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전경


‘경기(景氣)’는 참 묘하다. 불황은 항상 우리 곁에 요란하게 다가오며 호황은 우리 곁에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영혼이 있는 투자가’ 존 템플턴은 경기에 대한 비관과 공포가 극대화될 때 투자를 하라고 말한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비관과 공포의 긴 터널은 이미 지나온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 900선과 환율 1500원대의 악몽은 불과 4개월 만에 어느새 지수 1400선과 환율 1200원대로 탈바꿈했다.

해외부동산 투자업을 본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는 대한민국 상류층 고객들을 접할 일이 많다.

그렇다 보니 경기예측을 하는 데 있어 세계 유수의 언론과 금융사들의 경제 전망을 참고할 뿐 아니라 우량고객들의 투자 패턴과 같이했던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가 됐다.

지금부터 남은 2009년 하반기는 혼탁한 경기구간이라 표현하고 싶다. 유동성 장세의 힘을 얻어 각종 지표는 파란불에서 빨간색으로 돌아섰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실물경기의 펀더멘털은 아직도 산 넘어 산이다.

경제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경제예측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기는 유동성 버블 장세라 표현을 하고, 자금의 수급을 중시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지금이 유동성 랠리의 버블인지, 바닥인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가 않다. 지금같이 혼탁한 구간에서는 더더욱 우량 자산가들의 투자 패턴을 독자들에게 참고하라는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가장 큰손은 해외동포들이었다. 특히 재미교포와 재일교포들은 환율이 두 차례에 걸쳐 1500원대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할 때 대거 대한민국으로 송금해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였다. 당시 필자의 회사에는 국내 부동산 매입에 관한 재외국민들의 투자문의가 빗발쳤다.

요즘 들어서는 슬슬 해외자산을 취득하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진다. 글로벌 경제의 흐름보다 과도하게 폭락하고 과도하게 과열되는, 즉 경기변동 폭이 타 국가들에 비해 큰 대한민국 경기지표상 지금은 단기 꼭지라는 인식들이 강해서이다.

반면, 미국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해외자산 시장은 아직 바닥에서 탈출하지 못한 국가들이 많다. 환율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얼마 전, 미국 주택건축 업체들이 시장경기를 전망할 때 사용하는 지표인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가 지난달 14에서 이달 들어 16으로 상승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금은 국지전의 성격이 강하다. 그야말로 하락 사이클도 아니고 상승 사이클도 아닌 지금처럼 혼탁한 경기구간에서는 산별적인 투자방식을 가져보자.

단기간 내에 과도하게 오른 시장은 일단 쉬어갈 것이고, 남들 오를 때 오르지 못한 시장은 평균치로 수렴하려는 속성을 보일 것이다.

한 달여 전까지 공급과잉 우려에 시달려 부동산 개발사들이 도산위기까지 느낄 만큼 맥을 못 추던 중국 부동산시장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충칭 등 중국 4대 도시의 4월 부동산 거래량이 작년 동월에 비해 급증했으며 중국 70개 도시의 4월 집값 하락률도 둔화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주택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주택담보대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로부터 3년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 예측되는 등 시장 전망이 어두웠던 중국 부동산시장이 향후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