로, 라인프렌즈나 카카오프렌즈 숍과 동일한 콘셉트 매장이다. 특히 '요즘쏘맥잔', '진로소주잔', '한 방울 잔' 같은 술잔 굿즈가 인기를 모았다.

혼술·홈술 트렌드에 날개 단 HMR·밀키트

좋은 술에는 안주도 빠질 수 없는 법. 홈술용 안주로 즐기는 HMR(가정간편식)·밀키트(Meal Kit, 식재료와 양념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 시장도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HMR 시장중에서도 손질된 재료와 양념, 조리법까지 담겨 한번에 요리할 수 있단 장점으로 밀키트가 가장 주목받는 중이다. 한국 HMR시장 규모는 2013년 2조841억원에서 2017년 3조7909억원으로 5년간 80% 이상 성장한데 이어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에 5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실제 마켓컬리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안주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이중 데우거나 굽기만 하면 되는 떡볶이, 밀키트 등 간편식 상품비중은 72%를 차지했고, 빠르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안주류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 배달 음식보다 뒷처리가 깔끔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적다는 장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 프리미엄 밀키트 4종.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프리미엄 밀키트 4종. 출처=CJ제일제당

시장성장세를 엿본 식품기업들은 지난해 냉동식품 안주류 제품을 대거 쏟아냈다. 국·탕·찌개 제품도 그 어느해보다 다양해졌고, 빠르고 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제품부터 프리미엄급까지 '가성비'·'가심비'별 종류도 다양해졌다.

CJ제일제당은 프리미엄 밀키트 ‘쿡킷(COOKIT)’을 통해 스파이시 보일링랍스터&쉬림프, 단호박크림파스타, 양갈비스테이크 등 간편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메뉴를 선보였다. 부침에 필요한 원물가루와 손질된 원재료가 용기 하나에 모두 들어있는 '백설 감자전'도 내놨다. 별도 재료손질 없이 물을 붓기만 하면 되고 반죽을 섞은 후 프라이팬에 5분만 부치면 끝이다. 컵 용기 자체를 믹싱볼로 사용하면 되니 설거지 걱정도 없다.

대상 청정원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야식이야(夜)’에서는 최근 가정내 빠르게 보급되는 에어프라이어로 10~15분 동안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1~2인 소비자 타깃 안주류를 다수 공개했다. 간단한 안주 만들기에 유용한 에어프라이어 전용 HMR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면 연기와 냄새 없이 적은 기름으로 쉽고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에 인기몰이다.

업계는 혼술·홈술이 견인한 관련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는 혼술·홈술 문화 정착을 앞당겼을 뿐 '포스트코로나시대'가 오더라도 사라지진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리인테리어링이 조명받으면서 홈 바를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늘고, 신규 입주 아파트에는 홈 바 등이 설치된 사례도 많다"며 "과거 '나(me)심비' 트렌드 중 하나로 여겨졌던 혼술·홈술 문화는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홈코노미(홈+이코노미)'로 연결되면서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