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올해 원·달러 환율 전망을 놓고 전문가들은 1000원~1100원대 박스권을 오르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달러 약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화 강세는 주춤하면서 환율 하락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220원 수준의 등락을 보인 환율 변동폭 또한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 변동폭 220원…코로나·美대선·연준 통화정책에 '요동'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8원 내린 1086.3원이다. 

지난 달 환율은 국내 코로나19 재확산과 영국발 변형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부양책 서명,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영국의 EU 탈퇴) 우려 해소 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충돌하며 등락세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폭(연중 고점-연중 저점)도 컸다. 지난 한 달간 변동폭은 29.6원이다.

지난 한 해 환율은 코로나19 사태, 미국 대선 향방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 등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큰 변동폭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3월 19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환율은 1296.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외환시장이 처음 열린 1월 2일 종가가 1158.1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석 달도 안돼 140원 가까이 환율이 오른 것이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연간 평균 변동폭인 126원보다도 컸다.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한 당시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환율은 석달 간의 상승 폭을 넘어서는 하락 폭을 보였다. 급락세를 보인 배경은 ▲'2%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 등 달러 유동성 공급을 늘리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공격적 통화완화 정책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미국 부양책 시행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다.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환율 하방 압력을 더했다. 이에 환율은 지난달 7일 연중 최저점인 1080.9원까지 떨어졌다. 연간 환율 변동폭은 215원까지 확대됐다.

올해도 '약(弱) 달러'…하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변수'

전문가들은 올해도 '약(弱) 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 스탠스를 재확인 한 데다, 통화스왑 연장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된 이유다.

미래에셋대우 박희찬 연구원은 "FRB(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강력한 유동성 공급 노력이 달러 약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달러 강세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경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유동성 순환과 분산을 야기하면서 달러 약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미 연준이 만기를 한 분기나 앞둔 시점에서 통화스왑 시한을 2021년 9월 말까지 선제적으로 기간을 늘렸다"라면서 "이는 미 연준의 완화적 통화 정책과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과 함께 달러 약세가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 흐름이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DB금융투자 문홍철 연구원은 "지금 당장 다소 이를 수 있지만 우리는 중기적으로 약달러 흐름은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조지아주 상원선거(오는 1월 5일 예정)에서의 공화당 승리, 선진국 중심의 백신 유통에 따른 락다운(봉쇄조치) 해제와 한국 등 신흥국가(EM)의 코로나 확진자 수 지속 증가가 그 트리거(Trigger, 방아쇠·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희찬 연구원은 "FRB의 극단적 완화 기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형성하고 있는데, 2021년 미국 인플레가 생각보다 높은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라 QE(양적완화) 테이퍼링과 같은 출구전략 이슈가 제기될 경우엔 달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박희찬 연구원은 "2021년 상반기에 이 같은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은 낮고 이르면 하반기에 시장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원화 강세 꺾인다…"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 낮아"

달러 약세 전망이 우세하지만, 추가적인 환율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환율 향방의 요인 중 하나인 원화 강세 흐름이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 흐름이 꺾일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로 지난해 두드러진 환율 하락폭과 낮아질 경기회복 기대감을 지목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최광혁 연구원은 "원화 강세 기조가 2021년 나타나기 어렵다"라면서 "백 번 양보해도 2020년 한국 경제가 OECD 국가 중 가장 크게 성장했다면, 2021년은 가장 부진한 국가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광혁 연구원은 "특히 수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원화 강세를 예상하기엔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화 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박희찬 연구원은 "원화 실질실효 가치가 장기평균을 오히려 소폭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화가 진행되는 데 따른 원화 상대 강세로 보기도 어렵고, 글로벌 경기 호황 국면도 아니어서 최근 원화 강세는 오래갈 만한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상대국 통화에 견준 원화의 가치를 무역비중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 등의 무역비중이 큰 만큼 달러화, 위안화, 엔화 가치에 실질실효환율이 좌우된다. 통상 실질실효환율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주요 교역대상국에 비해 고평가, 100 이하면 저평가된 상태라고 본다.

이날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가장 최근 발표한 지난 11월 기준 미국·중국·일본 등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 화폐가치와 비교한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09.6이다. 지난해 실질실효환율은 108.5다.

출처=KB증권

환율 추가 하락 '제한적'…변동폭 예년 수준 회복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반면, 원화 강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올해 환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희찬 연구원은 "환율 하단은 1030~1050원으로 예상돼 추가 하락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환율 하락 여지가 제한적이라면, 오히려 반대로 상승 반전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일반적으로 연간 환율 변동폭은 110~150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환율 상단은 1150원선까지도 높여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광혁 연구원은 "2021년 초반을 고려했을 때 달러의 추가적인 하락으로 단기 언더슈팅이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다만 현재 환율이 한국의 경기 성장을 고려했을 때 특별한 수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추가적인 하락 폭을 고려했을 때 1032원까지 하락하는 과정이 환율 하락의 마지막으로 판단된다"고 관측했다.

지난해 유난히 컸던 환율 변동폭도 올해는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효진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 그리고 달러 약세와 이미 1100원을 하회하는 수준으로 낮아진 환율은 변동폭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자금의 해외투자가 환율 변동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할 것이다. 2021년 연중 변동폭은 평년 수준은 130여원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