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SK텔레콤(017670)이 모빌리티사업단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가 29일 공식 출범했다.

티맵모빌리티는 글로벌 사업자 우버의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차량 호출 시장을 공략한다. 나아가 대리운전, 주차 등 플랫폼 서비스, AI·미디어 등을 결합한 티맵 내비게이션 기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일반 소비자와 기업 부문 사업을 아우르며 올인원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업계에서는 아직 티맵모빌리티의 비전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티맵모빌리티 분사 직전 일부 직원들이 동요하는 모습이 연출되는 한편 시장의 자본 확충 측면에서도 허덕이는 분위기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티맵모빌리티가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크다.

T맵 이미지. 출처=SK텔레콤
T맵 이미지. 출처=SK텔레콤

신규 법인 티맵모빌리티는 이종호 전 SK텔레콤 모빌리티 사업단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사무실에서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기존 모빌리티 사업단 인력은 200여명이었으며 인력 배치 조정이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중 절반 가량은 SK텔레콤에 남고 나머지는 신규 법인에 배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모빌리티 사업 분할을 발표한 뒤 지속적으로 신규 법인에 투입될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빌리리, IT업계는 물론 완성차 업체의 인재들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포착돼 업체 간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현재도 티맵모빌리티는 맵 SDK 개발, 데이터 관리 시스템 개발, 서버 개발 등 여러 부문에서 경력직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의 강자로 키워 5년 내 연매출 6000억원, 기업가치 4조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목표 매출은 지난해 모빌리티 사업단 매출 규모의 20배를 웃도는 수치다. SK텔레콤의 다른 자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향후 IPO(기업공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내비게이션 1위 ‘티맵’ 역량 펼친다


티맵모빌리티의 사업구상은 간단하다. 중심에 국내 1위 내비게이션 ‘티맵’이 있으며 B2C와 B2B 시장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BM(비즈니스모델)에서 구독형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 부문에서는 택시 호출 서비스(e-헤일링)와 대리운전, 주차 등 플랫폼 사업을 진행한다. B2B 부문에서는 AI음성비서와 자회사들의 미디어 역량을 결합한 티맵 내비게이션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완성차 업체에 판매한다. 티맵의 영향력과 보유 빅데이터에 비해 실제 수익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가능성이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주요 사업에서 ‘초협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커머스 11번가는 아마존과, 5G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에서는 AWS와, 클라우드 게임 부문에서는 MS와, AI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카카오 등과 함께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글로벌 강자 우버와 손을 잡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약 5000만달러(한화 약 575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고 SK텔레콤과 함께 설립하는 조인트벤처에 1억달러(11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모빌리티 시장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이 나오지만, 글로벌 강자와의 협력이 판을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모빌리티 혁신 구조도. 출처=SK텔레콤
모빌리티 혁신 구조도. 출처=SK텔레콤

합작회사는 티맵 택시와 우버 택시를 통합한 형태로 택시 호출 서비스 등 가맹 서비스 사업을 할 전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글로벌 최고 기업인 우버와 함께 고객들이 이동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을 행복한 삶을 누릴 시간으로 바꾸고, 어떤 이동 수단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1위 카카오와 정면 대결


카카오모빌리티와의 맞승부는 큰 도전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시장 1인자인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는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위인 티맵 택시와의 격차는 크다. 또한 카카오T는 앱 하나에 택시뿐 아니라 바이크(전기자전거), 대리, 주차, 셔틀 등으로 영역을 넓혀 MaaS(Mobility as a service)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입자는 3분기 기준 2700만명에 달한다.

조직을 확대·재정비한 티맵의 반격은 내년부터 공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며, 현재 가장 눈에 띄는 강점은 내비게이션 시장에서의 입지다. 티맵은 지난 10월 일 사용자 450만 명, 월 사용자 132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74%가 티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빅데이터와 AI 역량을 결합해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모빌리티 시장이 그 자체로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게 열려있다는 점에 SK텔레콤은 주목하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교통비는 음식·숙박과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이어 3번째로 소비 지출이 많은 분야다.

박정호 사장은 "식사, 주거 외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면서 "SK텔레콤의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티맵은 미래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인 플라잉카를 국내에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플라잉카는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SK텔레콤의 의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