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EU, 브렉시트 극적 타결

코로나19 창궐에서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 연기,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다사다난했던 2020년. 대미는 브렉시트가 장식했다.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 브렉시트 협상이 마감 시한 1주일 전인 지난 12월 24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에 약속했던 것을 이번 합의로 완수하게 됐다”며 “영국은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 합의는 영국 전역의 가정과 기업에 환상적 뉴스”라며 “우리는 처음으로 EU와 무관세와 무쿼터에 기반을 둔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서로에게 있어 가장 큰 양자협정”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협상에 만족한 눈치.

지난 3월부터 9개월간 이어진 협상. 하지만 영국과 EU는 최근까지도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 따라서 수출입 상품에 한꺼번에 많은 관세가 적용돼 생필품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노딜 브렉시트의 혼란이 우려되어 왔었다.

노딜 브렉시트가 개시되면, 2021년부터 영국과 EU 사이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따라서 결국 이번 협상을 통해, 영국은 EU와 결별하지만, EU 체제에 있었던 때와 같은 무역 혜택을 누린다는 뜻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상반된 전망

브렉시트 협상 결과만 놓고 보면, 영국과 EU 사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영국과 EU는 무관세와 무쿼터에 기반을 둔 협정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영국은 그렇게 EU 체제에서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쳐왔던 것일까?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브렉시트 찬반 투표 이후, 영국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사임했고, 테리사 메이 총리를 거쳐,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집권 여당 수뇌부가 2번 교체되었다. 지난 4년 6개월, 영국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했다.

영국은 사력을 다해서 브렉시트를 이뤘는데, 이런 협상을 체결 할 바에야 EU가 왜 그토록 영국을 붙잡았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처럼, EU 집행위원회도 “양측에 적절한 합의”라는 황당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CNN은 “이번 브렉시트 협상 타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싸우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면서도 “일자리 위기가 닥치면 영국은 더 가난해지고, 300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브렉시트를 이룩한 영국 평가는 어떨까?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브렉시트로 영국은 4%의 장기적 생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 기업의 부담과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며,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CNN이 전망한 브렉시트 후폭풍

브렉시트를 낙관적으로 보는 영국의 자체 평가와 달리, CNN은 영국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를 망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CNN은 영국이 겪게 될 위험을 크게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우선, 무역 장벽이다. EU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제한은 영국 회사에게 직접적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통관 과정에서의 물류 지연, 공급망 축소, 공장 생산 중단이나, 원가 상승과 같은 돌발적 사태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노동력 부족이다. 이번 협정으로 이민 제도도 바뀌어, 영국으로 들어오는 ‘값싼’ 노동력도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고용주들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서, 제조원가 상승과 가격 경쟁력을 하락을 맞는다는 말이다.

세 번째, 투자 손실이다. 영국에 대한 해외 국가의 투자도 떨어질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CNN이 말한 해외 국가는 중국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유럽 전역에 중국의 투자가 늘었지만, 영국에서는 감소한 것이 증거이다.

네 번째, 금융수도 역할 약화이다. 2016년 이후, 국제 금융 기업들은 1조 2,0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자산과 7,500명의 일자리를 영국에서 아일랜드 다블린, 룩셈부르크,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 EU 국가들로 이전했다.

 

포스트 브렉시트의 영국과 EU 경제

CNN의 전망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세계 경제는 불확실한 상황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독이 아니라, 약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영국이 이탈할 EU의 경제 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보도가 나왔다. EU가 연내 타결을 목표로 박차를 가해 온 EU-중국 투자협정 협상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에 급제동에 나선 일이다.

EU는 동맹국인 미국과 협의하고, 대중국 공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중 패권전쟁을 치를 정도로 치열한 경쟁 구도를 유지했던 중국에 대해서, 어떻게 EU가 미국과 사전협의 없이 중국과 협상을 체결하겠냐는 말이다.

2014년 1월부터 지금까지 7년간, EU와 중국은 30여 차례나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시진핑 중국 주석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양보하면서, 양측은 대부분의 사안에서 합의한 상태.

EU-중국 투자협정 협상 체결을 앞둔, EU 앞에는 3가지 위기가 놓여있다. 미국의 반대로 체결에 실패하거나, 체결 후 중국 경제에 예속, 혹은 중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 동반 침체 가능성이다. 영국은 미리 탈출한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