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국·호주·인도 2021년 G7에 ‘게스트 국가’로 초청

역사의 변곡점에는 언제나 영국이 있었다. Jeremy Black의 『Britain and Europe(A Short History)』(2019)은 영국이 유럽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는 책 같다. 하지만 내용은 영국이 유럽뿐 아니라, 세계를 움직인 사실을 기술한다.

지난 한 주는 중국과 호주 관계가 세계 주요 언론의 톱뉴스로 등장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영국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저무는 2020년 세밑, 영국은 다시 한번 세계 질서를 조율하는 균형자의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 12월 15일, 영국 정부는 자국이 의장국을 맡은 2021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게스트 국가’로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한국 외에도, 인도와 호주를 G7 정상회의에 초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개최될 G7 정상회의.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한 영국은 한국, 인도, 호주를 G7에 참여시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유 민주주의권의 연대를 넓혀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한국 등 3개국의 G7 정상회의 초청에 관해 “공동의 과제와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우호국”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2020년 1월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은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 참여하기 위해서 서두른다.

 

중국의 반격, 이해관계로 엮이는 세계

영국이 견제에 나서기 전부터, 중국은 독자적으로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준비했다. 지난 11월 24일부터 4박 5일 동안 한일 순방에 나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외교 행보가 신호탄이었다. 그 후 중국의 발언은 강화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첫 손에 꼽은 국가는 호주.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에 가장 열성적으로 동참했던 나라. 지난 4월, 호주는 코로나19의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대해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관계가 악화되었다.

중국은 호주의 제1 무역국. 중국은 호주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지난 5월, 중국은 호주산 소고기 수입에 규제를 가했고, 4개월 뒤인 9월에는 호주의 대중 소고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나 떨어졌다. 서막이었다.

지난 5월, 중국은 호주산 보리에도 무려 80.5%의 반덤핑 관세 등을 부과했고, 호주의 대중 보리 수출은 99%나 폭락했다. 중국은 바닷가재에도 규제조치를 취했다. 호주산 바닷가재 수출은 94%가 중국행. 호주 경제 위기를 맞았다.

중국의 호주 공격은 와인으로 이어졌다. 중국이 수입하는 와인 가운데 호주산은 37%를 차지한다. 중국이 호주산 와인에도 규제를 가했다. 지난 11월 28일, 중국 정부는 호주산 와인에 대해서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호주의 반격, 중국의 고율관세 WTO 제소

지난 12월 16일, 중국이 호주산 보리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해서, 호주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소식을 전한 매체가 영국공영 BBC 방송이라는 점.

BBC는 사이먼 버밍엄 호주 통상투자관광부 장관은 이날 “독립적인 기관이 판단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이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WTO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호주 수출에 제재에 대한 호주의 첫 번째 반격.

버밍엄 장관은 “WTO의 분쟁 해결 과정은 완벽하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호주가 취할 올바른 방법”이라며 “WTO에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말하며, “호주는 WTO가 아닌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최근에는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는 중국 관영매체의 보도도 나왔으며, 중국과 호주의 관계 악화는 호주가 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관해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악화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BC가 빠뜨린 것이 있다. 호주가 미국, 일본, 인도 등 4개국과 함께 안보협의체 ‘쿼드(Quad)’ 합동 군사훈련을 11월에 실행한 사실이었다. 중국으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대중국 군사 행동이다. 중국이 호주에 발끈한 이유다.

 

기회 혹은 위기? G7의 ‘게스트 국가 초청’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앞둔 현재, 혼란한 미국을 대신해 반중 노선의 선봉은 영국이 맡았다. 호주 모국 영국의 BBC는 중국의 편파성과 호주의 WTO 제소를 세계에 송출한 이유이다. 어쨌든 호주 위기는 경쟁국의 기회가 되고 있다.

우선, 와인 업계. 호주의 위기를 민감하게 포착한 대표적인 나라는 아르헨티나. 11월 초, 상하이에서 ‘중국 국제수입박람회’가 개최됐을 때, 아르헨티나는 무려 58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아르헨티나는 2주간의 격리도 마다치 않았다.

이어서 바닷가재. 호주가 중국의 규제를 받자, 북미, 인도네시아 등이 중국 진출을 서두른다. 보리도 마찬가지. 호주의 빈자리는 러시아가 메꿀 차지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대중국 수출을 10배 늘려서 96억 달러 수출을 기대한다.

2019년 1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호주산 석탄은 캐나다, 인도네시아, 몽골이 앞다퉈 중국 시장을 노린다. 중국은 호주산 밀, 옥수수, 콩 등 농작물 수입원을 미국으로 바꿨다. 미국 따라 움직이던 호주는 미국과 경쟁하게 되었다.

2021년 1월, G7 정상회의에 영국이 한국을 ‘게스트 국가’로 초청한 것은 반갑지만은 않다. 영국의 중국 견제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행보는 신중해야 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