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텔이라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엔비디아 및 AMD를 필두로 하는 영웅들이 피냄새를 맡은 상어떼처럼 몰려와 시장의 판을 흔드는 것처럼,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무려 21년만에 무너지며 국민 인증서 왕좌를 꿰차려는 각 플레이어들의 격전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경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인증서 전투가 간편결제 시장의 초기 트렌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특히 '어떤 플랫폼이 핵심 무기이냐'라는 핵심 키워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춘추전국시대
네이버는 지난해 3월 네이버 인증을 출시한 후 누적 발급 200만건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주요 공공웹사이트에 적용할 민간전자서명서비스 시범 사업자로 카카오, 통신 3사의 패스, 한국정보인증(삼성 PASS), KB국민은행, NHN페이코 등 5곳을 선정한 가운데 네이버는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그 만큼 강렬한 존재감 확보를 통해 영토확장에 매진하는 중입니다.

인증서와 전자문서 모두 힘있는 전략을 가동중입니다.

이용자가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온/오프라인에서 운전 자격 및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경희사이버대학교와 교내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경희사이버대학교 학생들은 본인 인증이 필요한 순간에 공동인증서 뿐만 아니라 네이버 인증서를 활용하여 간편히 인증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미디어로그,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비대면 이동통신 가입서비스에 대한 임시 허가’를 받았다고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는 비대면으로 서비스에 신규 가입이 가능해지고, 번호이동 및 기기변경시에도 본인 인증 수단으로써 네이버 인증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출처=네이버
출처=네이버

웨일에 네이버 인증서를 지원하며 모바일과 PC를 아우르는 올인원 플랫폼을 구축한 것이 핵심 무기입니다.

카카오도 인증서 전략을 강하게 틀어쥐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출시된 카카오페이 인증은 지난해 11월 기준 2000만건 발급을 돌파했으며 '행전안전부의 선택'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중입니다.

나아가 행정안전부와 함께 1월부터 카카오톡 지갑의 카카오 인증서로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와 정부24의 연말정산용 주민등록등본 발급서비스, 국민권익위원회의 온라인 국민참여포털 '국민신문고'를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는 중입니다.

출처=카카오
출처=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도 인증서 시장의 강자입니다. 누적 발급이 2300만건을 돌파한 가운데 토스 이용은 물론, 금융기관의 상품 가입 시 토스앱을 통해 지문 등 생체인증이나 PIN번호로 간편하게 인증을 마칠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하는 중입니다.

토스인증서는 2018년 말 수협은행에 인증서 발급을 시작으로, 최근 1금융권인 SC제일은행을 비롯,  삼성화재, 하나손해보험, KB생명 등 대형 금융회사와 잇달아 계약을 맺고 해당 회사의 상품 가입 시 간편인증, 전자서명 등에 토스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은행들이 속속 인증서 시장에 진출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는 중입니다.

다만 현재 기준, 가장 강력한 세력을 자랑하는 곳은 통신3사가 모여 만든 패스입니다. 지난달 29일 기준 3100만명이 선택하며 영토확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누가 이길까?
최근 벌어지는 인증서 전쟁은 간편결제 시장의 초기 상황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양한 플레이어가 참전했으며, 무엇보다 고객이 상황에 따라 중복으로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나아가 간편결제와 인증서 모두 각 플레이어들에게 당장의 매출과 수익을 보장하지 않지만, 생태계 락인 효과를 노린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인증서 전투의 향배도 간편결제 전쟁의 흐름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플레이어들의 플랫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간편결제 시장의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각자의 플랫폼 특성에 맞는 온라인 전략을 먼저 구사했습니다. 이를 조금씩 오프라인으로 옮기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전략을 가동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보자면 네이버는 자사 플랫폼의 범용성을 무기로 삼아 순식간에 영토를 확장했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모았습니다.

다른 영역에 진출하는 두 기업의 행보가 비슷하지만, 특히 인증서 시장에서 보여주는 두 기업의 행보는 간편결제 시장에 임하는 당시의 분위기와 매우 동일합니다. 네이버는 웨일 등을 포함한 PC와 모바일의 범용성, 카카오는 역시 카카오톡입니다.

삼성전자의 행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보유한 상태에서 삼성페이로 단숨에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흔들었고, 이제는 인증서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보여주는 중입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자사 스마트폰의 생체 인증 서비스인 '삼성 패스' 업데이트를 단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별도의 앱이 없어도 인증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신용카드를 누구나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넣어버린' 전략이 고스란히 재연됩니다.

이렇게 각 플레이어들의 방식이 간편결제에 이어 인증서 시장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보여주는 가운데, 결국 승패는 '과연 누가 락인 효과 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로 좁혀집니다. 오프라인? 온라인? 아니면 토스처럼 핀테크 전반의 왕자로 성장하며 빠르게 서비스를 생활밀착형으로 풀어낸 플레이어가 승기를 잡을까요?

예단할 수 없지만, 어떤 플랫폼을 택한 플레이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승기를 잡았는지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힌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연말정산이 시작되어 국민들이 새로운 인증서 대항해시대를 경험한 후, 간편결제에 이어 인증서의 등장으로 지갑 회사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 되면 '최종승자'가 가려질 전망입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