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정식 버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법도 아닌 콘솔과 게임이 압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시장, MS와 소니의 마케팅 활동이 전혀 없어도 (차세대 콘솔의)수백만대의 판매가 예상되는 시장, 소비자들이 현지화를 굳이 요구하지 않는 시장, 이 애매모호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시장이 바로 오늘날 중국의 콘솔게임 시장이다”

콘솔 시장의 ‘불모지’라는 인식이 강한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주요 콘솔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런 시장을 잡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대응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1일 발표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11월+12월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中 규제도 막을 수 없었던 콘솔 게임


중국은 지난 2000년 콘솔 게임이 청소년에 신체적·정신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콘솔 수입을 금지, 2015년에야 이런 규제를 푼 바 있다. 그 사이 중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PC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게임 산업이 성장했다. 때문에 중국 역시 콘솔의 ‘불모지’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중국 국기. 출처=pixabay
중국 국기. 출처=pixabay

그러나 중국에서 해외 게임의 퍼블리싱 사업을 하는 앱튜티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8세대 콘솔 기기(PS4, 엑스박스원, 닌텐도 스위치) 보급 대수는 최소 500만대에서 1500만대 사이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수천만대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사실은 콘솔 게임의 ‘주 무대’ 중 하나라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콘솔 게임에 관대하지 않다. PC·모바일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판호(영업허가권)를 받아야 정식 출시할 수 있고, 판호를 받기 위한 문턱 역시 높다.

그럼에도 중국 콘솔 게임 시장은 ‘비공식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타오바오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오픈 마켓 덕이다.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는 “타오바오 외에도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국의 콘솔 게이머들은 필요한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서 “콘솔뿐만 아니라 함께 출시된 일부 게임들도 이미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모든 종류의 주변기기 역시 사전 주문이 가능해지고 있거나 조만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방법은 단순히 ‘해외 직구’의 개념으로, 불법이 아니다. 심지어 중국의 모든 콘솔 패키지 게임 판매는 타오바오에 입점한 수백개의 온라인 상점에서 나오는데, 이들 상점의 대부분은 다른 나라의 공식 출시 당일에 중국 내 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1월 차세대 콘솔 게임기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X를 출시했다. 중국은 출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유저들은 이미 온라인 직구를 통해 1차 출시국과 마찬가지로 구매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깐깐한 판호 발급 절차와 게임내 각종 표현의 억제 등 중국 당국의 규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게이머와 게임사 모두 공식적인 현지 론칭보다는 자연스럽게 우회의 경로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미지. 출처=갈무리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미지. 출처=갈무리

앞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해외 서비스명: 애니멀 크로싱)’은 중국의 넓은 콘솔 게임 시장 저변을 입증했다. 게임이 출시된 지난 3월엔 중화권 국가를 중심으로 ‘모동숲 열풍’이 일어났다. 보고서는 “당시 위챗 이용자 10명 중 9명이 애니멀 크로싱 게임의 스크린샷을 공유하는 친구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다고 응답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당시 모동숲은 이용자들의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되며 판매가 금지된 바 있다. 정부가 타오바오 등 온라인 상점의 직구를 전면 금지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진 기간은 2주 정도로 짧았으나, 게임은 중국 온라인 마켓에서 100만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외의 中 틈새…콘솔 시장 눈 여겨 봐야


이달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약 4년만에 판호를 받으며 국내 게임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지만, 중국 현지 시장 진출은 여전히 큰 장벽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스팀, 애플 앱스토어 등 당국의 통제가 없어 우회 통로로 여겨졌던 플랫폼도 당국의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 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콘솔 게임 시장이 중국의 단단한 장벽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의외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병행 수입된 콘솔 게임에 대해서는 판호 발급이 요구되지 않고, 비록 현지화 버전이 아니더라도 중국 유저들은 게임을 찾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내 게임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콘솔 게임 시장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콘솔게임 시장은 국내 게임 산업의 다양성 확보라는 면에서도 필요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대중화도 눈 여겨 볼 변화다. 보고서는 “콘솔게임 시장은 다른 게임 플랫폼에 비해 폐쇄성이 강하고 소수의 메이저 게임사 위주로만 게임을 제공했던 면이 있지만 네트워크가 진전되며 관행에 변화가 생겼고 클라우드게임의 등장으로 중소게임사의 콘솔게임 시장 문호가 조금 더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