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미친 랠리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의 속성을 두고 업계에서는 극단적인 전망들이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시세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이용자들의 관심이 이상할 정도로 식어있는 대목도 미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2만4000달러 돌파
암호화폐 애널리스트인 윌리 우는 지난 19일 "비트코인은 기존 자본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완전한 디지털 신흥 자산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현재의 비트코인 상승세가 반짝효과가 아닌, 기존 자본시장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 비트코인은 지금 미친랠리 중이다. 20일 2만4000달러를 돌파하며 기존 기록을 깨고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2만달러 선을 넘어선 후 일각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없다"는 말도 나왔으나 비트코인은 말 그대로 쾌속질주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5만달러, 40만달러의 벽도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현재의 상승세를 설명할 호재는 다양하다. 지난 5월 비트코인 반감기가 시작된 후 페이팔이 비트코인을 자사 결제 인프라에 연결하기로 결정하는 등 말 그대로 호재의 연속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회의 후 사실살 제로금리를 선언한 것도 암호화폐 시세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온다.

달러약세의 흐름과 더불어 안전자산 선호도가 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쏠리는 것도 호재의 이유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기관들의 역할이 주효했다. CNBC는 18일(현지시간) 체이낼리시스(Chainalysis)의 보고서를 인용해 기관들이 비트코인 시장에서 새로운 큰 손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들이 9월 이후 매입한 비트코인만 115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7년 비트코인 시세 폭등 당시의 주역이 개미 투자자들이라면, 지금은 기관 투자자들이 전체 시장을 선도한다는 뜻이다. 2017년 당시 개미 투자자들은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장에 전급했으나 기관들은 다르다. 이들은 비트코인이 기존 금융권의 대안이나 혹은 의미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지한 분석을 통해 접근하는 중이다.

이러한 수치는 온라인 관심도를 봐도 알 수 있다.

20일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39개월 기간 블로그·카페·커뮤니티·유튜브·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지식인·정부/공공·기업/단체 등 11개 채널 21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키워드로 월별 정보량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관심도는 놀라우리만치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투자자 관심도(정보량)의 경우 2017년 9월만 해도 3만7583건이었으나 비트코인이 급등하면서 정보량도 급증, 같은해 10월엔 5만7527건, 11월 11만1413건으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역사적 최고가를 기록했던 같은해 12월엔 31만 6772건으로 급증했고 2018년 1월엔 36만8920건을 기록하면서 월별 정보량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미 중심의 관심도가 사상 최고치인 시기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시작된 2018년 2월엔 18만3088건으로 전월에 비해 반토막 났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20년 1월엔 6만5525건까지 줄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현재의 온라인 관심도다. 올 1분기 3000달러 선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이 반등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올 2월과 3월엔 관심도가 늘면서 2월 9만7756건, 3월 11만9895건을 보이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올 9월에는 4만1867건으로 월별 정보량 기준 최저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랠리에서 개미들의 역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기관들이라는 뜻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펼치고 있어 향후 이들 국가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함께 하이퍼 인플레이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는 없다"면서 "이럴 경우 금과 함께 비트코인이 급등할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비트코인 포트폴리오도 감안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의 매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개미들의 매입세가 강해지는 패턴이 발견된다. 덕분에 국내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들의 팔자에도 굳건한 방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출처=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출처=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조정의 공포는 여전
기관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낙관론만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이 일제히 페이스북의 디엠 및 비트코인 등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성장 동력에 발목을 잡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시세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민하 디지털자산인사이트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시세는 분명 과열현상"이라면서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강력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